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눕피 Aug 04. 2019

한 사람의 팬이 마케팅의 성공을 좌우한다.

당연한 얘기 한번 더, 모든 네트워크의 시작은 '1명'으로부터


지난주에 읽은 책 <팬 베이스>에서는 ‘호감’을 자산화하는 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시대 성공적 마케팅의 요체는 소수의 골수팬을 먼저 완벽히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에 달려있다는 이야기를 저자는 줄곧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여전히 강력한 원칙으로서 파레토의 법칙을 말했고, 새로운 팬을 얻는 일의 지난함을 시대적인 배경과 결부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미친듯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요즘의 모습은 흔히들 착각하듯 다양한 사람들과 양적으로 어울리는 양태가 아니라 도리어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더 깊은 관계 맺기가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은 새삼스레 흥미로웠다.


출처: Yes24


몇 주 전에는 <오가닉 미디어>로 유명한 FROM의 윤지영 대표 ‘특강’에 다녀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가의 ‘북 토크’가 아니면 따로 시간을 내어 ‘특강’이나 ‘강연’을 들으러 가지는 않는 편인데, 회사 비즈니스와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는 주제였기에 회사 선배님의 강력한 추천에 힘 입어 ‘특강’에 다녀오게 된 것이다.
윤지영 대표가 말하는 오가닉 미디어란 ‘미디어’를 살아있는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정의한 것이다. 윤 대표는 숫자나 규모가 아니라 콘텐츠 하나하나가 연결되고 있는 어떤 상태를 미디어라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윤 대표는 ‘네트워크’의 시작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최소 한 사람의 팬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작은 네트워크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마케팅’이라고 불렀다. 이제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것의 의미는 1명 이상의 타인(팬)의 존재 그리고 그들의 자발적 공유를 통한 평판의 증대(?)를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윤 대표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신념을 가지고 하나만 집요하게 파는 사람들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팬이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힘이 없지만 그들이 연결될 때 그 힘은 폭발한다”


출처: 프롬마켓


언젠가 인스타그램 몇 백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유명 연예인의 삶을 상상해본 적이 있다. 감히 상상만 했다. 또 아무리 개-떡 같은 물건과 서비스를 내놓아도 모든 것을 포용해주겠다는 태도로 무장하여 쌍수를 들며 신나서 달려드는 골수팬을 지닌 브랜드의 본질은 무얼까를 상상해본 적도 있다. 부러워만 했다. 또한 다그치듯이 을러대지 않아도 그야말로 신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신도들로 하여금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게 만들고 자발적으로 무릎을 꿇게 만드는 사이비 종교주의 비밀한 영업 능력을 궁금해한 적도 있다. 화만 났다. 마지막으로 강이 내려다보이는 저리 좋은 집에 살며 저리 멋진 차를 타고 다니려면 도대체 한 달에 얼마 큼의 수입을 올려야 하는 건 지 계산해보며 동시에 그러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의 블로그 공동구매 게시물 하나에 바짝 들러붙는 추종자들의 심리가 도대체 무언지를 대책 없이 궁금해한 적도 있다. 부럽고 부럽고 또 부러웠다. 하여튼 그렇게 터져 나오는 시답잖은 의문을 잠재우기 위해 내가 책 읽기와 관찰, 성찰 등을 나름 치열하게 거쳐 내린 짜깁기 결론은 이거였다. “모든 연결의 시작점은 예외 없이 팬 1명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누구라도 터지려면 어떻게든 터지는 것이다. 단 1명이라도 확실하게 잡아라. 다른 건 없다.”

올해 초였나? 많은 힙합 팬들로부터 잊혀가던 '염따’라는 대한민국의 1984년생 구세대 래퍼가 ‘유튜브’에 조금도 꾸밈없는 모습으로 등장해 약간은 구질구질한 일상을 ‘코믹하게’ 보여주며 몇 가지 유행어를 확산시키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영상을 마구 찍어 올렸다. 우연히 ‘추천 영상’ 리스트에 뜬 그의 성실한 노력을 지켜보며 나는 싸가지 없이 ‘진짜 돈 벌어먹기 힘들구나’라는 생각을 하고는 그의 영상을 죄송하게도 ‘관심 없음’ 처리하였는데,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한국 힙합 씬의 ‘스타’가 되었더라. 개그맨 박명수의 옛 표현을 빌리자면 ‘제8의 전성기’가 찾아온 것이라고나 할까. 나의 ‘관심 없음’ 버튼 클릭과는 상관없이 그는 한 명 한 명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팬을 늘려가며 자기를 마케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모두를 아우르려고 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충성하는 중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을 붙들고 친근한 동네 백수건달 형처럼 조잘조잘 떠들었다. 그의 짓궂은 욕설과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보고 팬이 된 어떤 고등학생은 다음 날 학교로 돌아가 아마도 이렇게 이야기했으리라. "야! 염따 알아? 래펀데, 시이~바알 조온나~ 웃겨~ 내가 영상 보내줄게 봐봐!"


출처: Yumdda's Official Instagram


때로 '크게 한방' 노리려고 무게 잡고 각 잡고 거창하게 들이대다가 작은 것들을 무시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는 사람들이 떠오르고 진다. 때로가 아니다. 사실 뉴스 보면 그런 사람들 지루할 틈 없이 많이 나온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여기 브런치 작가님들도 팬 베이스로 움직인다. 그렇기에 구독자 한 분 한 분의 소중함을 잃지 않고 책임과 정성을 다할 때, 더 큰 도약이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


브런치 활동 초창기에 마음에 맞는 글을 만난 반가운 마음에 어떤 작가님의 게시물에 댓글을 하나 정성스럽게 달고는 답변이 안 달려서 까먹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우연히 다시 그 글을 읽으러 들어갔다가 내 댓글이 무참히 삭제되어 있는 걸 확인했다. 지금은 무려 2019년, 그분은 아직도 미디어를 일방통행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이 일었다. 팬 하나 얻는 건 그리 어려운데, 팬 하나 잃는 건 이렇게나 쉽다. 아, 물론 블로그는 개인 미디어니까 주인 마음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조금 섭섭해서 그러는 거다. 소심하게.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작가들은 세상의 빈틈을 '나'의 얘기로 메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