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필라움'을 가진 행운아들이 모인 곳, 브런치
자기 계발서 <한눈파는 시간의 힘>을 쓴 '김민영' 작가는 책 속에서 '얼핏 별것 아니라고 생각되는, 비생산적으로 보이는 일들에도 얼마든지 한눈팔아도 좋다'라고 이야기하며 ‘고작’ 그 사소한 것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감히 넘겨짚어 이야기해보자면 브런치 작가들은 '다음 포스팅은 어떤 주제로 뭘 써 보지?'라는 일상의 순간마다 솟구치는 내면의 압력에 의해 매일 쏟아지는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고 다양한 '상상'을 스스로 '독려'하며 매일을 살아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곧 직장, 학교 등 일상적 삶의 큰 줄기로부터 '한눈파는' 일이 되기도 하는 셈이다.
언뜻 세상은 빈틈 하나 없이 잘 돌아가는듯해 보이지만, 촉수를 세우고 나만의 시각으로 주변을 돌아보면 오직 '나'만이 들려줄 수 있는 새롭고 가치 있는 이야기 몇 개쯤 비집고 들어갈 여유쯤은 있다.
내가 구독하거나 또는 따로 구독하지 않아도 진심을 다해 읽어 내려가는 브런치 작가들이 펼쳐 보이는 생각의 밑바탕에서 나는 늘 이 세상의 빈틈을 '나'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로 가치 있게 메우려는 그들의 성실하고 때로 아름다운 시도를 엿본다.
소셜 플랫폼으로서의 '브런치'의 의의를 나는 김정운 작가가 이야기하는 '슈필라움'에서 찾는다. 독일어 '슈필Play/라움Room'은 직역하면 '놀이/방'이다. 독일에서의 '슈필라움'이란 내 활동이 미칠 수 있는 여지, 내가 주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제 공간을 말한다. 김정운 작가는 내 인생을 충분하게 사는 방법 중 하나로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내적인 욕망을 따르는 것'을 꼽는다. 그래서 이 시대에서 가장 성숙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직업인은 벽돌 쌓는 장인이라고도 말한다.
더불어 그는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의 '공간'을 통해 내 존재를 확인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마음이 절대 편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 즉, '관계'나 '미래'에 대한 계획 따위의 키워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적을 만들어 그곳으로부터 저항하는 나로서 나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슈필라움'은 굳이 거창할 필요가 없다. 자기 삶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특정 공간은 카페 한 구석이 될 수도, 거실에 있는 작은 흔들의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니까. 브런치와 같은 사이버 공간도 물론 슈필라움이 되는데, 자기만의 슈필라움이 있으면 주변 평가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는 경향이 있다. 자기 슈필라움이 확인되고, 내 삶의 내용과 이유 그리고 목적 등에 대해 자기 의문을 던지는 시간이 있으면 ‘질투’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미쳐서 그것에 열성적으로 몰입하면 자연스레 그것에 대해 누구든 붙잡고 무엇이든 말하고 싶어 진다. 그 몰입의 대상은 취미 생활이 될 수도, 일상적 관찰의 결과가 될 수도, 회사 업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입을 열어 각자의 '주제'에 대해 마구 떠들다 보면 그것들을 둘러싼 시장 환경이나 사람들의 필요와 요구 등을 알아챌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기는 듯하다. 그 통찰력은 물론 궁극적으로 '돈'을 만들어내는 '사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브런치는 '글'을 통해 브런치 작가들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나만의 '놀이 공간'이자, 누구든 붙잡고 이야기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판-메이커(?)'이자, 모든 작가들이 개인 브랜딩의 기회를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깨달으며 '돈'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돕는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만난 무려 '1년' 선배 하나는 내 앞에서 소주를 홀짝이며 잔뜩 무게를 잡고 말했다.
"이제는 기업보다 개인이 우선인 시대가 왔다."
나는 선배 말의 출처가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식상한 이야기라며 옆으로 치워두기에 그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야기여서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기업보다 개인이 우선인 이 시대에 '브런치'라도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이냐고! '브런치'가 몇 개월 전에 나를 무려 '작가'로 받아주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조금은 격앙된 기운으로 다시금 위 글의 제목을 반복하여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브런치 작가들은 '개인'의 시대 속 세상의 빈틈을 '나'의 이야기로 성실하게 메워나가는 소중한 슈필라움을 가진 행운아들입니다."
* 프런트 이미지 출처: JJJJ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