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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May 17. 2019

힙합 음악으로부터 영감 얻어 디자인한 베르사체 운동화

베르사체의 슈즈 디자이너 살레히 뱀버리와 래퍼 RAEKWON

힙합 씬은 말할 것도 없지만 패션 씬에서도 '흑인'들의 활약이 대단하다는 걸 체감하는 요즘이다. 외국의 라이프스타일/패션 매거진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으면 온통 검은 얼굴들이 쉴 새 없이 튀어나와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지곤 한다(물론 금세 다시 일어나지만). 예를 들면 오는 5월 24일에 성수동 대림창고에 방문 예정인 OFF-WHITE의 Virgil Abloh버질 아블로 선생님부터 이미 최근에 한국을 한 차례 방문한 바 있는 A-COLD-WALL의 Samuel Ross사무엘 로스 선생님 그리고 Versace의 Salehe Bembury살레히 뱀버리 선생님까지 모두 피부색이 어둡다.

이들의 공통된 피부색만큼이나 재미있는 사실은 바로 이들을 하늘 높이 뛰어오르도록 적절한 타이밍에 디딤판을 대준 선생님이 바로 래퍼 Kanye West카니예 웨스트 선생님이라는 점인데, 단지 '힙합'이나 '패션'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이 시대에 대중문화/예술계(?)에서의 끝내주는 성공을 원한다면 '카니예 웨스트'가 그야말로 kanye-approved(칸예 인증 완료) 도장을 쾅 찍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오늘의 짧은 이야기는 앞서 잠깐 언급한 바 있는 Versace의 수석 슈즈 디자이너 살레히 뱀버리가 디자인한 The Chain Reaction이라는 운동화의 디자인에 어떤 힙합 앨범 하나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별 시답잖은 사실에 관한 것이다(사실 여기 나의 이 브런치 글들은 죄다 영양가 없는 쓸데없는 정보들의 나열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이 곧 스눕피 브런치의 본질이다).


Salehe Bembury (출처: Grailed)


Versace의 The Chain Reaction은 아래의 이미지와 같이 두툼한 체인(Cuban Link Chain)을 연상시키는 아웃솔과 미드솔의 모양이 인상적인 스니커즈인데(언뜻 마시멜로 같기도 하다), 미국의 힙합 그룹 Wu-Tang Clan우탱 클랜의 멤버 Raekwon래퀀의 솔로 명반 [Only Built 4 Cuban Linx]를 듣고 있던 디자이너 살레히 뱀버리의 머릿속에 우연히 훅 꽂힌 영감 위에서 만들어진 신발이라고 한다(오랜 미국 힙합 팬이라면 이 명반을 잘 기억하고 있고 또 즐겨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 아직 안 들어보신 분이 계시다면 한 번쯤 앨범 전체를 들어보시길 강력히 권한다. 90년대 힙합의 뜨거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Versace The Chain Reaction (출처: Footwear News)
Versace The Chain Reaction (출처: Anrosa)
Versace The Chain Reaction (출처: Sneaker Bar Detroit)


Raekwon과 Only Built 4 Cuban Linx (출처: getondowntv)


힙합 씬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아마 Cuban Link Chain이 도대체 뭘 말하는 건지 잘 모르실 텐데, Cuban Link Chain은 쉽게 말해 미국의 래퍼들이 환장하는 주얼리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또 다른 환장의 대상 Rolex 시계의 프레지덴셜 브레이슬릿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대단히 환장들을 한다. 아래 사진에서 래퍼 Jay-Z가 목에 두르고 있는 황금색 소시지 다발 같은 것이 바로 Cuban Link Chain이다. 어떻게 베르사체의 체인 리액션 스니커즈의 아웃솔과 어느 정도 닮았다고 느껴지시는지?


미국 힙합의 황제 Jay-Z의 목에 걸린 무려 5kg의 Cuban Link Chain, 목 근육을 따로 키울 필요가 없겠다. 얼마일까? (출처: Tumblr)
Versace The Chain Reaction (출처: Hypebeast)
Rolex의 Presidential Bracelet (출처: Quora)


언젠가 뉴욕의 아티스트 Tom Sachs톰 삭스는 ‘음악은 영적 체험의 최고봉’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세계 음악 시장의 큰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미국 음악 시장을 완벽히 뒤흔들며 사실상 장악해버린 ‘힙합’이라는 장르의 파워는 그것이 생각하고 말하고 그리는 특정한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힙합 리스너들의 말과 행동에 자연스레 묻어 나오는 것으로써 증명되지 않나 싶다. 그것이 예술가에게 가 닿으면 뭐 말하나 마나 아니겠는가.

살레히 뱀버리는 2018년 5월 Sneakers Magazine과의 인터뷰를 통해 힙합은 이 시대의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시 흑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힙합에 관한 호의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할 테지만, 그런 걸 배제하고 생각하더라도 나는 힙합이 이 시대의 문화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그의 발언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알게 모르게 힙합 문화 속의 스타일이 우리의 삶 곳곳에 은근히 젖어들고 있는 것이다(패션의 스타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걸 확실히 느낄 수가 있다. 나 혼자만의 망상이라면 나중에 누가 나를 흠씬 두들겨 패도 좋다. 기꺼이 얻어 터지겠다.



[투머치-인포메이션]


1_ 살레히 뱀버리는 Cole Haan콜한의 혁신팀에서 콜한 구두와 나이키 루나그랜드와의 만남을 주도한 바 있고, 카니예 웨스트의 Yeezy 시즌 3와 4의 컴뱃 부츠와 밀리터리 부츠 디자인과 Yeezy Boost 패키지 디자인에 참여한 바 있다. 음, Versace에서 수석 신발 디자이너로 활약할 만한 깜냥이 있는 사람이군요.


Cole Haan Lunargrand (출처: howtomakeit)
(출처: salahebembury.com)


2_ [Only Built 4 Cuban Linx]는 90년대 중반의 구시대 힙합 앨범이기 때문에 현재를 장악한 힙합의 영향력 측면에서 설명하기엔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사례가 되겠습니다만, 힙합 클래식의 하나로 인정받아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도 칭송 받으며 플레이되는 앨범이니 뭐 괜찮지 않습니까?




[참고]


https://sneakers-magazine.com/footwear-designer-salehe-bembury/

https://www.highsnobiety.com/2016/06/07/kanye-west-yeezy-footwear-designer/?format=amp

https://www.nytimes.com/2018/12/20/style/salehe-bembury-sneakers-yeezy-versace-.amp.html

https://hypebeast.com/2018/4/salehe-bembury-interview-versace-chain-reaction-sneaker?amp=1

https://www.salehebembury.com/


[프런트 이미지 출처]

nss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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