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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Dec 30. 2022

상.상.도.못.한.정.체

로 가득한 것이 인생이다, 라면서 송구영신!



Dr.dre


언젠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배우자 이희호 여사와 미국의 전설적인 래퍼 겸 사업가 닥터 드레가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화촉을 밝힌다는 기사를 보았다. 가짜 뉴스 씬도 크리에이티브의 전쟁터구나 싶었다. 노벨평화상과 갱스터 펑크의 예기치 않은 만남, 그 밖의 다른 것들은 생각할 수 없는 상자 속에 갇힌 기분, 허위글을 싸지른 한심스러운 70대 남성은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참 어떤 할비는 참으로 추하구나.




함부로 화촉을 밝히지 마세요.






제고국과는 달라


언젠가 불알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그는 제주도의 고기 국수가 먹고 싶다며 '제고국'이라는 줄임말을 반복하였다. 아무튼 그날은 뜨끈한 국물이 땡기는 지금처럼 추운 한겨울의 중간이었다. 결국  고기 국수 가게에 입성한 우리는 키오스크로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고기 국수를 주문하고 마지막 남은  자리에 착석했는데, 앞에 써붙여진 메뉴 설명을  친구가 아연실색하였다.  무슨 일인데?


"저희 고기 국수는 제주 고기 국수와는 다릅니다."


에구구, 하는 수 없이 '제고국'과는 다른 고기 국수(줄여서 제고국다고국) 한 그릇을 뚝딱 비운 친구는 평이 괜찮은 고기 국숫집을 하나 찾았다면서 기대감에 부풀게 한 내게 '내가 예상했던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다'라면서 애써 위로해 주었다.


참 어떤 때의 친구는 참으로 무던하고 고맙구나.



국수는 참 맛있죠.




계좌 해킹범



그리고 어젠가 나의 체크카드와 연결된 신한은행 인터넷뱅킹 앱을 며칠 만에 열어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는데(나는 신용 카드 사용과는 별개로 체크카드에 주기적으로 얼마씩 돈을 충전하듯이 넣어 쓴다), 이전 이틀간 분명 내가 사용하지 않은 금액이 3번에 걸쳐 빠져나간 걸 확인했다. 새벽 1시에 나는 분명  쿨쿨 자고 있었고, 오후 5시경에는 묵묵히 일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답답한 마음에 출금 내역과 그것의 상세 설명란을 자세히 보았는데, 그 어디에서도 빠져나간 돈의 출처를 말해주지 않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뱅킹 해킹인가?


뭐 훔쳐갈 게 있다고 없는 살림에 해커까지 접근하는지 참 서러운 마음에 해킹을 확신하며 무식한 용기로 신한카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약 20분을 기다린 끝에 늘 통화량이 많은 그곳의 전화선 하나를 간신히 뚫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 돌아온 상담원 선생님의 대답이 너무 싱거웠다.


이달 중순의 내가 체크카드와 연결된 계좌에 돈이 없는 상태에서 버릇없이 카드를 자꾸 긁어댄 탓에 '소액 신용 거래' 기능이 활성화되었고 이후 계좌에 돈이 찰 때마다 그때 쓴 값이 나눠 출금된 상황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과거의 해당 소비 내역을 하나하나 읊어주시는데, 그 솜씨 좋은 해커 새끼가 젠장 나 새끼였다는 걸 알고는 가능하다면 스스로를 몽둥이로 몇 대 줘 패고 싶었다.


참 어떤 때의 나는 참으로 한심하구나.



대충 이런 모습을 한 해커를 상상했잖아.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정체의 것들이 자꾸 튀어나오며 우리를 못살게 구는 것이 한편으로는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의 커다란 재미가 아닐까 싶다.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펼쳐지는 인생은 참으로 시시하고 재미가 없지 않을까?


해가 바뀌면 정통 한국 식으로다가 서른넷, 윤석열 정부 식으로다가는 서른셋이 된다. 단 한 번도 내 뜻대로 된 적 없고, 단 한 차례도 희망한 대로 이뤄지지 않은 나의 인생을 이젠 스스로 웃으면서 위로할 수 있는 나이가 되는 것이다. 이럴 때는 한 살 한 살 까먹는 것이 참으로 좋구나 싶다. 순기능이랄까?


예상치 못한 사건과 상상도 못한 사고로 가득하겠지만서도 선생님들의 2023년이 참으로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올 한 해도 수고하셨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에피소드는 다양하겠죠]

언제나 가슴이 세차게 뛰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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