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카브리올레 속에서 터져 나오는 <대화가 필요해>
묘한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다. 이를테면 집 앞에 정차한 이름 모를 아파트 거주민의 신형 BMW 화이트 카브리올레 속을 뚫고 밖으로 터져 나오는 노래와 자동차 사이의 말도 안 되는 위화감, 창 밖으로 터져 나오는 곡의 제목은 다름 아닌 더 자두의 <대화가 필요해>. 심지어 더 자두의 멤버 강두의 어떤 바이브레이션이 내 가슴팍을 사정없이 진동시키기까지 하였다.
또 이런 경우도 있었다. 1호선 지하철 안, 세월의 무게에 짓눌린 듯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표정을 한 채, 페인트 따위가 잔뜩 묻은 작업복을 입은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의 중년 남성, 그리고 그의 호주머니 속에서 튀어나온 에어팟 케이스. 그의 귓속으로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가는 콩나물 두 자루와 기기 사이의 완벽한 페어링, 둠칫둠칫. 그의 에어팟은 무선이었을까, 유선이었을까. 1세대였을까, 다름 아닌 2세대였을까.
언뜻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해 보이는 것들이 한 장소에서 힘을 합치는 다소 엉뚱하지만 꽤나 파괴력 있는 장면을 바라볼 때는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정신이 얼얼해지곤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어마어마한 충격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대반전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진짜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