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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Nov 14. 2022

꼬리에 꼬리를 무는 뻘글

코듀로이, 워드로브의 어원과 패션 브랜드 '디 아티코'




음식에도 제철이 있듯이 패션에도 제철이 있다. 도톰하고 포근한 코듀로이는 지금이 딱 제철이다.



코듀로이의 어원에 관해선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그중 하나의 낭설이 불어 ‘corde du roi’의 17-18세기 영국식 변형이 ‘왕의 패브릭(The Cloth of the King)을 의미했었다는 이야기다. 믿거나 말거나 소재의 신비로운 어원이 그것의 철통 같은 튼튼함, 천국 같은 따스함을 미뤄 짐작하게 한다.


그건 그렇고 한국에선 코듀로이를 ‘골덴’이라고 불렀다. 어떤 전문가는 일본의 변형 외래어 ‘고루텐’의 한국식 변형이라고 했다.




벨라의 남친 '마크 칼만'의 코듀로이 팬츠 스타일링: 블랙 셔츠 그리고 80년대 빈티지 아디다스 저지와 함께 조합했다. 이 형은 핏 좋은 기본템 몇 개를 환상적으로 돌려 입는다.




또 최근에는 어쩌다가(사실 패션 브랜드 하나를 탐구하다가) 라운지웨어 위에 걸치는 드레싱 가운인 Robe(로브)에 대해 구글링을 했다. 그러다가는 정신을 못 차리고 Wardrobe(워드로브)의 어원까지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그래도 기왕 시간을 좀 쓴 겸 검색 결과를 함께 공유하자면 이렇다.





개인적으로 즐겨 보던 개콘의 '크레이지 러브', 극 중에서 박성광과 박지선 선생님께서는 환상적인 슬리핑 로브를 착용하셨다.




먼저 ‘워드로브’의 워드(Ward)와 로브(Robe)를 둘로 갈라 각자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Ward’는 무언가를 구분하는 ‘구획’의 개념이자 무언가를 ‘수용’하고 ‘보호’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Robe’는 앞선 언급(드레싱 가운)의 연장선에서의 ‘의복(Clothes)’으로까지 그 개념을 폭넓게 감싸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워드로브(Wardrobe)를 한 단어로 검색해보면 의복을 감싸는, 의복을 수용하고 보호하는 ‘옷장’, ‘의상실’, ‘분장실’, ‘의복 관리소’의 개념을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딥하게 들어가면 무려 수세기 전의 프랑스어 warderobe(드레싱 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무언가를 막고 보호한다는 뜻의 ‘warder’와 가먼트(garment)를 뜻하던 ‘robe’가 합쳐졌다는 것이다. 조승연 작가로 빙의한 스눕피, 제발 그만!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면 모든 것이 다 연결될 것만 같고,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이유 있게 나름대로 자기의 뜻을 발하며 존재한다는 당연한(?) 생각이 든다.


아무튼 33살에도(곧 34살임에도) 아직은 이렇게 부단히 노력하며 가까스로 즐거운 인생이다. 그리고 혼자 알고 있긴 아쉽고, 가족도 절레절레할 이야기라서 개인 블로그에 이렇게나마 주저리 써 담아본다. 이런 이야기를 받아주셔서 미리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TMI

"나는 왜 로브를 검색하게 되었는가?"


최근에 노션 계정 안에 하위 페이지를 하나 만들어 ‘빈티지’로부터 영감을 받은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리스트를 저장하고 있습니다(언젠가 어떻게든 써먹겠죠). 블로그 포스트를 하나하나 꼼꼼히 봐주시는 선생님들께서는 이 놈(스눕피)이 요즘 ‘빈티지’와 ‘세컨핸드’ 패션에 푹 빠져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얼마 전에 해당 브랜드 리스트에 이탈리아의 패션 레이블 The Attico를 추가하였는데요, 디 아티코는 멋진 여성 듀오가 2016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참고로 몽클레어가 이 브랜드의 지분 상당수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디 아티코는 톰 포드 시절의 구찌 컬렉션을 최애하는 1인과 일본에서 구매한 빈티지 티셔츠와 MA-1 재킷을 최애하는 1인의 서로 다른 패션 감성이 묘한 매력을 이루며 병존하는데요(네, 맞아요. 두 창업자 말하는 겁니다),

외국에서는 헤일리 비버가 The Attico의 아이템을 자주 애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트래비스 스캇도 브랜드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카고 팬츠를 착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브랜드가 빈티지 로브 디자인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로브'를 무려 '스트리트' 위로 옮기겠다는 어마무시한 패션 비전을 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Robe'를 또 따로 구체적으로 검색하게 되었답니다. 시시하죠?

끝.



오늘의 추천곡

"쓸데없는 것에 관심 있는 스눕피와 릴 펌"


"I don't know the bi**h, but I know her stripper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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