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일기

by 작가미상



2025년 10월 16일


바람의 끝은 돌고 돌아 제자리라고 했던가. 다른 카페와 잠시 바람을 피운 후, 다시 돌아와 루체테의 단골이 되어 여생의 반을 보내고 있다. 이 카페를 아끼는 이유는 단지 분위기와 작업 환경이 특출나서만이 아니다. 빵빵하던 카페 음악이 점차 작아지는 타이밍, 그 틈 사이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꽤나 잘 들린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사람 구경의 재미가 다소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소 진부한 부분이 있다. 계속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결국 공통된 주제만을 말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그들에게 사랑은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때로는 맛있는 음식 모양 같다가도 가슴을 쑤시는 마체테가 되곤 할까. 루체테야, 너도 그랬니?


하루 네다섯 시간을 루체테와 함께하니, 하나의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간 찾아오는 사람들의 평균 데이터를 종합하건대, 결국 대한민국 사람들의 움직이는 원동력은 아마 사랑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아리따운 여성분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너“는 연애 안 하냐"로 커피를 마시기도 전에 원두를 씹어버린다.


이 연구에서 가장 돋보이는 문제는 사랑이라는 것이 적용되는 대상이 사람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다른 무언가를 사랑할 수는 없는 걸까? 아니면 사람의 대상 가치보다 낮다는 이유로 말하지 않는 걸까? 새로운 연구 주제가 생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책과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온데간데없는 외톨이의 느낌도 든다.


인스타그램을 쑥쑥 훑어보면, 가을 햇빛을 시집에 젖을 때까지 비추곤 "나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며 사진들을 주구장창 올린다. 그들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건, 줄곧 내 주변 손님들의 얘기로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들은 주체만 다를 뿐 해호미(카페)와 바람피우면서 루체테를 사랑하는 척하는 나와 다를 게 없는 걸까. 하는 양심적 고백을 한다.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어디로 가야 하지? 책방에 가면 다들 본인이 더 나은 책을 고른다고 입을 닫은 채 혈안이다. 책 종이를 손으로 '드르륵' 훑어본다라고도 힘들 정도로 짚어 넘어가던데, 더워 죽겠어서 하는 행동이던가 아니면 가을 햇빛 대신 내 눈빛을 받으라고 평단가 낮은 그것을 넣어버린 것일지도.


그렇게 돌고 돌아, 카페가 가장 책을 사랑하는 거구나 하고 결론 내린다. 뭐가 그렇게 다 돌고 돌기를 반복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게 많을까. 오랫동안 같이 살다 죽은 강아지도 내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으련만, 삶이 돌아 삶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은 편파 판정에 의해 죽음으로 끝난다고 설정한 세상이 무섭다.


잘 살고 있는 걸까. 정신머리가 점점 빠져나가는 상황인지라, 최근에는 에어팟도 학교에 두고 오고 시내 공원에서 우산도 두고 온다. 나까지 잃어버릴까 걱정하는 게,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집에서 나오면 손 넣는 주머니를 제외하곤 무엇 하나 곁에 두기도 어렵다.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 정신을 사랑하는 걸까? 와중에 책과 글쓰기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 걸까? 그래도 그 셋은 아직 어딘가 두고 온 적이 없어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