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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May 01. 2019

쓰레기처럼 느껴져 쓰레기를 주웠더니 예술가가 된 남자

버려진 담배꽁초 속에 혹시 인간의 영혼이 담겨 있지는 않을까.

(출처: Metal Magazine)


바람 빠진 농구공, 버려진 담배꽁초, 닳고 닳은 농구 네트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 역시 의미 부여의 기술은 하나의 예술이다. 캘리포니아 태생으로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Tyrrell Winston티렐 윈스턴은 자신의 백팩에 한가득 새 농구 네트를 넣은 채 사다리를 들고 뉴욕 거리를 활보한다. 길거리 농구 골대의 닳고 헤진 네트를 교체하기 위해서다. 과연 새 집 줄 테니 헌 집 달라는 꼴이다. 그는 또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다니며 뉴욕의 길거리에 마구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를 쓸어 담기도 한다. 흡사 게을러 빠진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아침을 선물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노력하는 환경미화원처럼 보인다.


티렐 윈스턴은 바람 빠지고 상처 입은 농구공과 버려진 담배 꽁초 등을 활용해 예술 작품을 만든다. 쓰레기를 주워 작품을 만들고 판매까지 하는 실로 박근혜 선생님의 창조경제스러운 예술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7,8년 전엔 작품을 판매하지도 않았고, 뭘 해야 할지도 몰랐고, 직업도 갖지 못했었어요. 그땐 제가 쓰레기처럼 느껴졌어요. 누구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고, 나는 사회에 그 어떤 것도 줄 수 없었어요. 최악의 시간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쓰레기를 팔고 있어요."



(출처: Tyrell Winston's instagram)


티렐 윈스턴의 작업 방식에 관련한 인터뷰를 찾아보다가 내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 하나의 지점, 그것은 곧 그가 수집하여 예술 작품으로 승화한 담배꽁초에 관한 이야기이다. 티렐 윈스턴은 주로 뉴욕의 술집 주변에서 담배꽁초를 수집하는데, 그가 수집하는 하나하나의 담배꽁초에는 수많은 상황과 감정이 담겨있다는 이야기가 내게 깊고 진한 울림을 주었다.


이제 나는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담배꽁초의 밑동에 빨갛게 묻은 립스틱 자국을 보며 많은 걸 상상하게 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세상의 모든 물건에는 영혼이라는 것이 깃들어 있지 않을까 싶은데, 특히나 인간의 깊은 숨을 통해 세상과 호흡하는 담배의 생이란 실은 그것을 태운 인간의 삶을 정직하게 반영하는 투사물일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엉뚱한 상상. 그렇기에 다 태운 담배꽁초를 버릴 때는 아무렇게나 던져 버릴 것이 아니라 아주 소중하고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그런 한심한 상상.


이 세상의 모든 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이렇게도 배운다. 예술 작품을 두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의미 부여의 기술이란 사실 의미 발견의 기술일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이미 거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의미의 가치를 점할 수 있는 건 그것을 발견한 사람의 몫이거나 그것을 발견해 소개하는 사람의 몫이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다다이즘의 변기보다 티렐 윈스턴의 담배꽁초가 나의 마음을 더 움직이는 건 왜일까. 변기보다는 꽁초가 조금 덜 더러우니까?







[참고]

https://metalmagazine.eu/en/post/interview/tyrrell-winston-unearthing-21st-century-histo

https://www.highsnobiety.com/p/tyrrell-winston-interview/

https://hypebeast.com/2019/3/tyrrell-winston-hypebeast-impressions-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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