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시작하면 어떤 모습이 좋을지 그려본다.
요즘 내가 관심을 두고 흥미롭게 지켜보는 두 여성 패션 디자이너가 있다. 한 명은 더블린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Robyn Lynch 로빈 린치'이고, 다른 한 명은 벨기에의 디자이너 'Meryll Rogge 메릴 로게'이다.
먼저 로빈 린치는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와의 협업으로 세간에 잘 알려졌는데, 나 또한 컬럼비아의 데드 스톡 패브릭으로 새롭게 만들어 낸 그녀의 컬렉션 이미지를 우연히 보고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 버렸다. 인천 고향 집의 아버지 옷장에도 컬럼비아의 등산복이 몇 종 있는데, 그것은 사실 핏이 한국식으로다가 너무 슬림하게 잘 빠져서 그것을 입고 지하철을 타게 되면 어린 친구들로부터 자리를 양보받을 것 같아 왠지 꺼려졌다.
아무도 궁금하지 않겠지만 나는 고프코어 스타일의 패션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로빈 린치X컬럼비아 컬렉션을 보고 난생처음으로 고프코어 룩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마침 세일 중인 파페치에서 급하게 로빈 린치의 바지를 하나 주문해보았다. 그리고 그제 택배를 받아보았는데 정말 너무너무 예뻤다. 아버지가 보면 너는 이 새끼야 좀 제대로 된 옷 좀 사 입고 다녀라, 라면서 내게 일갈하시겠지만, 아무튼 나는 이렇게 뻔하지 않고 빈틈을 채우는 아이템을 좋아한다. 세상에 컬럼비아가 이렇게 예뻐 보일 줄이야. 감사합니다.
마크 제이콥스와 드리스 반 노튼에서 10년 넘게 여성복을 디자인한 이력을 소유한 벨기에의 패션 디자이너 Meryll Rogge 메릴 로게는 그녀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고향 겐트의 오래된 시골 헛간을 개조한 스튜디오에서 고요함을 벗 삼아 자기의 크리에이티브를 실험한다.
일단 대도시의 경우 금전적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그녀의 현실적인 인터뷰 대답은 당장 보여지는 모습보다는 시간을 들여 키운 귀중한 자산을 근간으로 보여주려는(증명하려는) 일을 우선하는 삶의 태도 같아 보기도 좋고 닮고 싶었다. 또한 세월을 견뎌 낸 빈티지를 패션 구상의 길잡이로 삼는다는 그녀의 일관된 메시지는 '빈티지 패션'의 매력에 푹 빠진 요즘의 나를 역시나 또 한 번 자극했다.
메릴 로게 본인도 인정하듯이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평범하고 다소 올드하게 느껴지는 패션 구성 요소로 구상하는 그녀의 컬렉션이지만, 자꾸 그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또 집중하게 만드는 흡인력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Meryll Rogge의 모델들을 보고 있으면 투박하고 촌스러운 아디다스 신발을 마구 사들이고 싶어 지는데, 최근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는 아디다스 열풍의 거창한 이유를 거세하듯 화끈하게 무지성 기름을 붓기도 했다. 머리, 머리, 머리, 옷, 옷, 옷, 아, 신발이 양말이 다 다 젖습니다.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미친 척 도망치고 싶다가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하며 감동 체험을 공유하는 순간이 있기에 솔직히 세상 살 맛이 난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게 유튜브를 한 번 시작해보라고들 하는데 솔직히 너무 막연하다. 대표 쇼핑 중독자로서 쇼핑 목록을 소개해야 하나? 예전처럼 다시 빡세게 힙합 음악을 소개해야 하나? 내가 쓰는 에세이를 영상으로 만들어야 하나? 시작도 안 하고 늘 고민만 많다. 뭔가 힘을 얻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조 풀리지' 선생님의 책을 하나 더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콘텐츠 바이블', 콘텐츠로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타라, 라는 책의 카피가 참으로 심금을 울린다. 정말 할 것도 되게 많다!
[스눕피의 스눕로그 S1E1 BGM]
1. cookinsoul - good lovin'
https://youtu.be/U0-y3GJl6vc
2. cookinsoul - b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