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덜컥 떨어지던 날
별다를 것 없는 옷을 입고, 늘 신던 신발을 신은 채 하루를 오가던 중 문득 이유 모를 불안을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몸살이 온 듯 미세한 근육이 꿈틀거리고, 살결 사이로 바람이 새어드는 싸늘함 말입니다. 저는 아직 경험이 적은지라, 그저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계란껍질만큼 얇은 우리의 삶에서 겁이라도 먹으라는 듯 조작하는 신의 장난이라면 단지 미워함에 그치겠지만, 워낙 반응이 좋은지라 흰자와 노른자가 서로 섞이는 지경까지 장난이 심해졌습니다. 이토록 인간이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를 찾는 일은 숙명과도 연결되어 있는 만큼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뒤섞인 혼란이 되어 우울이 만들어졌습니다.
꽤나 방랑하게 살았다고 할 정도로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아온 인생에 우울이란 것이 찾아올까 하는 자만심을 가진 것이 문제였습니다. 생각보다 우울증이란 녀석은 고약하더군요. 왜 사람들이 정신병원을 찾아야만 하는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날것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걸 아는 사람들은 제가 회를 거부하기 시작한 때부터 진지하게 걱정을 했습니다. 단지 비릿한 공기 속에 갇혀 허둥거리는 중이라, 회가 사람의 살처럼 느껴졌습니다. 일어나는 순간, 기지개라는 단어 뒤에 숨은 접영 자세부터 시작해 잠자리에 들기 위해 배영으로 누워버리는 순간까지 아직도 생선으로의 삶을 살고 있는 중입니다. 쉽게 죽고 쉽게 상처받지만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 개복치의 삶으로요.
어느 날은 초코파이만 먹으며 3일을 버텨보고, 한 달 동안 자주 가는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라는 나지막한 한마디를 제외하곤 입 한 번 뻥긋하지 않고 지내보니, 적응하면 안 되는 환경에 이미 아가미가 뻥끗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그때만큼 덜컥 마음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스스로가 떨어지는 중이었던 겁니다. 바닥에 도착해도 멍도 들지 않고, 아프지만 티 없이 어항을 탈출해 고통에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말입니다.
그것조차 신의 커다란 그림이라면, 기꺼이 물감이 되어드리지요. 얼마나 큰 고래가 될지 궁금합니다. 어두운 심연만을 그리는 검정색 물감이 아니라, 숨구멍에서 퍼져나오는 강하고 빛나는 흰색의 물감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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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분들, 잘 지내시는지요.
2025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의 입가에 도착하려는 몸부림에
저는 더욱이나 추위로 마음이 가득 채워지고 있습니다.
현실에 맞게 살아야 하는지,
조금만 소신을 내어 살아야 하는지,
그간 선택한 모든 것이 정당한지,
그것으로 인해 나는 항상 불안했는지,
잘 모르겠지만요.
요즘따라 여러분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