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검사, 그리고 지옥의 나팔관 조영술

난생처음 해본 난임검사, 그 결과는?

by 서울일기

최근 여러 매체에서 여자 연예인들이 "난소 나이"를 측정하는 검사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난임병원에 가기 전까지는 난임검사 항목에 단순히 이 "난소 나이" 측정만 있는 줄로만 알았었다.


하지만, 난임검사에는 실제로 훨씬 더 많은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난소 나이 측정은 호르몬 검사를 통해서 이뤄지고, 이 외에도 자궁초음파, 나팔관조영술, 갑상선 호르몬 검사, 심전도 검사가 있다. 남편의 정액 검사도 필수적이다.


그리고 위 검사들은 하루만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호르몬 검사는 생리 시작 2~3일 후에 해야 하고, 나팔관조영술의 경우 생리가 끝난 직후부터 다음 배란일이 오기 전 사이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초음파를 통해 자궁에 근종이나 용종이 발견되어서 시술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모든 검사와 시술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난임시술에 들어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나의 경우 그 모든 절차를 마치기까지 한 달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난임검사 과정


1. 호르몬 검사


호르몬 검사, 정확히 명명하자면 항뮬러관호르몬(AMH) 분석 검사는 혈액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난소의 기능 및 배란 능력을 확인한다. 일반적으로 3.0ng/ml 이상이면 난자 수가 충분한 편인 것으로 본다고 한다. 검사 당시 나는 만 39세였고, 내 AMH 값은 4.73ng/ml 으로 예상보다 꽤 양호한 수치가 나왔다.


하지만 선생님께 설명을 들어보니, AMH 수치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임신이 잘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한다. 한 여성이 가지고 있는 난자의 개수는 평생동안 한정되어 있는데, AMH는 쉽게 말해서 이 난자의 수량이 검사 시점에서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그러나, 난자의 개수가 단순히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고, 결국 임신이 잘 되기 위해서는 난자의 "질"이 좋아야 하는데, 이 난자의 질은 나이에 비례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AMH가 다소 높게 나왔다고 하더라도, 나이가 많다면 그만큼 임신가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걱정했던 것보다 수치가 훨씬 좋아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나이 때문에 난자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길 들으니 또다시 마음 속에 검은 구름이 드리웠다.


2. 나팔관 조영술


나팔관 조영술은 나팔관이 막혀있는지 여부와 자궁 상태를 확인해보는 검사다. 자궁경부에 조영제를 투입한 뒤에, 초음파를 통해서 조영제가 나팔관을 통해 잘 빠져나가는지를 본다. 생리가 끝난 직후부터 배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할 수 있다. 나는 생리가 끝나고 이틀 뒤에 나팔관 조영술을 받으러 갔다.


나팔관 조영술이 뭔지 너무 생소해서 검색을 좀 해보니, 나팔관 조영술이 고통스럽다는 얘기가 많았다. 특히 나팔관이 정상이면 아프지 않은데 나팔관이 막힌 경우 그 고통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해서 겁이 덜컥 났다.


초음파실 앞에서 두시간 정도 대기를 한 끝에 내 이름이 불렸다. 겁쟁이인 나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잔뜩 겁을 먹은 채 옷을 갈아입고 검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두 분의 여자 선생님들이 계셨는데, 간단히 검사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조영제가 나팔관을 빠져나가면서 생리통이 가장 심한 날 수준의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조영제를 넣고 누워있는데, 갑자기 배에 엄청난 통증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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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통증이 생각보다 너무 심하고, 선생님들한테 들은 "생리통이 가장 심한 날 수준"보다 훨씬 심해서 나는 창피함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정말, 정말, 정말, 내가 여태까지 겪어본 가장 심한 생리통의 적어도 열 배는 되는 고통이었다.


"거의 다 끝났어요. 조금만 참으세요, 이제 조영제 거의 다 나왔어요."


선생님들이 다독여 주셨고, 실제로 검사 시간은 그리 길지도 않았는데, 어찌나 고통이 컸던지 그 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생리통처럼 묵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다가 이내 아래가 뜨거워지면서 무언가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는데, 이 검사로부터 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때의 기억이 잊히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고통이었다.


아직 시술, 임신, 출산은 시작도 안했는데 이렇게 큰 고통을 겪어야 하다니 싶어서 내가 너무 임신을 쉽게 생각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또한, 그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의 시간들을 겪고 임신한다고 생각하니 새삼 이런 과정을 거친 임산부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나팔관 조영술에서 너무 큰 고통을 느껴서, 나팔관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심히 걱정을 하였는데, 다행히 나팔관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정상인데도 이 정도의 고통을 느낄 수 있구나, 싶었다.


3. 갑상선 호르몬 검사와 심전도 검사


임신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갑상선 호르몬도 중요하다고 한다. 임신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추후 임신 중 태아에게도 중요한 호르몬이라고 들었다. 혈액 검사로 진행되고, 난임센터 내에 있는 내과에서 별도로 검사 결과 분석과 진료를 받아볼 수 있었다. 남편도 갑상선 호르몬 검사를 별도로 받았다.


심전도 검사의 경우, 전신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 진행하는 검사다.


갑상선 호르몬 검사와 심전도 검사는 특별히 고통을 수반하는 과정은 없어서 조금은 편해진 마음으로 받았다. 검사 결과에서도 감사하게도 별 이상이 없었다.


4. 자궁 초음파


자궁 초음파는 난임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시점부터 병원에 방문할 때마다 진행되었다. 생리 2-3일째와 배란일에 각각 자궁의 상태-내막 두께와 난포 상태-를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난임병원에 갔을 때, 제일 먼저 자궁 초음파를 하러 초음파실에 갔었는데, 이름이 불려서 들어간 검사실에서 자리에 앉자마자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하고 바로 기계가 아래로 쑥 들어와서 깜짝 놀랐었다. 병원을 다니면서 차츰 적응이 되었지만, 처음에 갔을 때는 아프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던 것 같다.


난임병원이 워낙 공장 식으로 초음파실, 채혈실, 진료실을 왔다갔다 하는 시스템인데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계속 해서 드나드는 상황이다보니 어쩔 수 없기도 하고, 내가 처음 병원에 갔던 날 유독 사람이 많아서 더욱 그런 상황이었던것 같다. 다행히 병원에 다니면서 이후에는 그렇게 놀라거나 아픈 일은 더이상은 없었다.


5. 정액 검사


남편의 정액 검사는 난임센터 내에 있는 비뇨기과에서 진행되었다. 병원에서 남성 본인이 직접 정액을 채취해서 제출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남편에게 단 한번도 그 과정을 굳이 물어보진 않았다. 검사를 했다고 하고 결과가 나왔으니 뭐 알아서 했겠지, 그런 생각이었다.


정액 검사에서도 다행히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영양제 처방


검사를 진행하면서, 병원에서는 꼭 먹어야 할 영양제 목록을 주었다. 엽산, 비타민D, 코큐텐, 그리고 오메가3였다. 언젠가부터 영양제를 잘 먹지 않았었다가 간만에 영양제들을 구입했다. 당연히 남편도 영양제를 먹어야 한다.


검사 결과 의외로 비타민D가 꽤 부족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비타민D의 경우 2,000단위를 먹어야 한다고 들어서 인터넷으로 구입해서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나에게 자궁 근종이 생기다니?!


감사하게도 대부분의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어쩐지 불안하더라니.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간 날, 자궁에 0.5cm 정도의 아주 작은 혹이 생겼고 이 혹이 근종인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크기는 매우 작은데 위치가 아기가 자리 잡아야 할 곳이라서 빨리 떼어 내고 임신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선생님 소견을 들었다.


1년 전쯤 건강검진에서도, 8개월 전쯤 산부인과에 들러 해본 검사에서도 자궁이 깨끗하다는 소견만 들었었는데, 그 사이 이런 것이 생기다니... 내 마음은 걱정과 건강 관리에 안일했던 나 자신에 대한 후회로 까맣게 타들어갔다.


다행히 간단한 자궁경 시술로 가능하다고 하여, 며칠 뒤로 시술 날짜를 잡고 병원을 나왔다. 남편이 거듭 위로해주었지만 벌써부터 순탄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심란하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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