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은 음악이다.
잠시 한 눈을 팔았을 뿐인데 변화된 세상은 나를 두고 이미 저 멀리 가있는 것만 같다. 남과 비교하고 싶지 않은 내 마음과는 별개로 자꾸 비교를 '당하는' 삶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면 거기에서 또 세상은 곧 끝장날 것만 같다. 그 와중에 이런 생각이 나만의 망령된 생각이 아니기를 비겁하게 바란다. 그리고 힙합 음악을 들으며 몇 푼의 용기나마 얻는다(용기의 그릇이 종지라 몇 억을 줘도 몇 푼 만을 얻어가는 것이다).
야, 너도 그러냐?
일찍이 음악만이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고 선언한 남자가 있었다. 나는 당신의 존함을 모르지만, 몇 푼의 돈이나마 버는 사회인이 된 지금 내가 당신을 우연히 만난다면 술 한 잔 사고 싶다. 요즘도 마약하시죠?
십 대부터 Drug Dealer로 활약한 바 있는 코카인 및 마약 메타포에 일가견이 있는 코크(Coke, 코카인, 마약) 일변도 래퍼 '푸샤 티(Pusha T)'가 며칠 전에 공개한 'Diet Coke'가 너무너무 좋아서 좀 들어보라고 주변에 성화를 부렸다.
덧붙이길 뮤직비디오도 꼭 좀 보라고 했다. 칸예는 찐친(푸샤 티)과 함께하며 정말로 신이 난 모양인지 뮤직 비디오에서 기가 막힌 춤사위를 보여줬다. 그리고 푸샤 티는 계속 자기가 짱이라고 떠들어댔다. 모름지기 내가 최고라는 그의 기운을 받지 않고선 못 배기겠더라. 더불어 푸샤 티는 패션 사업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대부호 친구 겸 보스 '칸예'를 두고 'Ye-zos'라고 불렀다. '제프 베이조스'를 두고 벌인 언어 유희인 것이다.
오케이, 누구든 덤벼, 내가 찐이야!
미국 힙합에서 '마약'이란 소재는 말 그대로 마약 같은 것이다. 극적인 변화가 있는 인생을 논하려면 기준점이 필요하다. 그래서 수많은 래퍼들은 전통적으로 '마약'을 팔던 바닥 체험의 시절을 회상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부와 명성을 드높인다. 어떤 래퍼들은 그래서 뻥도 친다. 마약 좀 팔았던 척. 마약 좀 했던 척. 반면 실제로 '마약'을 현재 진행형으로 끌고 가는 철없는 래퍼들도 많다. 가끔은 그로 인해 실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무언가에 취한다는 것, 뒤지게 말을 안 듣는다는 것, 아슬아슬하게 법 위에 군림한다는 것, 그리고 그와 동시에 랩을 하며 청소년들을 현혹하고 자기 멋에 취한다는 멋 같은 것 말이다. 흠, 그나저나 래퍼로서의 자기 존재 가치를 자학으로 증명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힙합을 무진장 좋아하는 열성 팬이지만, 안타까운 것은 안타까운 것이며 아닌 것은 진짜 아닌 것이다.
아무튼 음악이 국가에서 유일하게 허락한 마약이라는 메시지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 생각이 얇아지고 정신이 흐려지고 자존감이 바닥에 가 닿을 때 커다란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것으로 '음악'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 며칠 'Diet Coke'의 강렬한 올드스쿨 비트와 푸샤 티의 뜨거운 랩이 수면 부족으로 식어버린 나의 가슴을 다시금 뛰게 하였다. 탄력 없이 죽어버린 피부의 생기도 좀 북돋우면 좋으련만! 아무리 그래도 '음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
오늘의 TMI
푸샤 티는 솔로 데뷔 전에 원래 '클립스(Clipse)'라는 힙합 듀오의 멤버였다. 그들의 앨범 프로듀싱은 '넵튠스(The Neptunes)'라는 프로듀싱 듀오가 맡았었는데, 넵튠스의 멤버 중 하나가 그 유명한 '퍼렐 윌리엄스'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미국 버지니아 출신이다. 동향 천재들의 예술 같은 만남인 것이다.
일본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베이프(BAPE)의 창립자 니고(Nigo)가 파리의 패션 하우스 KENZO(겐조)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게 된 이후의 첫 컬렉션이었던 지난 1월의 파리 패션위크 런웨이 쇼에서 'Diet Coke'가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니고와 친한 퍼렐 윌리엄스, 또 퍼렐 윌리엄스와 친한 샘 오취리, 아니, 푸샤 티로 연결되는 그들의 배타적 경제 수역은 참으로 견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