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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Dec 12. 2022

오랜만에 영화 이야기

힙합 양념에 감사하며 <아마겟돈 타임>



어제 영화 <아마겟돈 타임>을 봤다.

정말 죽여주는 작품이었다.


영화의 배경은 1980년,

미국 뉴욕의 퀸즈.





예술가(미술 작가)를 꿈꾸지만 이리저리 부딪힐 일 투성인 소년 ‘폴’의 일탈을 안 답답하게 잘 그려냈다.





소년의 일상 속엔 식빵처럼 팍팍한 담임 선생님과 꽉 막힌 아버지가 있어 대개 슬프지만, 부처님처럼 넓고 하나님처럼 깊은 마음으로 뭐든 받아주는 할아버지가 있고 일탈 트랙을 함께 달리며 위안하는 유급생 흑인 친구가 있어 가끔 기쁘다.



    


영화 속에서 ‘폴’의 아빠는 <성공이라는 이름의 예술>이라는 책을 들먹이며 자기가 아는 예술이란 그것뿐이라고 아들에게 말한다. 또 언젠가 말썽을 피운 아들을 벨트로 줘 패면서 앞으로 다신 그 나쁜 흑인 친구와 만나지 못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외할아버지는 다르다. 네가 예술가가 되고 싶다면 그리 할 수 있는 것이며 누구도 그걸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또 누군가 다른 인종을 욕할 땐 참지 말고 불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가르친다.





유대인 이민자인 할아버지의 할머니는 나치 독일의 만행에 의해 살해되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포용과 인정 그리고 용서로 처세해왔고, 중산층의 일족을 일궜다. 진또배기 아메리칸 드림인 것이다. 그런 할아버지 덕분에 배관공 아버지를 둔 고지식한 엔지니어 ‘폴’의 아빠는 편견과 고집으로 가득한 자수성가 외가 댁에서 그의 가치를 인정받고 인생의 용기를 얻었다. 아빠는 아들들에게 전부 장인어른 덕이었다며 울먹인다.





이쪽과 저쪽 모두에게 존경받는 삶을 산다는 건 결국 용서하고 이해하고 화해하고 화합할 줄 아는 큰 그릇을 지닌 이에게 하늘이 내리는 축복 같은 것이 아닐까. 앤서니 홉킨스 옹, 존경합니다!



    


우주 비행사를 꿈꾸는 ‘폴’의 흑인 친구 ‘죠니’는 세상의 편견 가득한 시선 때문에 본의 아니게 찌그러진 인물이다. 말썽꾸러기 ‘폴’과 욕쟁이 ‘죠니’ 사이에 차이가 하나 있다면 그건 개인으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태생의 조건뿐이다. 피부색과 가정환경 말이다.


흑인 소년 ‘죠니’는 슈가힐 갱과 커티스 블로우의 노래를 좋아한다. 미국 힙합의 태동기에서 그 기틀을 닦은 아티스트들이다. <아마겟돈 타임> 속 ‘죠니’의 숨 막히는 삶을 따라가다 보면 미국 뉴욕에서 왜 ‘힙합’이 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영화 속에 삽입된 ‘슈가힐 갱’의 ‘Rapper’s Delight’가 더 의미 있게 들렸다. 본격 힙합 영화로의 돌연한 진화!




    

줄거리 하나 모른 채 뛰어 들어가 본 영화인데, 상영 후 집에 도착해 구글링 해보니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자전 영화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시대를 고증하는 생생한 레퍼런스와 밀도 있는 대화 때문에 눈과 귀가 즐거웠구나 싶었다. 역시 개인의 일생은 누구도 함부로 대하거나 허투루 삼킬 수 없는 최고의 크리에이티브다.

    

Anyway 영국의 패션 브랜드 ‘초포바 로위나’를 구성지게 소개해보려고 포스트 한 편을 기획하며 글감을 수집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과거의 레퍼런스가 기가 막힌 영화를 한 편 보고 나오니 두 여성 듀오의 미쳐 돌아버린 레퍼런스 수집력이 다시 한번 떠올라 얼른 글을 쓰고 싶어졌다. 곧 스눕피만의 방식으로 또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이 세상에는 참 재밌는 것들이 많아요. 가능한 많이 또 자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스눕피의 브런치 블로그 포스팅은 누군가로부터 돈 받고 하는 일이 아니라서 부담 없이 늘 즐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제자리를 맴돈다는 게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요.


아무튼 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있기에 오늘도 씁니다.



[오늘은 힙합 클래식]

매우 익숙한 힙합 가사 클리셰의 발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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