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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ul 04. 2019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잖아요."

양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건 별로라서


모든 남자들이 다 게임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실례로 나는 게임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다. 아니, 사실 즐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아예 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해야 좋을 것이다. 또 남자라고 모두 1년 365일 온통 ‘여자’ 생각만 하고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며 안달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여자’를 좋아하지만, 1년 365일 ‘여자’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사람인 것도 아닌 것이다. 모든 남자들이 쇼핑을 귀찮고 피곤한 일로 간주한다는 것도 오해다. 나는 나와 함께 쇼핑을 하는 ‘여자’가 지쳐 간이 소파 따위에 쓰러져 다리를 쭉 뻗으며 스트레칭을 할 때까지 빨빨거리며 강철 체력으로 쇼핑몰을 싸돌아다닌다. 나는 쇼핑을 전투적으로 즐기는 종류의 사람인 것이다. 모든 남자들이 군대에 가면 축구를 열심히 한다는 것 또한 오해다. 나는 2년 하고도 10일이라는 기간 동안 이어진 나의 군생활을 통틀어 축구를 정확히 2번 해봤다. 위에서 시키는 데 안 한 것도 아니고, 우리 부대에는 축구를 즐기지 않고 차라리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겠다는 사람들로 자글거렸다.
내가 위에서 나열한 저것들은 진부하기 짝이 없는 구시대적인 고정관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우리가 어떤 형식적인 대화를 나눠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한 번씩은 꼭 찾아오더라), 저런 뻔하디 뻔한 질문과 그에 상응하는 뻔하디 뻔한 답변은 누군가의 입을 통해 아무렇게나 내뱉어내어 지곤 했다. 아, 오해할까 봐 이야기하자면 나는 뭐 저런 말들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어떤 방면의 이야기이건 '그렇지 않은' 예외적인 상황과 인물들은 늘 존재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요즘 '한남'이라는 표현이 인터넷 세상에 쓸데없이 자주 등장하는 걸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떤 사람들이 그러한 키워드들을 자기의 생각을 밝히는 데 사용함으로써 세상을 대하는 자기의 태도나 자세 또는 '관'을 개성적으로 밝히고자 하는 그 과격하되 유쾌한 방향성을 모르는 바 아니나,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도 꽤 괜찮은 남자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한국 남자들을 그렇게 하나로 묶어 비아냥거리고 조롱하고 한심하다는 듯 쯧쯧거리면 나는 한남의 하나로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뭐 그렇게 괜찮은 남자라는 건 아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무엇이든지 극단에 치우친 가치관을 공유하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 불편한 감정이 든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렇게 간단하고 쉽게 분류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세상이 조금 부드러워졌으면 한다. '예외'적인 상황을 인정하고, 기왕이면 그 '예외'적인 상황이 때로는 보편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확 열어두고 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리의 양 끝에서 가까스로 보이는 아슬아슬한 세상과 달리 다리의 한가운데에서 보이는 세상은 꽤나 안정적이고 든든하며 건강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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