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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Nov 04. 2018

거짓말 장인

시간이 많아지면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어떤 사람들이 내 곁에서 자연스레 멀어졌는지, 또 어떤 사람들이 새롭게 내 곁으로 다가왔는지 정리해 보려는 시도인 것이다. 그렇게 주위를 정리하다 보니, 늘 거짓말을 일삼던 형님 하나가 떠오른다.

벌써 4년 전의 이야기다. 방학을 맞아 공인영어 성적 취득을 위해 영어 학원에 다니던 때인데, 하루는 거짓말 장인 형님이 강의실에 늦게 들어오더니만 내 옆에 앉아 내게 귓속말을 했다.

“아, 차 괜히 가져왔어. 주차하느라 너무 오래 걸렸어.”

나는 “아, 그래요?”라고 간결하게 대답하였다.

그날 수업이 파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학원 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거짓말 장인 형님이 나를 불러 세웠다.

“같이 가자!”

그는 내가 탈 버스를 함께 기다려주며 쉬지 않고 조잘댔는데, 나는 조금 귀찮은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곧이어 버스가 도착해 형님께 인사를 드리고 버스에 올라타는데, 형님이 나를 따라 함께 올라탔다.

‘뭐지?’

커플석에 함께 앉아 이동한지 몇 분이나 되었을까. 내가 형님께 물었다.

“형님, 오늘 버스 타고 오셨어요?”

형님은 대답했다.

“어, 오늘 버스 타고 왔지, 그래서 늦었다니까.”

나는 차마 “십할, 왜 거짓말을 하면서 사세요?”라고 묻지 못했다. “그러는 너는 십할 왜 작은 거짓말 하나 눈 감아주지 못하냐”라고 되물을까봐.


사람들과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살겠다며 스스로 한 다짐을 잊어본 적 없다. 조금 더 겸손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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