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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Jul 01. 2019

초저렴 물가? '진실 혹은 거짓'

몰타를 말하다, 5

유럽의 필리핀?

진실을 말하다



   몰타에 단순 여행을 가는 사람보다는 한 달 이상 몰타에서 생활하고자 하는 이들, 혹은 몰타로의 연수를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건 역시 현지 ‘물가’일 것이다. 하지만 경제상황이라는 것이 시시각각 변하고 화폐가치나 환율 또한 그러해서, 몰타의 물가는 이러이러 하다라고 쉽게 정의내리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



  그럼에도 굳이 대략적으로 느꼈던 체감 물가를 요약해보자면, 절대 ‘비싸진 않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겠다. 몰타에 머물 당시 매달 가계부를 작성한 것을 살펴 따져보면, 오히려 한국에서 있을 때보다 소비를 덜 한 달이 많을 정도다. 특히 언급한 대로 식비가 무척 저렴하다. 자취를 해본 적이 없어 한국에서 생활할 땐 식비에 매일 돈을 쓸 일이 거의 없었긴 했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같은 것들을 사먹고 생활했다면 분명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을 게 분명하다.


  특히 해산물이 아주 싸지는 않다고 해도 한국보다는 싼 편이다. 고기 가격도 그렇다. 과일이나 유제품 가격도 한국보다 저렴하고 다양하다. 채소 가격은 대략 비슷한 수준. 파스타나 라자냐 같은 식재료는 여러 번 언급하듯 구매 시 거의 부담이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다만 우리가 한국에서 먹는 ‘쌀’의 경우 파스타 면에 비하면 값이 비싸긴 하다.



  외식의 경우는 어떨까? 웬만한 레스토랑에서 파는 파스타는 한 접시 당 10유로 내외, 즉 한화로 대략 만 오천 원 가량이다. 그보다 싸거나 약간 비싸다고 생각하면 가늠이 될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조금 비싼 듯 느껴지지만, 사실 웬만한 한국의 이태리 레스토랑에서도 파스타를 먹으려면 그 정도의 값은 지불해야 하지 않던가. 큰 기복 없이 매우 훌륭한 맛을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몰타에서 외식비로 지출하는 돈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카페 음료 가격도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 오히려 한국에 있는 값비싼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의 아메리카노 가격과 비교하면 몰타가 싼 측이다.


   다만 ‘물’이 비싸다. 카페건 레스토랑이건 물은 돈을 지불해야만 마실 수 있다. 물을 얼려 만든 얼음도 당연히 비싸다. ‘얼음’이 들어간 모든 음료가 일반 음료보다 비싸다. 같은 음료여도 따뜻한 음료(HOT)와 차가운 음료(ICE)의 가격차가 꽤 크므로 유의해야 한다.


  저렴한 몰타 물가의 매력을 잘 알아볼 수 있는 영역(?)은 바로 과자의 세계다. 몰타에서 ‘과자 중독’으로 한동안 고생을 깨나 했다. 태어나 그렇게 다양한 브랜드의 과자를 만난 게 거의 처음이었다. 나중엔 삼시 세끼 밥 안 먹어도 과자는 먹어야 했고, 과자를 먹지 않은 날엔 잠을 잘 못 이룰 정도로 과자중독이 심화됐다. 이탈리아산 쿠키를 이탈리아에서 사는 것보다 몰타에서 사는 것이 저렴할 때도 있을 만큼 몰타의 과자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기까지 하니, 더 많이 눈이 돌아갔을 수밖에. 아아, 과자천국 몰타여.


  식비에 부담을 느끼진 않아도 되지만, 각종 의류나 생필품을 사는 데엔 때때로 각오(?)를 해야 한다. 한국에서 옷을 아무리 바리바리 싸와도 막상 생활하다 보면 옷을 구매해야 할 때가 있는데, 몰타의 옷가지들은 가격대가 꽤 비싼 편이다. 몰타 전역에 옷가게가 많지도 않다.  그나마 옷가게에서 파는 것들도 그렇게 시선을 끌 만큼 화려하거나 세련된 느낌은 아니다. 물론 취향차이도 있겠지만, 패션산업에 있어서 몰타가 딱히 선구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문구류도 비싸다. 공책을 사려고 문구점에 갔다가 기겁했던 적이 있다. 얇은 공책 하나에 오천 원이 훌쩍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펜도 저렴하지 않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문구점에만 가면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던 필자에게 몰타는 문구지옥(?)이었다.


  설상가상 책도 저렴하다고 말할 수 없다. 몰타에서의 생활이 더 의미 있었으면 좋겠단 심보로 혼자 서점엘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고심 끝에 고른 적이 있는데, 얇은 동화책마저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몰타의 집값은 어떠할까? ‘몰타 연수’가 각광받는 이유 중에 하나는 몰타가 어학연수지로서 매우 저렴한 물가를 자랑하기 때문인데, 가장 큰 이유가 아마 집값에 있지 않겠나 싶다. 같은 기간 동안 유럽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국가인 ‘영국’이나 ‘아일랜드’에서 머물 때와 ‘몰타’에 머물 때, 지불해야 하는 집값의 차이가 매우 크다. 훨씬 저렴한 집들이 많다. 생활비 자체가 저렴하고 물가수준이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사는 데에도 큰 부담이 없다.


  단언컨대 몰타는 ‘물가 지옥’은 아니다. 씀씀이가 헤프지 않다면, 한국에서보다 훨씬 절약하며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머무는 곳이 그래도 ‘유럽’이라고 생각하면 몰타는 참 기특한(?) 나라이기도 한 셈이다.


  그런데 옛말에 틀린 말 하나 없다하지 않던가. 다소 뻔한 말이긴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뭐든 다 자기하기 나름이라는 사실. 외국에 살고 있단 흥분감에 매일 외식을 하고, 신상품이 업데이트(?) 될 때마다 쇼핑을 하고…… 이런 소비패턴이면 지구 위 어느 나라를 가도 눈 깜짝할 새 파산하기 십상이다.


조금은 진부한 말이지만, 정말이지 모든 건 자기하기 나름. 살아간다는 건 늘 그런 것일테다.  ●


[ 다음 연재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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