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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May 18. 2019

"눈으로만 봐서 약한 거지."

고속도로에서 달리다가 안경알 2개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어떡하지?

"눈으로만 보지 말라니까." (이미지 출처: The Source)


나는 시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안경을 쓴다. 안경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습기가 가득한 버스나 지하철 위에 올라탔을 때 또는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안경알에 김이 잔뜩 서리면 정말이지 답이 없다. 무지하게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옷이나 휴지 따위로 급히 안경알을 훔치는 것도 이상하고, 앞이 안 보이는데 쿨한 척 계속 쓰고 있는 것도 웃기다. 그래서 보통의 경우 안경을 벗어서 한 손에 들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며칠 전 친구와 식당에 들어갔다가 안경알을 김이 완벽히 감싸는 상황이 오랜만에 연출되었다. 급히 안경을 벗어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나는 친구에게 멍청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만약에 고속도로 1차선에서 졸라 달리다가 안경알이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고 생각해 봐. 끔찍하지 않냐?"


친구는 엄숙하면서도 쿨한 모순적인 태도를 성공시키며 대답했다.


“야, 눈으로만 봐서 약한 거지.”


나는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했다.


'그러게......'


만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국민 애니 <원피스>에 나오는 명대사라고 했다. 그런데 진짜였다. 나는 눈으로만 보느라 약한 것이었다. 나는 안경 없이 운전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안경이 없다면 밤에 부지런히 돌아다니지도 못하는 것이다(라식과 라섹 그리고 콘택트렌즈가 있지 않느냐는 분위기를 깨는 말은 접어두어도 좋다).


안경이 없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나는 이토록 연약한 존재였구나. 라식과 라섹은 무섭고, 콘택트렌즈를 끼는 건 귀찮은 나처럼 연약한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눈으로만 보지 말래도" (출처: Simplycharly)

*프런트 이미지 출처: Comple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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