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머프 말고 스마프를 좋아했던 이상한 남자 고등학생의 이야기.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는 일본의 국민 아이돌 그룹 ‘SMAP’에 빠져 있었다. 스머프도 아니고 스마프를 좋아했다고? 그렇다. 어차피 스머프를 좋아해도 스마프를 좋아해도 이상한 놈이긴 매한가지였을 테니, 나는 그냥 스마프를 좋아했던 거다. 사실 남자 고등학교에 다니는 대한민국의 17살 먹은 사내새끼가 일본의 남자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었다. 따라서 나는 나의 정체성을 철저히 숨겨야만 했다. 미국의 정통 힙합 음악만을 듣겠다며 거침없이 ‘힙-부심’을 부리던 내가 일본 남자 그룹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다니. 우연히 멤버 기무라 타쿠야가 출연한 드라마를 한 편 본 것이 화근이었다. ‘롱 베케이션’이라는 제목의 트렌디 드라마였는데, 환상적인 기무라 타쿠야의 얼굴, 잘 어울리는 긴 머리 그리고 1996년작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던 드라마의 세련미 등이 합쳐져 나를 자극했다. 이후, 나는 세상의 모든 배우 덕후들처럼 그가 출연한 드라마를 하나하나 다 챙겨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것으로도 성이 차지 않았던 나는 SMAP의 멤버 5명이 총출동하는 ‘스마스마’라는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손을 뻗게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멤버 이나가키 고로, 카토리 싱고, 쿠사나기 츠요시, 나카이 마사히로까지도 좋아해 버리고 만 것이다.
그즈음의 나는 ‘대한민국에는 왜 SMAP 같은 국민 아이돌이 없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자주 안타까워하였다.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충만한 프로 의식, 때로 매우 진지함, 가진 남자의 여유 그리고 전 국민을 아우르는 멤버들의 균형미와 개성까지.
2016년 12월, SMAP는 공식 해체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해체설이 나돌고, 구태여 해체 번복 선언까지 열심히 하더니만 진짜로 휭 가버렸다. 그룹 해체의 이유는 복합적이었겠으나, 기무라 타쿠야와 나머지 멤버들 사이의 불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들 한다. 28년 넘게 몸담아 온 기획사 쟈니스로부터 빠져나와 SMAP의 전 매니저를 따라 5명의 멤버가 독립을 추진하던 중 기무라 타쿠야가 쟈니스 잔류를 선언하며 나머지 멤버들의 뒤통수를 때렸다는 것이다. SMAP의 팬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기무라 타쿠야는 고집 있고 자존심이 강하며 승리욕이 세고 잔소리가 많은 사람이다. 즉, 쌓인 것이 터졌을 것이다. 역시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는 진리의 말씀은 이렇게 또 1승을 거두는 것인가.
오늘 문득, SMAP가 너무 그립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아이팟 클래식에 ‘스마스마’를 넣어서 몰래 즐기던 그때가 지독하게 그립고, 주말을 통째로 날려가며 기무라 타쿠야의 드라마를 몇 번씩이나 다시 보던 그 시절의 내가 그립다. 무엇보다 다섯 멤버의 풀샷을 다시는 새로이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들의 마지막 작별 인사는 또 왜 그토록 슬프게 찍어야만 했던 건지.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이 말한 ‘일본은 야만이다’라는 말이 과격하게 느껴지지 않고 마음에 와닿는 건 왜일까.
음, SMAP는 떠났지만, 내 마음 속 SMAP는 영원하리! 공허한 외침이다.
2017년 어느 날.
스눕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