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눕피 Mar 12. 2019

첫 뉴욕 여행, 그 가슴 아픈 이야기

사흘을 돌아다니고도 알아채지 못했던 건 나의 불찰이다.

내가 미국 뉴욕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행 간 건 2010년이었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한 나는 공항 밖으로 빠져나가 뉴욕의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고 곧바로 아이팟 클래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미리 예약해둔 한인 민박집의 주인아주머니께서 운전하는 SUV 차량에 올라타 숙소로 향하는 길에 Mobb Deep맙딥의 'Survival of the Fittest'와 Nas나스의 'NY STATE OF MIND'를 급히 재생했다. 그 우중충하면서 먼지 냄새로 가득한 두 노래를 듣지 않고는 내가 뉴욕 땅을 밟고 있다는 이 현실을 스스로 확실히 설명할 길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의 뉴욕 여행을 빛내 주었던 두 장의 힙합 명반


숙소에 짐도 풀었겠다 본격적인 나흘 간의 뉴욕 여행은 비로소 시작되었다. 한 손에는 아이팟 클래식을 쥐고, 두 귓속에는 이어폰을 꽂고 나는 뉴욕 흑형들의 진한 감성에 잔뜩 취해 두려울 것도, 망설일 것도 없는 기세로 그렇게 뉴욕의 거리와 명소를 자신감 있게 돌아다녔다. 하지만 회색 도시 뉴욕의 추위는 한국의 그것과는 달리 너무나도 매서웠다. 따라서 나는 멋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한 아울렛 매장에 들어가서 타미힐피거의 아주 두툼한 검정 패딩을 하나 싸게 후려쳐 구매했다. 그렇게 나는 따뜻하게 내 몸을 감싸 주는 타미힐피거의 검은색 패딩을 입고 나흘 동안 뉴욕을 싸돌아다녔는데, 그것이 여성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뉴욕 여행을 모두 마치고 나서였다. 허리선이 유난히도 잘록했던 그 패딩을 나는 어머니께 선물로 드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텔레비전에 아는 사람이 나오는 나이가 된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