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깨달은 아빠 마음
아빠는 감기도 잘 안 걸리던 사람이었다. 체격만큼 목소리도 컸던 아빠는 집에서 재채기를 하면 아파트 통로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성질도 보통이 아니었기에 화가 나면 정말 무서웠고, 그래서 아빠 걱정은 한 적이 없었다. 아빠는 나에게 늘 어른이었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보내고 다시 아이를 갖고 낳으면서 아빠 건강을 생각해 “금연하지 않으면 손주 못 안게 할 거야!”라고 선언하자. 바로 담배를 끊은 사람이었다.
첫 손녀를 향한 아빠의 사랑은 각별했다. 난 그 모습이 좀 낯설었다. 저렇게 사랑표현을 많이 하는 아빠라니 신기하기도 했다.
확실히 손녀로 인해 느슨해진 아빠는 예전보다 보기 좋았다. 어쩌면, 우리를 키울 때도 이런 사람이었지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더 사납고 단단하게 굴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자식을 키우면서 느끼는 부모의 감정들을 깨달을 때마다 아빠 생각을 했다. 힘들고 괴로워서 종종 울고 싶을 때 아빠는 어디서 울었을까?
내가 아픈 것보다 자식이 아픈 게 이렇게 마음이 쓰리다는 걸 깨달으며, 아빠가 안쓰럽고 속상해서 한참을 울곤 했다.
그 언젠가 아빠가 어떤 노래를 듣고 벨소리를 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트로트도 아니고 가요였는데 왜 그 노래가 좋았을까 싶어 그 노래를 찾아보던 날.
그 노래를 틀어놓고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
JTL - a better day
A Better day 왜 날 떠나갔어
Another way 아무런 말없이
아름다웠던 우리들의 추억
이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