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퇴-사 6
각자의 생존을 위해 나와 있을 뿐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동료들이 참 '남의 일에 관심이 없구나' 하는 상황을 심심찮게 겪게 된다.
이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나도 그렇기 때문이다.
각자가 각자의 일에 바쁘고, 정신없이 쳐내다 보면, 주변의 관련 없는 일들은 지나가는 주마등 같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어떤 서운함 같은 감정이 들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게시판에 조금이라도 엮여서 일해본 어떤 분의 경조사가 올라오면, 놓치지 않고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람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나는 결혼한 지 2년이 되어 간다.
최근에 업무 회의를 위해 다른 층으로 가다가, 타 부서 차장님을 만났다.
"엇, 차장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어~ 오랜만이네, 잘 지내지? 난 별일 없어"
여기까지 말하고 끝냈어야 했다. 괜히 웃으며 몇 마디 더 건네 본다.
"예 차장님, 하하. 아 그러고 보니, 차장님 부서에 김대리 결혼하더군요? 게시판에 떴던데?"
"어 맞아. 2주 후인가 그래~
서 과장도 결혼해야지? 언제 할래? ㅎㅎ"
순간 멍해졌다. 정적이 흘렀다.
나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결혼한다고 게시판에 글도 올렸고, 청첩장도 돌렸고, 신혼여행 다녀와서는 답례품도 다 돌렸었다. 그런데도 저렇게 결혼 안 하냐고 묻다니.... 정말 난감했다.
"하하 예~~ 차장님. 또 뵙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멋쩍게 웃으며 그냥 그 자리를 떠났다.
찰나의 순간이 찰나의 관계처럼 흘러갔다.
"차장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결혼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 너무하십니다~ 하하하"
하고 답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주저리주저리 말할 시간도 없었고, 괜히 그분을 무안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게 지나쳤다. 그분도 누군가 대화하다가 알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회사에서는 중요하지가 않다.
누가 결혼하고, 누구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누가 어떤 일을 당했어도, 하루에도 수십 번 오고 가는 메일 중에 읽어야 하는 한 줄이 될 뿐이다.
내 성격이 누구에게도 바라는 것이 없는 성격이라서 더 연연하지 않는 것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직장에선 가슴과 마음보다는 내 노동을 통해 일을 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 우선시된다.
그래서 나는 그분을 이해한다.
각자가 각자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바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동료의 일거수일투족 보다는 각자 앞에 놓여진 생존의 무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