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춘
청춘이란 무엇일까. 청춘이 될 수 있는가. 청춘이라 부르기 가장 쉬운 나잇대가 있고, 그것을 겪고 있는 지금이라 청춘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힘든 것 같다. 세상을 집어삼키겠던 공룡 같은 포부는 어느새 초식이 되어 개풀만 곧이곧대로 뜯어 먹고, 배를 지나는 시간은 유독 소화되지 않은 채 여러 계절마다 고비를 겪는다. 그렇게 청춘의 흐릿함을 눈여기며 흐물거리는 문어처럼 나를 감싼다.
미끄덩하게 잘만 걷던 문어는 돌이켜본 과거에 얽매여 스스로를 빨판에 넣어 엉키고 설키게 되고, 가죽이 뜯어짐과 동시에 떨어진 빨판은 상처에서 터져 나오는 시든 꽃들의 향기를 맡는다. 뒤돌아보면 청춘이라 불리던 그때가 그립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나마 있던 것까지 잃어버리고 소중함을 알았을 때, 비로소 청춘이라 느끼는 것일까. 지금의 세상을 청춘의 시대라 자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청춘일까. 어쩌면 그것은 일종의 가스라이팅일지도 모른다. 우울의 천막에서 벗어나보려는 나의 행동도 결국 그 일부일 테니까.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름들을 기름종이로 닦아 앞을 잘 보이게 하고, 바지끈을 너무 꽉 묶은 탓에 배에 무리가 가는 것도 미지의 웅덩이까지 생각하며, 나라는 존재의 미지함과 작은 존재의 위치를 알게 된다. 그 후에야 내 마음집이 얼마나 좁은지, 단칸방조차 없는 창문 하나 달린 집임을 깨닫는다. 너무나 작은 나머지 다리를 웅크리고 잠들어야 하는 나의 모습은, 병아리가 구겨진 달걀에 불과하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그럼에도 밖으로 빠져나갈 힘이 아직 껍질에 금이 가지 않은 내면에 남아 있음을 느낀다. 책임의 과로사가 아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빠지직의 금이 가는 발버둥에 지쳐 죽고, 밤하늘의 빛과 어둠이 뒤바뀌어도, 여전히 별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을까. 빛나는 천장 사이, 생각에 잠긴 어둠을 나는 칭송할 수 있을까.
위독한 환자를 태우고 달리는 응급차의 사이렌 소리에 대해, 밖의 사람들은 걱정보다는 찡그리는 인상으로 반응하고, 지인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으려 더 크게 말한다. 그러나 아픔 속에서 소리 지르는 환자에게 응급차는 단지 현실의 참혹함일 뿐, 별빛은 그저 외면된다. 청춘! 누구나 지나치며 아쉬워하는 순간, 삶의 일부가 되는 그 순간에도 여전히 그 단어는 너무 밝게만 빛난다. 달콤한 발걸음과 시간을 쥐어잡는 주먹의 의미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되지만, 응급차에 실려 달아나는 아픔에게도, 문어의 빨판에 붙은 시든 꽃잎과 결국 깨지지 않아 영양분이 되어 준 액체 속 그들에게도, 청춘의 생기를 불어넣어 줄 수는 없니.
2. 선인장을 끌어안는 사람
너무나도 깊은 우울에 빠져 있다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한 구덩이에 빠져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발버둥을 벗 삼아
점점 빠져드는 우울의 늪에서
현실의 갈비대를 뽑아
날개의 뼈를 만들고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살집을 찢어
날개피를 만든다
그렇다고 행복할까
갑자기 생겨난 날개를 달아
구덩이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비상에서
나를 구해준 자칭 천사의 날개에는
끈적한 피가 타박하게 흘러내리고 있고
두어 대 금이 가 있는 대를 보고 있자니
출처를 알아버린 이후의 나는
날아가는 동안 결코 행복하지 않으리
비상의 끝을 맛보기 전에
다시 고꾸라지고 말 것이다
미련에 굳어버린 늪에
다리가 으스러지고
갈비뼈가 튀어나오는 지경까지
입맛은 사라져
공기만을 뻐끔 먹고
일어나기 싫어
온몸의 연골이 닳을 때까지
서로를 비빈다
태양빛이 아닌 무드등의 빛에
어스름하게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
부러워질 때까지
나를 몰고 가
어둠이 내 안에 들어오도록
방엔
목만 메달면 된다는 밧줄이 주렁주렁 있고
매번 그것을 간절히 원하지만,
막상 손목조차 걸기 무서운
인간의 이기적임이
가시가 되어
선인장이 된다
맹인은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에 눈물을 흘리고
말 못 하는 사람은
행위의 무서움에 뺨을 때린다
가시를 끌어안는 사람이
이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정의는
채찍을 맞으며
일을 해야만 하는
노예에 불과하다
우울을 기다리는 사람은
그대로 선인장을 끌어안아
가시가 눈에 박히고
입천장을 파고들어
말을 하지 못한 채
등으로는
부서진 날개와 갈비뼈에
채찍을 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