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쓰는 글이 이리 영양가가 없어서야
Gunna는 이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힙합 인플루언서다.
그는 노상 예측 가능한 소재로만 노래한다. Gunna는 세상을 피상적이며 물질적으로만 이해하는 래퍼다. 노래 속에서 그는 줄곧 그가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액세서리와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입고 얼마나 다양한 여자와 어찌나 다채로운 사랑을 나누는지를 자랑한다. 그래서 그는 욕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그가 이 스타일을 굽힐 리 절대 없다. 그는 그저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노래할 뿐이라는 것이다. 음?
언제나 졸린듯하고 다소 애매한 목소리, 하지만 그는 화려한 트랩 비트가 군단으로 밀려와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천연스럽게 그들을 타고 오르거나 내리며 (마치 버터가 달궈진 팬 위를 이리저리 미끄러지듯이 부드럽게) 기어코 '거나 플로우'를 만들어낸다(그가 말하길 WUNNA FLO).
그의 스타일 아이돌인 '릴 웨인'이나 그를 메인스트림 힙합 씬으로 인도한 YSL Records 레이블 보스 '영 떡'처럼 그의 쫀득한 멜로딕 랩은 귀에 찹쌀떡처럼 달라붙는다. 쩍!
그는 싱싱하고 산뜻한 비트 위에 프리스타일로 그때그때 떠오르는 자유로운 영감의 메시지를 늘어놓는다. 가사 따위 따로 적지 않는 상남자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결국 유기적으로 잘 얽히는 모양인지 나 같은 몹쓸 힙찔이가 밀어붙이는 일의 진척을 부드럽게 돕는 최적의 '노동요'가 되어준다. 그는 말한다. 생각이 너무 많고 가사를 한 줄 한 줄 너무 신경 쓰면 히트곡이 나올 수 없다고 말이다. 역시 합리화는 성공의 필수 요소인 것일까. 아무튼 내가 아는 한 그는 미국 힙합 씬의 알아주는 릴리컬 미니멀리스트다. 반면 패션에 국한한다면 그는 슈퍼 맥시멀리스트다. 아이러니하다. 참!
Turbo, Wheezy 그리고 Taurus, 이 세 프로듀서가 없으면 그의 목소리는 어디 갈 길을 잃을 것이다. 쉽게 말해 셋 빼면 시체인 것이다. 그들의 산뜻하고 명쾌한 멜로디와 '요즘 힙합'깨나 들어본 사람이라면 안달 안 나곤 못 배기는 파삭파삭하고 트렌디한 비트는 그를 빛내주는 일등공신이다. 그들이 힘을 합쳐 쭉 뽑아낸 사운드는 마치 프로젝터가 쫙 뽑아내는 비주얼이 더해진 것처럼 생생하다. 그는 그의 정규 2집 앨범 <WUNNA>를 제작하며 자메이카로 놀러 가 그곳에서 3주 간 머무르며 그곳에서 앨범 수록곡의 절반 이상을 만들었단다. 어쩐지 노래가 쨍하니 선명하고 'Chill'하다 했다. 칠!
그는 평소 잘 나가는 동료 래퍼의 음악을 듣지 않는다. 은연중에 그들의 스타일을 따라하게 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친구들을 응원할 뿐이다. 또한 그는 패션에 미친 사람인데, 그의 스타일링 원칙은 '미래'를 입는 것에 있단다. 다시 말해 앞으로 뜰 브랜드와 디자인만을 골라 입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무척 성실한 사람이어서 그의 인생 선배 '영 떡'의 가르침을 본받아 쇼핑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작업실에만 틀어박혀 다음 앨범을 준비할 뿐이란다. 참 열심인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 매거진 인터뷰를 통해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자신은 '노력하지 않고도 멋스럽게 보이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말이다. 저렇게 열심이면서 이렇게 위선적이라니, 쳇!
근 1년 간은 주변에서 힙합 음악을 하나 추천해달라고 하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래퍼 'Gunna'의 앨범 몇 개를 통으로 추천해줬다. 추천 앨범에 대한 리액션은 대부분 긍정적이었으나, 가사가 왜 이 모양 이 꼴이냐고 물어오면 할 말이 무색해서 '노동요'란 원래 그런 것이라며 일체의 대안 없이 일축했으며 그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느냐고 물어오면 '거나' 혹은 '구나' 혹은 '건나' 혹은 '군나' 중 원하는 걸 골라 잡으라며 깔끔하게 사지선다를 제시했다. 흥!
얼마 전에 친구 하나가 빌보드 200 앨범 차트에서 '거나'가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어떤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캡처해 내게 보내주었고, 늦은 퇴근길에 나는 작은 뿌듯함을 느꼈다. 보이는 것이 전부인 세상을 사는 우리네 인생 만세! 그리고 거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