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할 5푼은 핫바지로 5푼만 인플루언서로 산다.
4년 차 혹은 5년 차 블로거의 짧은 고백
블로그 포스팅의 출발점에 서서 나는 같은 고민을 반복한다. 대충 예상되는 다수의 공감에 기반할 것인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미리 파놓는 희소성을 노릴 것인가. 하지만 답은 언제나 후자로 기울어져 있다. 여긴 내가 떠들고 싶은 대로 지껄이려고 만든 장소인 데다 남과 다른 관점이 누적되어 영근 인간적 매력은 그 자체로 한 개인의 보배로운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종의 인생 연습 게임이나 인생 메모장 정도로 여길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에 입각하든 후자에 입각하든 부지런한 생각과 쓸데없는 잔말보다는 빠른 글쓰기 결단과 기획 그리고 게시물 발행 버튼 클릭만이 재미라고는 더럽게 없는 내 인생의 취미를 그나마 지속 가능하게 유지 보수해주고, 주파수가 맞는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계속 전달해주어 우연한 인연을 만들어주는 일에 속임수 없는 근거를 마련해준다.
블로거 3년 차에 접어들고 난 이후부터는 ‘구글’에 접속해 내가 쓴 글의 핵심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그것이 상위에 노출되는가 안 되는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면서 그 어떤 분야도 장악하지 못한 핫바지 같은 내 인생과는 달리 내 새끼(블로그)만은 영달을 누릴 수 있도록 유효한 키워드 설정과 양질의 정보 담기에 최선을 다해왔다(실험하고 증명해왔다).
관련하여 얼마 전에 작성한 <뉴진스 패션> 관련 글은 구글 검색 시(‘뉴진스 패션’을 검색했을 때) 최상위에 노출되고 있는 걸 아까 확인했다. 한 나흘 전만 해도 하퍼스바자와 서울신문, 하입비스트 등 유수의 매체에 밀려 3, 4번째 순서로 노출되고 있었는데 해당 게시물이 Daum 메인에 한 번 노출되면서 게시글 점수가 크게 올라간 것으로 미뤄 짐작하고 있다.
2018년 10월에 이 블로그를 처음 개설하면서 내가 세웠던 목표는 정말 단순, 무식, 미련 그 자체였다.
나를 아는 그 누구에게도 내가 공개 블로그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고 있다가 포털 메인이나 이름 있는 매체에서 내 글을 실어주게 되었을 때 그것을 오픈하자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고, 두 번째 목표는 내가 이상적으로 동경하던 삶을 살고 있거나(혹은 살아왔거나)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흥미로운 사람들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다가 블로그를 매개로 그들과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었다. 역시 개인의 목표 설정과 그것의 달성은 상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에 결론적으로 나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었다. 그것도 생각보다 아주 빠르게 말이다.
겨우 4년 차 혹은 5년 차 블로거가 천하의 아귀처럼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기냐고 뭐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블로그 글쓰기를 계속해오며 절실하게 느낀 것은 고품질의 블로그라는 것은 특정 키워드를 몇 번 집어넣고, 태그는 뭘 달고 또 몇 개를 달고, 최종 발행은 몇 시에 하고, 중간에 참고 이미지는 몇 개를 삽입해야 한다, 라는 식의 어설픈 방법론에 휘둘릴 때보다는 진심에서 우러난 글을 열과 성을 다해 즐겁게 작성하는 순간이 쌓였을 때 비로소 만들어질 것이라는 하나 마나 한 생각이자 믿음이 사실 전부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내 자신에게 다시 한번 해주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 마지막으로 포스팅 제목 속의 '고백'이라는 것이 다소 싱거운 내용이라서 죄송하기도 합니다.
음, 한 1년 후에 또 회고하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