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밝고 빛나겠지
안녕하세요. 미상입니다.
찢어진 벽지며, 낡아버린 가구며
질릴 대로 질려버린 이 방이
최근, 20년 만에 리모델링…은 아니고
가구의 변천사가 조금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미상이의 방을 살짝 공개해보려 해요.
몰래 들어올 준비, 되셨나요?
그럼, 들어오세요!
작업 구조를 보면 이렇답니다.
워낙 밝은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가구는 웬만하면 전부 월넛으로 바꿨어요.
어두운 공간 속에서, 이 세상에 오직 미상이만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가장 안정감을 느끼거든요.
하지만 빛이 하나도 없으면,
좋아하는 책을 펼치기도 전에 어둠이 먼저 다가와
“그만하고 자라.”라고 속삭이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조명도 하나 들였답니다.
사진보다 실제 색감은 훨씬 진하고,
주황빛이 도는 조명이에요.
덕분에 어둠은 저한테 오지 못하고,
벽에 찰싹 달라붙어 버렸답니다.
분위기에 휩쓸려선지,
뭔가 글도 잘 써지고 집중도 더 잘 될 것 같았는데…
새로 온 친구와는 금세 친해지기 어려운 성격이라서요.
어둠이 없으니 괜히 어색해지고,
하품만 자꾸 나오네요.
우울보다 낭만이기를이라는 책은
최근 들어 계속 곁에 두고 읽고 있는 책이에요.
최형준 작가님은 지금까지
총 세 권의 수필집을 내셨는데,
그중 우울보다 낭만이기를이 첫 번째더라고요.
감히 평가하자면 너무 건방진 미상이지만,
세 번째 수필집인 방랑기를 읽어보니
확실히 글의 밀도나 작가만의 결이
꽤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오른쪽 파란색 책이 바로 그 방랑기인데요.
제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입니다.
글이 잘 써지지 않거나 방향을 잃었을 때면
어김없이 꺼내 읽는 유일한 책이기도 하고요.
(참고로 이번 주에만 2회독 했습니다.)
매번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미상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항상 방랑기만 붙잡고 있네요.
이건 제가 쓰는 방향제와 향수입니다.
월넛 분위기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드 계열의 향도 무척 좋아하게 되었어요.
맨 왼쪽 방향제는
산뜻함 속에 은은한 우드향이 감돌고,
맨 오른쪽 향수는 꽤 묵직한 우드향이 납니다.
방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싶을 때,
이 둘을 소량 섞어 뿌려주면
미상이가 방이고, 방이 미상이가 되는
마법을 느낄 수 있답니다.
저는 주변에 무언가가 많이 배치되어
있는 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남들보다 눈치가 빠르다기보단, 눈이 참 바쁜 편이거든요.
밖에 나가면 하나하나 다 봅니다.
건물의 창문도 보고, 밟았던 돌멩이조차 놓치지 않고 봐요.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어버려서,
이제는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너는 앞 나무보다 좀 어리구나’,
‘얘는 그래도 잘 자랐네’
같은 잡다한 생각들로 변해버립니다.
그래서 집에만큼은,
눈에 덜 걸리는 것들로만 채워두려 합니다.
가능하다면 그냥 조용한 옷장과 무덤덤한 책상
소심한 스텐드 조명, 할 말 있는 듯한 책장 하나면
충분합니다.
자기 전, 하루의 자책감이 밀려올 무렵이면
‘내일은 정말 열심히 숨 쉬어야겠다’며
혼자 지구라도 지킬 듯한 계획을 세웁니다.
계획만 보면 아마
저 혼자 지구의 평화를 지키고 있답니다.
하지만 막상 내일이 되면,
“일어나라”는 아침 햇살이
“비타민 더 맞으라”며 다시 눕게 만들어요.
그래서 저는, 자기 전에 꼭 책장 위에
내일 입을 옷을 올려두기로 했습니다.
이렇게라도 준비해두면,
그게 아까워서라도 밖에 일단 나가게 되고
적어도 메모장에 적어뒀던 글귀들이
남부끄럽지 않은 하루의 문장으로 채워지곤 해요.
미상이의 하루는,
아침엔 운동하고
1시부터 5시까지는 공부를 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자기 전까지
떠오르는 문장들을 메모 경매장에 하나씩 올려둡니다.
하하호호 유튜브도 보기도 하고요.
미상이에게 들킬 것 같네요.
이제 슬슬 나가볼까요?
사실 더 이상 보여드릴 게 없어서 그랬답니다.
하지만 앞으로 방과 어울리는 소품들을
하나씩 채워가는 재미로 살아볼 생각이에요.
가끔씩 올라오는 미상이의 세미 작업실 소식에도
관심 가져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