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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딸래미 빵티셸 Jun 20. 2024

#19 아빠는 평생 안 아플 줄 알았어.. (2)

뒤늦게 깨닫는 아빠 마음


친정오빠와의 전화를 끊고, 바로 주변 지인들 중 병원 쪽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아빠가 지금 입원해 있는 곳은 동네에서 큰 병원일 뿐 대학병원 급은 아니었기에 뇌수술을 진행하기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의견을 듣고 난 후, 같은 지역 내에 있는 뇌센터 보유 대학병원으로 일단 옮기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다행히 아빠는 뇌출혈이긴 하나 의식이 있었기에, 진행한 자료들을 백업해 달라고 요청한 후 그 병원으로 갔다.


급한 대로 응급실로 들어가서 입원을 할 생각으로 퇴원해 달라고 하니 그 병원에선 몹시 불쾌해했다.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곳도 아닌 ‘뇌’ 이기에 병원을 옮기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 병원 퇴원할 때 의사가 하던 말도 똑똑히 기억한다.


“ 이 환자분 옮기다가 죽을 수도 있는데 가시게요? ”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아빠 의식이 너무 분명했고, 눈 맞춤이며 인지능력도 그대로에 두통만을 호소했기에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응급실에 도착 후 아빠의 혈압은 180-190이었고, 고통을 계속 호소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내가 혹시 잘못 판단한 건 아닐까, 내내 마음 졸이고 있었는데, 진단명이 나왔다.


엑스레이상에도 뇌출혈이 맞는데, 출혈이 어디서 났는지 알 수 없는 상태. 그렇다고 계속 출혈이 나는 건 아니고 멈춘 걸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뇌가 부어있는 상태였고, 이것을 확인해 보던 중 뇌동맥꽈리를 발견해서 이 부분이 위험하기에 수술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것이 의사 소견이었다.


일단 뇌 압을 내리면서 뇌출혈을 지켜보기 위해 입원을 진행했다. 한바탕 쏟아낸 친정오빠와는 어쩔 수 없이 대화를 해야 했다.


나는 아이들이 어렸고, 아빠 병원엔 보호자가 상주해 있어야 하므로 둘이 교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아빠의 병으로 인해 우리 가족은 다시 뭉치게 되었다. 오빠는 거듭 나에게 사과했고, 나는 오빠를 향한 내 감정보다 지금은 아빠의 건강이 더 중요했기에 다 묻어두고 아빠 병간호에만 신경을 썼다.


다행히 더 뇌출혈은 보이지 않아, 퇴원을 한 후 수술날을 잡는 것이 어떤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밤에 전화벨이 울렸다.


“아빠가 갑자기 너무 아파.. 퇴원을 못할 거 같아”


내가 있을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무슨 소리지? 너무 놀라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새벽 1시쯤  병원에 도착했다.


아빠가 갑자기 열이 나고 몸이 아파서, 벌벌 떨고 있었다. 간호사에게 상황을 들으니 해열제를 맞고 있고 병원 조치는 했다는 듯이 말했다.


고열이라 발이 차갑고 오한이 오는 상황이라, 병원에만 있던 사람이 이게 무슨 일이지 싶어 아빠를 막 살펴봤다.


그런데 해열제가 들어가는 링거 방울이 떨어지질 않는 것이다.


화가 나서, 지금 이게 해열제가 들어가는 게 맞아요? 저 해열제 언제 꽂았는데 아직도 안 들어간 게 맞나요? 꼬치꼬치 캐묻자 그제야 간호사들이 와서 바늘을 살폈다.


알고 보니 바늘이 혈관 벽면 쪽으로 향해있어서 해열제가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빠는 병원에서 쌩으로 앓아야 했고, 나중에 확인한 결과 병원 측 관리 잘못으로 정맥염( 주삿바늘 들어가는 곳 주변 청결관리를 안 한 결과로 생김 ) 이란 진단이 나왔다.


또 한 번 아빠를 잃는 줄 알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수간호사가 와서 사과했지만, 나는 그 병원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더불어 퇴원하는 날 수술 날짜를 잡으라며 날 보자마자 반말로 사람을 깔보던 담당의사를 보면서 아빠를 설득했다.


그동안 여기 병원 크니까 이곳으로 다니면 안 되겠냐고 다른 큰 병원을 가길 꺼려했던 아빠였다.


“이렇게 의사를 믿을 수 없는 곳에 아빠를 맡길 수가 없어. 힘들더라도 서울 큰 병원으로 가자”


그때였다. 언제나 내 보호자였던 아빠를 내가 보호하기 시작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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