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8/20 화요일, YBN Cordae 그리고 Swae Lee
안녕하세요. 매주 화요일마다 미국 힙합 음악을 추천하는 '스눕피'입니다.
자, 거두절미! 5회 차 바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첫 번째 추천곡은 대-선배 래퍼 Dr.Dre닥터 드레와 중-선배 래퍼 J.Cole이 인정한 신예 아티스트 YBN Cordae의 [Way Back Home]입니다.
YBN Cordae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출신의 1997년생 래퍼인데요, 그의 랩 네임 앞 YBN은 Young Boss Ni**as라는 그가 속한 크루의 약자를 뜻합니다. 대중들에게 YBN Cordae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건 선배 래퍼 J.Cole이 어린 세대 래퍼들을 광역 비판한 곡(especially, Lil Pump and 6ix9ine) '1985'라는 곡에 대한 대응책으로 같은 노래 '1985'의 비트 위에서 어린 세대 래퍼의 포지션을 잘 대변한 곡 'Old Ni**as'를 발표하면서부터입니다. J.Cole은 가사를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쓰는 걸로 정평이 난 대졸 장학생 출신(한국인이 좋아하는 형용) 래퍼인데요, YBN Cordae의 대응곡을 들어보면 작사 및 랩 드리블링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두 곡 모두 서로를 집중 겨냥한 디스곡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각자의 세대를 대변해 상대의 진영을 향해 총구를 겨눴던 두 래퍼는 YBN Cordae의 정규 데뷔 앨범 <The Lost Boy>의 타이틀곡에서 합일하게 됩니다. J.Cole이 만든 RNP라는 타이틀곡의 비트 위에서 YBN Cordae는 그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발산하게 되죠. 아무튼 J.Cole, 멋있는 건 혼자 다 합니다. 혼쭐내고 멋지게 포용도 하는 선배의 모습, 조금 재수 없습니다.
신인 래퍼 YBN Cordae, 이제 별 탈 없다면 크게 뜰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외적인 스타성이 그리 출중해 보이진 않으나 과거 올드스쿨 시절의 랩 플레이를 훌륭하게 해내면서 또 요즘 스타일로 트렌디하게 놀 줄도 압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건대 2020년대의 가장 이상적이고 모범적인 래퍼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오늘의 추천곡은 앞서 언급했듯이 그의 첫 번째 정규 앨범 <The Lost Boy>의 수록곡 'Way Back Home'입니다. 가짜로 꾸며낸 내 모습이 아니라 진짜 내 모습을 찾아 Way Back Home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곡인데요, 여러 매거진 인터뷰를 살펴보니 래퍼 되기 전에 고생 좀 한 모양입니다. 대마에 중독도 됐었고, 집에서는 어머니로부터 쫓겨나고(다신 안 돌아가려고 했었다네요), TGI Friday에서 열심히 알바도 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래퍼로 붕 떠 버려서 정체성의 혼란을 조금 느낀 모양인데, 인터뷰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본인은 ‘아티스트’라는 표현이 싫고 그냥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고 말하는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 본인이 랩을 art로 만들어놓고, artist로서 남기는 싫다고 말하면 어쩌자는 건지요? 아무튼 YBN Cordae가 노래에서 이야기하는 'Way Back Home'은 래퍼로서 이름을 조금 알리고 나서 신예 스타라면 누구나 품게 되는 어떤 복합적인 감정의 동요를 잠시 옆으로 밀어 두기 위한 숨 고르기의 표현이 아닐까 싶네요. 미국 힙합 씬의 대표적인 피처링 장인 중 하나인 Ty Dolla $ign이 함께 참여했는데, 곡 정말 괜찮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추천곡은 소년의 목소리로 노래하지만, 반전의 미학으로 삭을 대로 삭은 얼굴과 징그러운 몸매를 자랑하는 1995년생 래퍼 Swae Lee의 신곡 [Won't Be Late]입니다.
팝스타 Drake가 피처링에 참여했고, Swae Lee의 절대 스승 프로듀서 ‘Mike WiLL Made-it’과 나이지리아 출신의 Afrobeat아프로비트 프로듀서 겸 가수 Tekno가 함께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약 4일 전, Swae Lee는 총 2곡의 새 싱글을 발표했는데요, 오늘의 추천곡 ‘Won’t Be Late’와 ‘Sextacy’라는 곡입니다. 두 곡 중에 저는 Afrobeat가 짙게 깔린 ‘Won’t Be Late’라는 싱글이 너무 마음에 들더군요. 쿵짝쿵짝쿵짝짝. 쿵짝쿵짝쿵짝짝. 이 곡을 듣는데 Drake의 Signs라는 싱글이 떠올랐어요. 두 곡을 비교해 들어보시면 왜인지 잘 아실 겁니다. 아프로비트는 정말 사랑입니다.
올해 초에 올린 포스팅에서 그룹 Rae Sremmurd와 Swae Lee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를 풀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글의 요지는 2019년은 Swae Lee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저의 어쭙잖은 단언이었는데요, 9월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제 단언은 약 71% 정도 들어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머지 29%는 남은 4개월이라는 시간 속 Swae Lee의 작업물들이 뭐 잘 채워주리라고 믿습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요, 여름이 사실상 끝났나 봅니다. 오늘의 추천곡 ‘Won’t Be Late’를 발매한 이유를 두고 어제 래퍼 Swae Lee는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이 노래를 만든 건 여름을 조금 더 길게 지속하고 싶어서였어. 근데 모든 계절을 위한 곡이기도 해. 그러니까 몸을 흔들며 즐겨줬으면 해. 손뼉 치는 거 잊지 말고!”
정말 시의적절한 추천곡이 아닐 수 없네요. 여름의 끝자락은 아프로비트와 함께!
다음 주 화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Fv8qhVeeA
https://www.youtube.com/watch?v=iBioIsLoX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