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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un 25. 2019

그렇게 묘한 감정에 휩싸일 때가 종종 있다.

BMW 카브리올레 속에서 터져 나오는 <대화가 필요해>


묘한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다. 이를테면  앞에 정차한 이름 모를 아파트 거주민의 신형 BMW 화이트 카브리올레 속을 뚫고 밖으로 터져 나오는 노래와 자동차 사이의 말도  되는 위화감,  밖으로 터져 나오는 곡의 제목은 다름 아닌  자두의 <대화가 필요해>. 심지어  자두의 멤버 강두의 어떤 바이브레이션이  가슴팍을 사정없이 진동시키기까지 하였다.





또 이런 경우도 있었다. 1호선 지하철 안, 세월의 무게에 짓눌린 듯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표정을 한 채, 페인트 따위가 잔뜩 묻은 작업복을 입은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의 중년 남성, 그리고 그의 호주머니 속에서 튀어나온 에어팟 케이스. 그의 귓속으로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가는 콩나물 두 자루와 기기 사이의 완벽한 페어링, 둠칫둠칫. 그의 에어팟은 무선이었을까, 유선이었을까. 1세대였을까, 다름 아닌 2세대였을까.





언뜻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해 보이는 것들이 한 장소에서 힘을 합치는 다소 엉뚱하지만 꽤나 파괴력 있는 장면을 바라볼 때는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정신이 얼얼해지곤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어마어마한 충격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대반전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진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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