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를 말하다 1
‘몰타’ ‘몰타’ ‘몰타’ 그렇게 화두를 꺼냈으나 ‘몰타’란 이름에 익숙하지 않을 누군가에겐 여전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어딘가엔 몰타가 나라 이름인지 아니면 이웃집에 사는 귀여운 강아지 이름인지 구분이 어려울 만큼 아예 ‘몰타’에 대해 모르고 계실 분들도 분명! 계시리라 생각한다. 왜냐고? 필자가 그랬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몰타 어학연수’라는 연관 검색어의 키워드를 처음 보았을 때 아마도 ‘몰타’라는 닉네임을 가진 유명 파워블로거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괴이한 추측을 해 본 적도 있다.)
하여 몰타에 살면서 직접 보고 느끼고 체감한 것들을 ‘가장 솔직한 언어’로 풀어내 보고자 한다. 물론 이 최첨단 인터넷 시대에서 스스로 얻지 못할 정보가 어디 있으랴. 검색을 통하면 그야말로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다 캐낼 수도 있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 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있다. 과거에 필자가 경험했듯, 여전히 검색창에 ‘몰타’를 치면 나오는 조금 과장되거나 허위적인 정보들에 누군가가 혼란스러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비록 다분히 개인적인 느낌과 생각을 서술하기에 이 역시 몰타란 나라에 대한 완벽한 정보가 될 순 없으리라. 하지만 한 편의 영화를 끝까지 본 사람만이 그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손꼽아 이야기할 수 있는 법! 몰타를 직접 가봤기에 몰타가 남겨준 인상에 대해 보다 가감 없이 전달할 순 있다고 본다. 차근차근 ‘몰타’란 나라로 여행을 떠나보자.
유럽 남부 지중해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나라. Republic of Malta. 정식 명칭은 ‘몰타 공화국’이다. 여섯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제도(諸島)로 이루어진 섬나라이기도 하다.
지리에 밝지 않은 이들에겐 유럽의 남부가 대강 어디쯤 인지도 헷갈릴 수 있겠다. 정확히 말하자면 몰타는 유럽 전도에서 장화 모양으로 존재하는 이탈리아 아래 아주 붙어있는 나라다. 더 콕 집어 말한다면, 이탈리아에서도 남서부에 위치해 지중해 최대의 섬이라 불리는 이태리 ‘시칠리아’라는 섬과 가까이 있다. 시칠리아 섬에서 남쪽으로 90km가량만 더 내려오면 금방 만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몰타. 그러니 몰타에 대한 이미지는 자연스레 ‘이탈리아와 매우 가까운 섬나라’로 인식되곤 한다.
왜 그런 말이 있잖던가. 가까이 있는 친구를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말.
‘이탈리아와 가깝다고? 오, 그렇다면 몰타는 분명 이탈리아와 비슷한 느낌의 나라일 거야. 풍요로운 문화와 여유의 낭만이 마구 샘솟는다는 만인의 로망 유럽, 이탈리아와 비슷한 아기자기한 섬나라!
좋다 좋아! 게다가 유럽연합(EU)에도 가입된 국가라고 하니 그야말로 ‘유럽’의 분위기를 물씬 간직한 예쁜 나라일 테지. 그래! 몰타는 분명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유럽 국가일 거야!’
아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유럽 국가로서의 몰타를 너무나 많이 기대해서였을까? 맨 처음 도착해 마주한 첫인상에 나는 황망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교과서에서 봐오던 유럽의 웅장한 건축물은 어디에도 안보였기 때문이다. 외려 인터넷에서 보던 아름다운 몰타 풍경사진에 왠지 낚인 것 같은(!) 배신감마저 감돌았다.
색깔로 말할 것 같으면 몰타는 ‘베이지(Beige)’ 혹은 ‘옅은 황토색’ 느낌의 나라다. 몰타 공항에 내려 등록해두었던 학교에서 픽업 나온 스태프를 찾아, 그가 몰고 온 봉고차에 짐을 싣고 기숙사로 향하는 길… 창밖에 보이는 몰타는 심하게 말하면 꼭 전쟁을 막 끝낸 나라 같은 모습이었다. 모든 게 옹기종기 붙어있는데, 그 색깔이 다 빛바랜 베이지색이다. 어느 지역이 어느 지역인지 쉽게 분간도 안 가고, 공항에서부터 이동한 탓인지 보석같이 눈부시다는 바다마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대체 이 나라, 섬나라가 맞긴 한 걸까? 나 혹시, 비행기에서 잘못 내린 거 아냐?
그렇다. 시간이 지나고 시내로 들어서니 베이지색 건물들 사이로 군데군데 제주도에서 갔을 때 봤던 야자수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길가 야자수들의 줄지은 행렬을 지나니 세상 모든 빛을 흡수한 듯 반짝반짝 출렁대는 지중해 바다가 펼쳐진다. 그럼 그렇지. 저 바다 하나만으로도 몰타는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라는 수식을 달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몰타가 이탈리아와 마냥 비슷한 나라라고 지레짐작한다면 그건 오산이라 단언할 수 있다. 오히려 몰타는 정식 유럽연합 소속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그 환경이 마냥 유럽 같진 않다. 오히려 ‘아프리카’의 느낌을 일부 가진다. 그 이유를 몰타를 떠날 때쯤 돼서 들른 네 번째 틈새 여행지, 모코로에 방문한 이후 알게 됐다.
어린 왕자가 사막 여우를 만났다는 사하라 사막을 꼭 거닐어 보고 싶어 혼자 야심 차게 떠났던 곳. 설렌 맘을 그득 안고 떠난 아프리카 모로코였는데, 모로코 중심에 있는 마라케시 공항에 발을 내딛자마자 나는 이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럴 수가! 아니 여기, 왜 이렇게 몰타랑 비슷한 거니!”
몰타는 유럽과 아프리카의 딱 중간적 성격을 띄우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몰타는 이탈리아와 가까이 있지만 사실상 지리적으로 북아프리카와도 매우 맞닿아 있는 나라다. 지중해의 위쪽이 유럽 반도고 아래쪽이 아프리카 반도. 즉, 지정학적 위치로 봐도 몰타는 지중해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 딱 절반 즈음에 몰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남부와 아프리카 북부의 특징들을 굵직굵직하게 공평히 나눠 갖고 있는 것이다.
몰타에서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유럽의 모습은 특유의 ‘여유로움’이다. 몰타 사람들의 생활 모습 자체가 조급하기보단 여유롭고 느긋한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건축물, 특히 성당의 모습에서도 유럽의 분위기가 십분 묻어난다. 국민의 90% 이상이 가톨릭 종교를 갖고 있는 몰타에는 곳곳에 많은 성당들이 있는데, 겉모양은 조금 상이해도 화려한 내부만큼은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의 타 유럽 국가에서 보았던 성당과 상당 부분 흡사했다.
그러나 몰타는 분명히 아프리카와도 닮았다. 앞서 언급했던 지중해의 중심에 위치했다는 지정학적 요건 상, 몰타는 가톨릭 국가지만 역사적으로 이슬람교나 페니키아 등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운명이었다. 실제로 몰타는 잘 알려진 대로 영국의 지배뿐 아니라, 한 때 아랍의 지배를 받기도 했던 나라다. 그래서 곳곳에서 이슬람 양식을 띈 건축물도 꽤 눈에 띈다.
누군가 이런 물음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완전히 유럽 같거나 완전히 아프리카 같은 것도 아니라고 하니 몰타의 매력은 도대체 뭐냐고 말이다. 나는 그만큼 독특하고 셀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나라가 바로 몰타라고 말로 대답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마냥 유럽도 아니지만 마냥 아프리카도 아닌 고유의 지중해 향기를 품은 나라, 몰타. 몰타는 반드시 직접 가 봐야 한다. 그래야 그곳이 왜 지중해의 “보석”이라 불리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다음 연재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