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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Sep 03. 2019

20년 차 힙찔이의 화요 힙합 음악 추천

(6) 9/3 화요일, Future 그리고 DaBaby

이런저런 일들이 마구 겹쳐 한번에 몰리다 보니 진득하니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끄적일 여유가 없어서(변명이지만) 지난주의 화요 힙합 음악 추천을 포스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오랜만에(?) 노래 추천의 글을 끄적이고 있는 제 모습을 스스로 느끼고 있으려니 굉장히 어색한 기분이 드네요. 아무튼 오늘부터 다시 영업 재개합니다.


오늘의 첫 번째 추천곡은 '영화와 같은 목소리'를 가진 오토튠 장인이자 트렌드를 만드는 트랩 소리꾼 Future의 'Interstate 10'입니다. 사실 이번 추천곡 Interstate 10은 Future 본인의 앨범이 아닌 유명 프로듀서 Mustard의 정규 앨범 <Perfect Ten>의 수록곡이자 Future의 솔로곡입니다.


Mustard의 앨범 <Perfect Ten> (출처: Genius)


노래 제목 'Interstate 10'은 미국 남서부의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남동부의 플로리다주 잭슨빌을 잇는 주간 고속도로인데요, 이걸 타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래퍼로서 멋지게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드라마화하여 주절주절 떠드는 노래입니다. 적당히 빠른 속도감을 가진 비교적 단순한 비트이지만, 노래 속 어쿠스틱 스트링과 Future의 그야말로 퓨처한 음색이 합쳐져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랩 송입니다.



Fully loaded magazine when you see us

It's a full time job tryna stay on point

총알은 늘 만빵으로 장전되어 있어.

딴짓하지 않고 늘 집중하는 거지.


Game chose me, I ain't choose this

이 랩 게임이 날 택한 거지, 내가 택한 게 아냐.


Make it on Interstate 10 and achieve

Interstate 10 위에서 성공하고 이뤄낸 거지.



Future는 비교적 늦은 나이-한국 나이로 서른-에 발표한 앨범 <Pluto>(2012)-Epic Records와의 계약 이후 발표한 정규 데뷔 앨범-로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받고, 이후 히트 앨범 <Honest>(2014)를 포함한 정규 앨범 및 믹스테이프, 협업 싱글 등을 꾸준하게 발표하며 탄탄히 자신만의 트랩 힙합 세계를 구축한 바 있습니다. Future는 일전에 역사적인 서던 힙합/알앤비/소울 클랜 'Dengeon Family’에 객원의 개념으로 소속되어 있기도 했는데요(Outkast와 Goodie Mob 등이 던전 패밀리의 멤버였습니다), 서른 살의 정식 데뷔 이전부터 나름의 엘리트 트랩 커리어(?)를 잘 밟아온 것이라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Complex


Future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영화와 같은’이라는 형용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타고난 허스키 보이스로도 성이 차지 않는지 오토튠을 활용하여 목소리를 해태의 전설적인 음료 '갈아 만든 배'처럼 걸걸하게 갈아버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영화의 기승전결이 함축되어 담겨있는 듯 '사연'이 흘러넘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그의 앨범 하나를 전부 통으로 플레이하고 어떤 곡들과 만날 때면 자주 부대낄 때가 있어서 그의 몇몇 곡들은 종종 거르곤 한다는 점을 고백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듣기 거북한(잠자코 듣고 있으려니 조금 짜증이 나는) 노래가 많은 사연 있는 목소리를 지닌 아티스트인 걸 어쩌겠습니까. 쏟아지듯 밀려드는 사연은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법입니다.


Future라는 아티스트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사실 관계는 그의 자식들과 그의 인종에 대한 이야기일 텐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배다른 자식이 무려 다섯이나 되는 미국 힙합계 변덕의 아이콘 aka 난봉꾼이자(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늘과 된장 그리고 김치로 다져진 한국적인 미를 얼굴 곳곳에 숨기고 있는 '한국계 혼혈'입니다.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굳이 덧붙이자면 그의 4번째 부인은 미국의 유명 가수 Ciara이고요, 왠지 모르겠는데 Future의 어머니는 가수 BMK와 같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늘 쓸데없는 소리가 긴데, 오늘의 추천곡 'Interstate 10', 정말 분위기 있는 멋진 곡이니 여러분 한번 꼭 들어보시길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아, 김치 냄새 한번 향긋하다. 형씨, 이름이 퓨처라고 했나? 근데 어디 퓨씨야?" (출처: Fox News)


"뭐야, 썅. 나 한국 혼혈인 거 걸린거야?" "누가 봐도 눈이 한국인이세요..." (출처: GMX)



왜 Future를 보면 BMK가 생각날까? (출처: 노컷뉴스)









오늘의 두 번째 추천곡은 DaBaby의 ‘Usher’입니다. 'Usher'는 그의 2018년 믹스테이프 <Baby Talk 5>에 수록된 곡입니다. 팝스타 Usher의 옛 히트곡(2004년) 중에 'Burn'이라는 곡을 기억하시나요? 끝나가는 사랑의 과정 속에서 다시 사랑의 불씨를 태워야 한다고 떠드는 노래였는데요, 원곡 가수 Usher를 노래 제목으로, 'Imma let it burn like Usher'라는 구절을 노래의 메인 후크 라인으로 잡고 DaBaby가 펼쳐 보이는 구애의 랩 송입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롯 출신의 프로듀서 'Sean Da Firzt'가 참여한 곡으로 올드스쿨의 감성이 적절하게 섞여 들어간 꾸밈없는 비트와 물 흐르듯이 맛있게 내뱉는 DaBaby의 래핑의 조화가 매력적인 노래입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 같은 날씨에 차 안에서 가볍게 turn up 하기에 제격인 곡이라고 생각되어서 추천하게 되었어요. 자, 여러분 DaBaby의 'Usher'와 함께 초가을의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즐턴(즐거운 턴업)하세요!


래퍼 DaBaby는 개인적으로 왠지 관심이 한번 더 가는 인물입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샬럿이라는 지역에서 쭉 살다가 텍사스주의 프리스코라는 지역으로 몇 년 전 이사를 간 제 사촌 동생들과 똑같이 이 래퍼도 샬럿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프리스코로 이사를 간 이력이 있는 래퍼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는 흥미로운 마음이 일어서 괜히 더 관심을 두게 되더라고요. 이런 것도 지연에 들어갈까요? 심지어 저는 한국에 살고 있는데요? 답도 없습니다.

그런 류의 래퍼들이 있습니다. 막돼먹은 자신감으로 들떠있는 래퍼들이요.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그들은 끝끝내 자신을 증명해 스타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고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기도 하죠. DaBaby도 그러한 래퍼들 중 하나입니다. 이미 여러 인터뷰를 통해 “내가 최고야!”, “나만큼 잘하는 래퍼가 또 어딨어?”라는 식으로 한국 래퍼로 굳이 비견한다면 비와이BewhY식의 포지셔닝 설정에 들어간 바 있습니다. 떠벌리기 좋아하는 남자 DaBaby, 남아일언중천금-마마잃은중천공-의 정신을 가슴에 새겼으면 합니다. DaBaby 더 잘하고, 더 잘 되어야 할 텐데요. 지켜보겠습니다.


기저귀를 차고 관종의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래퍼 DaBaby (출처: Worldstarhiphop)


DaBaby는 올해 XXL 매거진의 Freshman Class에 선정되고 프리스타일 싸이퍼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올해 3월 라디오 LA Leakers에 출연해 선보인 프리스타일링에는 대선배 래퍼 T.I.가 적잖이 감동한 모양인지 인스타그램 포스팅으로 극찬을 때려 올렸습니다. 아래 관련 프리스타일 영상 링크를 첨부했는데요, 묵직하고 힘 있는 DaBaby의 탄탄한 보이스와 우악스러운 면상이 방정맞은 비트를 짓누르며 그 위세를 떨치는 것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늘 추천곡에 대한 설명보다 잡스러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되어 죄송한 마음이 드는데요, Dababy에게는 지울 수 없는 흑역사가 하나 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헌터스빌에 위치한 월마트에서 19살 소년을 총으로 쏴 죽인 것인데요. 사건 직후, 그는 정당방위를 주장하였고, 올해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만 ‘살인자’라는 꼬리표는 아마 그의 인생 커리어 전반을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힐 것입니다(당연한 것이지요). 보다 겸손한 마음으로 랩 게임에 임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내 말을 들을 리 만무하지만).


이것으로 추천 노래 설명보다 이상한 배경 설명이 늘 더 긴 스눕피의 화요 힙합 음악 추천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에 새로운 두 곡과 함께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mCgdsZfRHc

첫 번째 추천곡_Mustard - Interstate 10 (Feat.Future)


https://www.youtube.com/watch?v=Izn_DPU-Dko

두 번째 추천곡_DaBaby - Usher


https://youtu.be/l9azLSs5Bac

DaBaby's Freestyle




*프런트 이미지 출처: soh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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