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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Feb 12. 2020

린치핀의 관점에서 본 패션 브랜드 'ILOVEUGLY'

"대체 옷을 팔고 싶은 거야, 동기 부여를 하고 싶은 거야?"


지난주에 라이스메이커 출판사에서 발행한 세스 고딘의 명저 <린치핀>을 구매해 꼼꼼히 읽었습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한없이 모자라고 부족한 나를 책망하고 동시에 가뜩이나 부족한 용기를 카펫 위에 쏟아진 죠리퐁을 긁어모으듯이 살뜰히 긁어모아가며 그렇게 책을 읽었어요.


직접 촬영한 <린치핀> with Wu-Tang Clan


책을 읽는 내내 '린치핀 뮤직'이라는 소속사를 설립한 이력이 있는 대한민국 래퍼 스윙스의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바람에 애를 먹긴 했습니다.


이슬 같은 눈물을 흘리는 래퍼 스윙스 (이미지 출처: Mnet)


문장 하나를 완결하면 래퍼 스윙스의 달덩이 같은 얼굴 하나가 마치 게임의 보너스 아이템처럼 툭 튀어나와 제 눈 앞을 가렸던 것이죠. 스윙스 형, 자꾸 이러면 곤란해요. 왜 소속사 이름을 린치핀 뮤직으로 지었냐구요. 몰입이 안 되잖아요.




린치핀?

대체할 수 없는 존재.

지금 당장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물과도 같은 예술을 행하는 존재.

자질구레한 가치 평가와 판단을 불허하는 자기만의 플랫폼을 만들어 뛰어놀며 게임의 룰을 바꾸는 존재.




"자, 그럼 책의 핵심을 담은 페이지를 잘 정리해 문장별로 예쁘게 소개해볼까?"라고 생각하다가는 그러지 말기로 했습니다. 일주일에 무려 두 번씩이나 책 하나를 붙들고 찬찬히 뜯어본 주제에 무책임하게 책의 정수와도 같은 어떤 문장들을 죄다 스포일링 해버리면 그게 양아치가 아니고 또 무엇이겠습니까. 책의 효용을 반으로 뚝 떨어뜨리는 잔인한 짓은 하지 말자고, 스눕피!


'I LOVE UGLY(이하 ILU)'라는 브랜드에 대해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뉴질랜드 오클랜드 기반의 글로벌 남성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인데, 한국에도 제법 잘 알려져 있는 걸로 압니다. 못생김을 사랑한다는 저 특이한 브랜드명을 한 번 접하고 나면 쉽게 잊어버릴 수 없기도 하고요. 그런데 세스 고딘의 <린치핀>에 대해 떠들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웬 패션 브랜드 얘기냐고요? 다른 게 아니라 브랜드 ILU의 설립자 'Valentine Ozich'의 스토리와 'ILU'의 소셜 브랜딩 활동 전반이 세스 고딘이 말하는 '린치핀'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열정에 기름 붓는 기름 집도 아니고, 체인지의 그라운드도 아닙니다. 세련된 패션 브랜드입니다.




옷 팔아 부자 되는 방법

아주 엿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뭘 해야 하는지 알려줄까요?

꿈의 일자리를 잡는 법




패션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치고는 주제가 조금 거시기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동기부여 콘텐츠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며 평범한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는 미국 SNS 마케팅계의 대부이자 모티베이션 스피커 게리 바이너척Gary Vaynerchuk의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잘못 방문한 줄 알고 잠시 어리둥절. 하지만 ILU의 콘텐츠들을 하나하나 시간을 들여 읽고 있노라면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정직함에 곧 감동하게 됩니다. <린치핀>에서 말하는 '대가 없이 주는 선물'의 힘이랄까요.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추장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줌으로써 권력을 쌓았다. 이들이 모든 사람에게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권력이 막강하다는 뜻이다. 선물은 그러한 권력을 상징한다. 돈을 쌓아두는 족장들은 순식간에 권력을 잃고 만다.

선물은 우리의 예술가적 욕구를 만족시켜줄 뿐 아니라 세상을 향해 나눠줄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호다. 이러한 신호는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P.290/297




크로아티아계 뉴질랜드인 Valentine Ozich는 2008년 자신의 침실에서 브랜드 I LOVE UGLY를 설립합니다. 그는 사업 경험도 전무했고 옷을 만들 줄도 몰랐지만 그에겐 훌륭한 옷을 만들어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비전’이 있었습니다.



Valentine Ozich (이미지 출처: Newmarket)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으나 경력 부족으로 디자인 잡을 얻지 못했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은행원이 됩니다. 하지만 자구책으로 선택한 은행원이라는 직업 그리고 그 시간은 그의 영혼을 박살내고 그에게 다시금 ‘꿈’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죠.




자신을 틀에 끼워 맞추기 위해 힘들게 일하지 마라. 결국 지역 소식지에 나오는 일자리나 얻게 될 것이다.

P.157




사실 I LOVE UGLY라는 브랜드의 시작은 각국의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인터뷰하는 아트 매거진의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Valentine Ozich는 금방 방향을 틀었고 자신이 제작한 그래픽 디자인을 무지 티셔츠 위에 프린팅하여 판매하는 활동을 시작으로 ‘패션’ 사업으로의 첫 발걸음을 떼게 됩니다.



굴레를 벗어던지는 것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그런 행동은 그 자체로 보상이 된다.

P.141




Valentine Ozich는 분명 린치핀입니다. 패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던 그이지만, 그는 정작 재봉하는 방법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 관심이 사업을 키워나가는 데 방해만 될 것 같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대리 위임, 협업의 기술을 발견했습니다. 옷을 만들 줄도, 사업을  줄도 몰랐던 그에겐 그저 옷의 이상적인 실루엣과 디자인 그리고 비전이 존재할 뿐이었던 거죠. 그리고 패션 사업을 무작정 '시작'하고 현실과 부딪혀 잔뜩 깨져가며 사업을 확장해나갑니다.


 

(이미지 출처: I LOVE UGLY)


어느 정도의 사업적 기반을 닦은 그는 몸소 체득한 소중한 인생의 교훈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열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성공을 위해 활용했던 기술과 전략을 분해해 다른 사람들이 모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지속적으로 자기 소리를 내어 사람들에게 커다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브랜드'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이야기합니다.



예술이란 상대방을 변화시키기 위한 선물이다. 매개체는 무엇이든 상관없다. 의도가 핵심이다. 무엇이 되었든 세상을 바꾸기 위한 용기 있는 행동이다.

P.168





비단 인스타그램 계정 포스팅뿐만 아니라 ILU의 공식 홈페이지 속 블로그 저널 카테고리에 입장해보면 그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준 책, 음악, 인물을 소개하는 포스트를 여럿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에 업로드한 두 이미지는 그들의 추천 도서 포스트에서 긁어온 것입니다. 현대 명상 문학의 시조라 일컬어지는 자기 계발업계의 본좌 제임스 알렌 옹의 <AS A MAN THINKETH생각의 힘>이 눈에 띄는군요. 이렇듯 ILU팀과 설립자 Valentine Ozich는 자기 감동의 경험을 '브랜드'를 경유해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넘어서 고객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 I LOVE UGLY 디지털 마케팅팀의 가장 큰 화두입니다. 책을 추천하는 등 옷과 전혀 관련 없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던지면서 소비자들과 관계를 맺으면 그들에게 로열티가 생길 것이고, 로열티가 생긴 팬들은 힘든 시기에도 우리를 선택해줄 것입니다.

-I LOVE UGLY AUDIO SHOW EPISODE.18 중에서-




또한 그들은 브랜드 팟캐스트 오디오쇼를 운영하면서 인물 인터뷰, 브랜드 스토리, 마인드셋에 관해 자유롭게 떠들기도 하는데, 해당 오디오 콘텐츠의 핵심 챕터를 잘 가공하여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동시에 배포하고 있습니다.




위에 여러 이미지로 펼쳐놓은 검고 작은 노트, I LOVE UGLY의 목표 노트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ILU의 마케팅 프로젝트 중 하나인데, 99달러 이상 ILU의 상품을 구매한 모든 사람에게 해당 노트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멘트와 함께 말이죠.




우리의 바람은 여러분이 가진 꿈과 목표가 무엇이든지 간에(아무리 미친 아이디어라도) 이 목표 노트 위에 그것들을 적어 내려가고 나서 실제로 그곳에 당도해 꿈과 목표가 이루어지도록 돕는 것입니다.





아니, 이 사람들 왜 이러는 걸까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세스 고딘의 <린치핀>에서 말하는 '린치핀'이란 결국 자기의 아이디어를 자꾸 드러내면서(순간적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아이디어에 불과할지라도) 시선을 모으고 또 모으며 자기 존재감을 드높이는 인물,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간 결과로 인해 아무나 대체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인물, 온전히 자기의 행복과 열정에 따라 움직이고 그깟 감정노동쯤 기꺼이 받아들이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인물,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람들을 위해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기쁨과 행복의 가치를 제공하는 '예술'하는 인물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린치핀을 구성하는 모든 가치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오롯이 제 생각입니다만) '세상을 향해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란 가치는 모조리 아주 남김없이 퍼준다'라는 행위에 방점이 찍히지 않나 싶습니다.


구태여 누가 먼저 달라고 하지 않아도, "쟤 좀 줘라", "얘 좀 줘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딱히 안 줘도 될 상황인데도, 보아하니 못 줘도 문제가 없는 상황인데도 '주고' 또 '주는' 것이죠. 그것이 개인 성공의 요체이자 세상을 행복하고 기쁘게 하는 비밀이라는 것입니다(둘은 또 긴밀히 연결이 되겠죠).


남이 주는 선물을 받아먹을 준비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받아먹을 태세를 갖추고 세상을 바라보면 정확히 같은 자리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듯합니다. 예컨대 개인 소셜 미디어 위에 올라오는 아주 작고 사소한 독후감 내지는 브랜드 인증샷이 사실은 개인적인 감동을 전파하여 널리 공유하고자 하는 한 사람의 진심이었다는 걸 저는 정말로 몰랐습니다. 멍청하고 의심이 많으면 삶이 피곤하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은 것입니다.




눈에 띄어라.
관대하라.
예술을 창조하라.
스스로 판단하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라.
아이디어를 공유하라.
그러면 사람들은 보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아메리칸드림의 핵심 덕목

P.74




어쩌면 I LOVE UGLY의 설립자 Valentine Ozich와 그 팀원들은 성공을 부르는 마인드셋과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대한 깊은 탐구를 이미 끝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순진한 친구야, 그거 다 마케팅 전략인 거 모르겠어?"


네,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설령 정교한 마케팅 전략이면 또 어떻습니까. 저는 그들의 팟캐스트 인터뷰를 들으며 제 자신을 돌아보았으며 이미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했는 걸요. 결과적으로 '린치핀'처럼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물(예술)을 자꾸만 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 지를 패션 브랜드 'I LOVE UGLY'와 제가 증명해주었습니다. 브랜드의 성공 노하우와 각종 동기 부여 콘텐츠를 계속 올리는 뉴질랜드 패션 브랜드의 진심에 감명을 받은 대한민국의 '스눕피'라는 잔망스러운 인간이 이렇게 또 구구절절 해당 패션 브랜드를 알리는 글을 써 갈기고 있잖아요.


여러분, 저는 린치핀도 아니고 린치핀의 열렬한 홍보대사도 아닙니다만, 2020년에는 함께 린치핀-스러운 한 해가 되어봅시다. 자기를 마구 드러내고 내가 줄 수 있는 가치로운 선물도 아낌없이 주면서 '예술'하는 삶을 살아보아요. 싫으면 말고요.





[프런트 이미지 출처: I Love Ugly Facebook]


[내용 참고]

I Love Ugly Audio Show Po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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