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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탐구가 Apr 08. 2022

언젠간 퇴-사 2

그렇다면 나는 왜 퇴사하고 싶은가?

이틀 전에 '언젠간 퇴-사' 1편을 작성해서 발행했다.

좋아요도 10개가 넘어보고, 감사한 댓글들도 달렸다.

작지만 내 글에 보내주는 관심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어쩌면... '언젠간 퇴-사' 시리즈는 빨리 끝날 수도, 아니면 10년이 넘는 대하드라마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 내서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퇴사를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내 모습을 먼저 명확히 알아야 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왜 이렇게 퇴사를 갈망하는 걸까?

우선 깊은 고민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식의 흐름대로 써보려 한다.

내 무의식 속에 들어 있는 것들이 내가 평소에 쌓아둔 불편한 진실일 테니. 


첫째 이유, 회사생활 만으로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가 없겠다고 판단했다.

나는 회사생활 10년 차다, 신입사원 때 3600만 원이라는 연봉으로 시작했고, 그때에 비해 지금은 많이도 올랐다. 하지만, 평소 생활에서 경제적 여유로움은 크게 생기지 않는다.

분명히 가난했던 학창 시절과 대학생 때에 비해서는 씀씀이도 커졌고, 원하는 것들이 있다면 약간의 심사숙고 후에 구매해도 큰 타격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와 와이프, 그리고 우리 6개월 된 아기가 적당히 생활할 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항상 들어오는 월급에서 저축, 투자, 공과금, 대출 상환, 보험, 생활비 + 예상 못했던 지출(경조사, 기타 등)을 하고 나면, 거의 한 달 벌어서, 한 달 먹고사는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간을 쌓고, 성과를 내면서 사원→대리→과장까지 진급을 했지만, 월급만으로는 풍족함은 느낄 수 없었다.

양가 부모님에게도 서슴없이 생활비를 드리고 싶고, 앞으로 커갈 우리 아기에게도 돈에 대한 부족함은 느끼지 않게 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힘들겠다는 생각이 크다.


둘째 이유, 시간적 자유를 얻고 싶다.

"직장인들은 자신의 시간을 저당 잡힌 결과로, 월급을 받는다" 

어떤 책에서 비슷한 내용의 글귀를 읽고, 뇌리에 남아서 써봤다. 슬프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간을 보낸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회사와 보낸다. 그래서, 내가 오는 퇴근시간 즈음이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주말에 어디 드라이브 갈까 기다려진다는 와이프의 말은, 사랑이 느껴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콧잔등을 시큼하게 한다.


'하루 주어진 시간들을 온전하게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사용하면서 성장하고,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생겼다. 유튜브에 경제적, 시간적 자유를 얻고, 내가 바랬던 것과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매우 부럽게 느껴졌다. 아침에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햇살 좋은 소파에서 좋아하는 책을 오래도록 읽는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산책도 한다. 

팔자 좋은 소리라고 할 수 있지만, 이젠 정말 프레임을 바꿔야 하는 시대다. 성실하게 9 to 6 출근해서 열심히 사는 것만이 잘 사는 것이 아닌 것이다.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 방법만 찾는다면,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월급이라는 마약은 어찌 보면 매우 달콤하다. 크게 풍요롭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굻어 죽지도 않는다.

그 수준의 유지를 위해, 내 소중한 시간들을 회사를 위해 갈아 넣고 있다. 


세 번째 이유, 인간관계의 어려움엔 끝이 없다.

tvN을 보다 보면 '즐거움엔 끝이 없다'라는 방송사 캐치프레이즈를 쓴다.

나는 회사생활에서 '인간관계의 어려움엔 끝이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아니, 10년이나 회사생활했으면, 이제 어느 정도 인간관계 노하우가 쌓이지 않았어요?"

맞는 말이다. 쌓이긴 한 것 같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눈치도 늘었고, 별별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나름대로 터득은 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가도, 그 다양한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인간 군상의 유형에 대해 학습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또 생각지도 못한 성격이 튀어나온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내 기준에서 새로운 '빌런'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생각보다 소심하여, 상대방의 예상치 못한 모욕, 또는 언행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집에 와서, 깊은 고뇌의 동굴에 빠진다.

'아... 왜 그 사람은 내게 그렇게 말했을까? 이걸 그냥 넘어가야 되나? 내일이라도 기분 나쁘지 않게 한마디 할까? 아니야 너무 뒷북인가.. 그렇다고 내가 끙끙 앓고 있을 순 없잖아..?'

이런 식으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회사에서는 직급이 높아지면, 내가 상사가 되니 이런 고민은 줄어들 줄 알았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

사원일 때는 그냥 상사들이니깐 힘들었고, 중간 관리자가 되니, 나름 사원들의 눈치도 봐서 말도 예쁘게 해야 되고, 상사들은 늘 그렇듯이 상사였던 것이다.


그래서 회사생활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일한다는 것이 정말 큰 복이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 부분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겨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출근하는 전철 안에서 나의 직장 페르소나로 얼굴과 마인드를 교체하면서 들어가지만, 그래도 온전히 상처를 안 받을 수가 없다. 사람과의 관계는 마스터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최소한 나에겐.


우선 이렇게 내가 퇴사하고 싶은 이유 세 가지를 글로 써봤다.

또 사소하지만, 이유는 더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이 세 가지 이유가 나를 회사 밖으로 이끈다.

이제 작은 걸음이더라도, 하나씩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어쩌면 이 브런치의 글들도, 퇴사를 위한 작은 몸부림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내 브런치 목표는, 내가 결국엔 '퇴사해도 괜찮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이 '언젠간 퇴-사' 시리즈의 마지막 장을 작성하는 것이다. 그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것이 내가 해야 될 소명이다.

서두르지 않는다. 하지만, 느리게 가지도 않을 것이다. 한번 신중히 해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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