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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un 16. 2019

재수 없는 놈들이 꼭 잘 되더라.

재수 없고 예의 없는 놈들이 종국에는 파괴되길 늘 간절히 바란다.

군에 있을 때, 우리 부서를 총괄 지휘하던 재수 없는 '대령'이 하나 있었다. 얇은 팔다리를 가진 깡마른 체형의 그는 공군사관학교 '조종' 특기 출신으로 전성기 시절 전투기와 수송기를 열심히 몰았다고 했다. 그는 영관급 장교라면 누구라도 그러하듯 '대우받는 것'을 좋아하는 종류의 사람이었는데, 하루는 가끔씩 놀러 와 보고를 받는 것이 전부였던 우리 사무실에 널리고 널린 의자와 책상 그리고 전화기를 내버려두고 구태여 자기 혼자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의자와 책상 그리고 전화기를 준비해둘 것을 지독한 말투로 명령했다(우리는 또한 그의 추가 부탁에 따라서 어렵게 마련한 그를 위한 전용 의자와 책상 그리고 전화기에 '촉수 엄금'이라는 태그를 구시렁거리며 붙여놓기도 했다). 누가 봐도 멀쩡하기만 한 보고자의 복장이 마음에 안 든다며 심통이 나서 의자를 걷어차고, 커피잔을 세게 내려놓고, 파일을 집어던지며 사무실 밖으로 툴툴거리며 나가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곤 했다.

군에서 제대한 후, 나는 그가 '준장' 진급에 성공하며 영광의 '별'을 달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나는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 없어서 몹시도 울었다.


이건 나의 친누나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인데, 몇 년 전 누나가 다니던 패션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하며 국내에서 꽤 잘 나가는 패션 잡지의 편집장을 모셨다고 한다. 편집장으로부터 회사가 일종의 패션 컨설팅을 받은 셈이었는데, 그는 시종일관 회의에 늦거나 불참하였고, 직급과 나이를 무시하며 개처럼 굴었으며, 건성건성 대충 일하는 대가로 적지 않은 돈을 받아갔다고 했다.

얼마 전 유튜브를 하고 있는데 유튜브 추천 영상 리스트 속에 그 사람의 얼굴이 나와 깜짝 놀라 클릭해보았다(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그는 영상 속에서 자신의 화려한 이력을 이야기하며 '커리어'에 대해서 감히 '가르치듯' 멋지게 떠들었다. 나는 그의 멋진 가르침과 충고의 말이 도통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다만 그의 비릿한 얼굴을 보며 기분이 씁쓸할 뿐이었다.


나는 재수 없고, 싹수없고, 예의 없고, 친절하지 않은 모든 사람들이 하는 일마다 모두 잘 안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늘 기도한다. 그것들이 쉽게 이뤄질 리 만무하나, 그들이 망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바라면 최후에는 그 바람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강하게 믿는다. 자기 계발서에서 지겹게 떠들지 않는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제발, 저의 바람을 이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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