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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요 Jul 11. 2020

살아있는 일기장 짱구

[월간고요] 콧구멍을 벌렁여보자.


20200711 vol.6- 히로시의 회상, 짱구 오프닝 변천사, 윤도현 사랑했나봐






어른제국의 역습, 추억이란 뭘까...








자취를 하게 되면서 티비를 볼 기회가 많이 줄게되고, 컨텐츠 플랫폼에 구독을 해두고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자주 더 이용하게 되었다. 현재 사용하는 플랫폼은 왓차. 왓차를 둘러보다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차례로 보게 되었다. 짱구는 1996년 『짱구는 못말려』 라는 이름으로 비디오가 출시되면서 한국에 소개된 만화이다. 1999년 6월 28일처음 주간시트콤으로 SBS에서 정식 반영되기 시작했는데. 이후, 우리의 투니버스에서 지금까지 방영되어지고 있는 나름 유서깊은 만화이다. 오늘은 우리와 같이 자란 짱구와 나의 추억 한소끔을 풀어보려한다.



 살의 어느 오후. 네 시쯤이었나. 방과 후를 마치고 엄마없는 집에서 보는 짱구는 달콤했다. 저녁 먹기 전 늦은 오후에 지는 해가 거실로 어슬렁 기웃거릴때 즈음, 오렌지 슬러쉬 300원짜리 한사발 들이키고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온 나는 한가히 바닥에 이불을 펴놓고 여유를 만끽했다. 다리를 꼬고 누워 한쪽을 까딱까딱거리며 리모콘을 한쪽 손에 가볍게 움켜쥐던 그 시간만큼은 내가 어른이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그 시간, 그 때부터였을 거다. 혼자 있는 시간이 선사하는 유혹을 알게된 것은. 아마 나의 또래들 중 일부분은 학교가 마친뒤, 집에서 마주하는 엄마아빠보다는 2차원 속 그 아이와 함께하는 평화로운 오후를 사랑했을 것이다.



당신은 짱구에서 나오는 BGM이 그 기억을 되살리기 부족하지 않다는 것에 공감할 수 있을까? 짱구 특유의 오프닝과 클로징음악만큼 효과음역시 우리를 90년대의 그 때로 데려가기 충분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익살스럽기도하고 엉뚱하기도 한, 하지만 향수만큼이나 독특하고 향수만큼이나 단숨에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도록 도와주었던 자극. (스타카토로)빠라빠라빠라빠 *2, 딴따린따다,딴따린따다, 따리라리라리라~ 뿌앙뿌앙뿌앙. (두 번 반복)



그 시간에 잠시 잠겼다가 이제 대학생이된 나는 서울의 자취방 구석에서 또 다른 짱구를 발견했다. 바로 극장판 9기 <어른제국의 역습>을 보고나서였다. 짱구의 OST하면 바로 떠올릴만한 '히로시의 회상’ 일텐데 왜 이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대충 이 편의 스토리는 짱구 엄마,아빠를 포함한 어른들이 떡잎마을에 생긴 '20세기 박물관' 에 다녀오면서부터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결국 어른들이 모두 사라진 마을. 짱구와 친구들이 힘을 모아 어른들을 만나러 간다. 변해버린 엄마,아빠는 옛 향수에 취해 짱구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 편에선 향수를 진짜 후각의 매게체로 표현했다는 점이 아주 흥미로운 포인트이다. 짱구 아빠는 본인의 '발냄새'와 짱구의 '방구 냄새'를 통해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옛 향수를 축적해놓은 악당들은 아주 강한 향수를 마을에 방사하는 장치를 높은 철탑에 설치한다. 이 세상을 향수로 물들이는 것이 그들의 목표. 악당들은 향수를 되찾고 싶어한다. 이 악당의 역할로나온 켄과 차코는 악당이라 보기 힘들다고 느껴졌다. 그들은 강하게 향수를 느끼고 과거 속에 살아가고 싶어한다. 과거 속에 묻히고 싶은 갈망을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있는 걸까? 애니메이션의 단순한 이분법적인 발상을 떠났다는 점에서 생각해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Eh432koJH4

우리 아빠와 꼭 닮은.신영만님



한편 짱구가 어린 아빠를 만나는 과정에서 짱구 아빠의 과거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 나오는 음악이 바로 <히로시의 회상> 이다. 이 음악은 Shirō Hamaguchi가 작곡했다. 게이밍 음악을 주로 작업하는 작곡가인데 신짱보다는 원피스 음악감독으로 더 유명한 사람이기도 하다. 시로가 짱구의 음악을 맡은 작품은 몇 편 내외인데 확실히 시로가 맡은 작품은 더 세계관이 풍성하고 극장판의 느낌을 살리는데 일조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무튼 이 <히로시의 회상> 은 아마 이 편을 보지 않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노래일 것이다. 내 아버지의 어린시절이라. 나는 살아본적 없는, 나는 겪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이지만 뭔가 슬프다. 이런 걸로 보아, 감정이라는 것은 꼭 내가 경험해보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오프닝과 함께 커갔었죠 (feat. 양파)






양파를 먹어보렴






그 다음은 오프닝의 변천사인데, 짱구 오프닝으로 유명한 노래는 2가지가 있다. 먼저 짱구야! 노올자~ (삐복삐복삐비복삐보비복비보) 이세상에 제일가는! 말썽쟁이-짱구! (천방지축 얼렁뚱땅 말썽쟁이!) 그리고 하나둘셋 야,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짱구의 하루~ 이렇게 두 개 말이다. 아마 노래를 듣지 않고 가사만 읽어보아도 자동으로 오디오가 들릴테지만. 크크크 이 오프닝에서 짚고 싶은 부분은 바로 양파이다. 이 두가지 음악에서 공통적인 의문을 들게하는 소재이다. 양파를 먹을줄 아냐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것두 정말 천방지축,어리둥절한 맥락이지만 짱구다운 색을 내는데 한 몫한다. 뭐랄까. 정말 어린 신짱구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만 같은 그런 대사와 가사들 말이다. 어릴적엔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던 가사가 생뚱맞다고 느껴지는 나를 바라보며 아.. 세월이 정말 흐르긴 흘렀구나 싶기도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YyAG3rVxNT4


 요즘 방영되는 짱구의 오프닝은 정말 세련되었다. 아주 일레트로닉 까리뽕쌈하다. 그 때의 그 느낌이 없어 아쉽다는 생각이들기도 했다. 짱구는 그대로인데 오디오가 달라져서일까. 나에게는 꼭 짱구가 입고있던 옷이 달라진 느낌과 같았다. 빨간티에 노란 반바지. 근데 갑자기 달라진 오프닝을 들으니 꼭 짱구가 유행하는 가르마에 그래도 트렌디한 나이키신발을 신은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오디오의 힘이 이렇게 크다는 것도 느낀다.









윤도현과 짱구

-의외의 콜라보 넘버쓰리 안에 듦 진심




나미리선생님도 낭만이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Rde4EFb3SI

 

 6기 사랑의 결말 3부에서는 나미리 선생님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현우라는 형이랑 나미리선생님의 결말이 나오는 부분인데 한국 더빙판으로 방영된 이 에피소드에서는 윤도현의 <사랑했나봐>가 나온다. 짱구와 윤도현이라니. 하지만 노래는 묘하게 잘어우러진다. 에피소드가 방영된 날,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사랑했나봐>가 석권하기도 했다. 이 노래를 나미리선생님의 사랑이야기와 같이 감상한다면 또다른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진하게 향수가 올라온다.








향수







 엄청난 속도로 발달해온 기술이 아직까지 우리에게 전달하지 못한 부분이 후각이다. 신체의 주요 5감각이 감정과 연결되어 자극하는 각각 특화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추억과 관련된 시각,청각,후각,미각 중 시각과 청각은 충분하게 공유되고 있는 반면, 후각과 미각은 아직 미디어로 전달이 어렵다는 점이 있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건지도. 아직 후각을 위해 레트로가 된 도구가 없어서일까. 여전히 1차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수단이어서일까.



 추억을 자극할 수 있는 미각 역시 사실은 후각이 주관하고 있다고 봐도 별 무리가 없다. 후각은 미각의 많은 부분 영향을 준다. 또한 후각은 청각과 시각보다 선택적 경험을 하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우린 생존을 위해 호흡을 해야만하고, 그만큼 언제나 선호에따라 조절하기엔 어럽다. 이렇게 후각은 의도의 개입이 가장 적은 감각이기에 굉장히 매력적인 감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연찮게 맡은 계절의 냄새가 있고, 옆에서 지나간 연인의 체취가 있듯 가장 original한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이것만큼 적합한 도구는 없다. 이와 비슷한 감각은 청각정도일텐데 이 두 감각은 매우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그것은 다음에 한번 같이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마도 직접적인 것보단 간접적인 것,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것, 통제가 쉬운 것보다, 통제가 어려운 그리고 의식보단 무의식이 강한 힘을 지닌 것처럼 아무래도 청각과 후각이 가진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떡잎 마을의 어른들이 향수에 취한 얘기가 막상 웃기게 들리진 않는다. 조심해라, 누군가가 당신을 몰래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하다보니 이야기가 여기까지 흐르게 되었는데 짱구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나의 타임머신이라고 할까나. 짱구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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