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형 탄산 나무

by 작가미상



이건 오늘의 일기입니다.

2025년 10월 22일 수요일

제목: 매번 나를 향하던 빛에게

굴곡진 그래프를 그리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자주 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이대로 살 것인가, 다른 길로 갈 것인가. 어두운 책상에 덜컥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느 방향이든, 내가 보는 방향만을 따라 일직선으로 빛을 주던 그것이 필요했다.

그것이 있었더라면 태양의 열기조차 국수 가락처럼 길게 뽑혀 나가 공허함만을 쥐고 있던 나의 손에 장미꽃 한 송이 정도는 만들어주지 않을까. 어디에도 없다고 찾지 말고 거울 앞 불 꺼진 나를 보자. 한 번 깨져볼까. 다리도 잃어봐야 스스로 걸어 나갈 용기가 생긴다잖아. 한 번만 깨뜨려보자. 혹시 방 안을 따뜻하게 비춰줄 태양빛을 띤 장미꽃이 될지 누가 알겠어.

다듬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정제됨의 두려움을 쨍그랑 소리와 함께 이겨내보자는 거야.

제목: 두툼한 말벌

검지가 없어

시는 마음으로 써요

아스팔트에 구부정히

죽어 있는 말벌

무엇을 뿜을지 모르는 그것은

진한 화약 냄새만 그득하다

언제 튀어오를까

혹시 너의 눈에 비친

그것의 화려함과

죽은 방향을 따라

갈라지는 빛을 훔쳐본다

아침엔 그득히 부풀다가

밤에만 점화되는 그것을 말야

다섯 갈래로 퍼지며

잠깐, 아침으로 빛내주는

열기를

구태여 네손가락으로 움켜쥐곤

검지 구멍에 반딧불이 보듯

눈을 비춰 세계를 본다

독을 내뺀 채 날개짓하는

반딧불이의 문을 만들어 달라며

말벌이 두툼한 검지로 보이기 시작한다.

제목: 원통형 탄산 나무

매년, 내년의 나를 위한 편지를

단풍나무 앞에 묻는다.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니, 거울아.

항상 앞만 보고 걸어가는 나의 뒷모습만

보고 있었잖니.

너가 비춰주는 뒷세상만을 믿었어.

내가 보는 앞은 삽질하기엔 비좁고

묻으려는 땅조차 얼어버렸어.

개미도 보이지 않고

나오려고 안달인 뒷세상의 편지들만 살아 움직여

우리를 흔들고 있어,

아무도 모르게 아주 조용히.

나도 거울이 될까?

나의 뒷모습을 비추는 앞세상을

내가 비춰 마주할게.

그렇다지만, 내리쬐는 무수한 햇빛이

탄산수처럼 우리를 터트리려 해.

차라리 우리 서로 끌어안아 나무가 될까?

그늘 아래 사랑하는 인연이 놀러올지,

사랑을 맺을지는 모르겠어.

그늘을 만들지, 열매를 맺을지도.

그래도 우리를 아우러 보는

원통형 나무가 되자.

탄산조차 우리의 일부가 되도록,

하나의 음료가 되도록 말야.

나를 닮은 할아버지가 찾아왔네.

너가 수년을 바라본 탓에 생긴

목 뒤 점이 똑같아.

우리의 원통형 탄산 나무 앞에

무엇을 묻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