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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일기 Jun 24. 2023

포기하고 싶은 마음

그러나 포기하지 말자는 다짐


시험이 한달 남았다. 3년전 여름에 시작했던 여정이 드디어 거의 끝무렵에 다다른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자꾸 두렵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삐죽삐죽 거린다. 


마무리하지 못한 복잡한 일들이 아직 쌓여있어 마음의 짐이 한가득이다. 가급적 야근을 하지 않으려고 점심시간을 활용하기도 하고 30분 정도 늦게 퇴근하기도 하지만 데드라인들이 속속 다가오니 계속 야근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우리팀이 한참 바쁜 시기인데 공부를 위해서 휴가를 쓰는 것에 죄책감이 밀려온다.  


7월 초에 부서가 바뀔 수도 있고, 또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니 생각하지 않으려 하지만, 마음 한켠으로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집에 돌아와도 마음에 걸리는 일들을 털어내기가 여전히 쉽지 않다. 회사생활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일도, 사람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 회사생활에선 뭐든 "적당히" 하는 것이 좋은것 같은데, 일도, 사람도, 나는 아직 그 적당한 선을 못찾은 것 같다. 나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아야 하지만 때론 나를 드러내야 할 때도 있는것 같아서, 그게 참 어렵다. 


드러내지 말아야 할 때, 과한 열정이나 고집이 불쑥 튀어나올 때도 있고 드러내야 할때, 자신있게 드러내지 못하고 숨을 때도 있다. 아직 나는 갈길이 먼 것 같다. 사람들과 부딪혀 가며 일을 하는데 있어 나는 너무 부족함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이렇게 자꾸만 위축되려고 하는 마음 때문에 더욱 어렵고 힘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부 진도는 한참 밀려있다. 나의 열정과는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아 책상에 앉아있기 힘든 날도 있고, 회사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와서 나를 위해서 쓸 에너지는 얼마 남지 않는 날도 있다. 책상 앞에 앉아서도 회사 일을 고민하는 시간도 있고, 이해되지 않는 문제로 씨름하며 고민하는 때도 있다. 그 와중에 지원서 내용에 대한 추가 증빙을 하라는 요청을 받으면서 멘붕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라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알기에 공부가 덜 되어 있고 당장 최적의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면 그 다음도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그냥 포기해버리자, 우리 쉽게 가자는 마음의 소리에 계속해서 반박하고 또 반항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나는, 어려운 상황들 속에서 꾸역꾸역 최선을 다해오다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으로 포기해버린 경험을 많이 했었다. 마음속 깊이 안 될거라고 생각했고, 내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지 못했다. 그래서 20대 마지막에 내게 왔었던 기회를 놓쳐버리고 두고두고 후회했고,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좀 더 독하게, 내 자신을 위해서 집중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미리 포기해버리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어차피 지금의 주어진 상황이 내게는 최선이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공부하기에 이만큼 좋은 환경이었던 적은 없었다. 이 상황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가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 무엇보다, 이번 관문을 통과해야 다음으로 갈 수 있다. 언제까지나 제자리걸음만 할수는 없다. 주어진 삶을 살지 말고, 원하는 삶을 한번 살아보자. 그러기 위해서 이 압박을 조금만 더 견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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