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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Dec 08. 2022

22년 차 덕후의 '덕질 단상'

나는 왜 세스 고딘까지 들먹이는가?




덕후란 모름지기


세스 고딘’의 책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때가 있다. 제대로 된 영양제 하나 안 먹고 밥만 처먹는 내가 하루 한 알 영양제 챙겨 먹듯이 정성스레 굴었다.


나는 한 작가를 향한 애정(팬심)의 척도는 ‘여러 다른 책에서 항상 같은 말을 하는 그(녀)’에게 실망하지 않고 매번 같은 수준 이상의 감동을 얻어갈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물론 저기 저 ‘작가’와 ‘책'의 자리에 그 어떤 예술 직업과 관련 작품을 집어넣어도 동일할 것이다. 그래서 매주, 매달, 매년 시원하게 소비하는 삶을 사는, 남보기에 돈 아까운 줄 모르는 철없는 ‘덕후’ 군단이 탄생하는 것이다.



덕후에게 덕질이란? 불타는 마음, 눈부신 존재감




덕후란 내가 애정을 준 대상의 ‘동어 반복’에 지치지 않고 ‘예상 가능성’에 굴복하지 않으며 생각의 줏대를 꿋꿋이 하며 실낱 같은 감동을 찾아 받는 이에게 주어지는 칭호다. 그래서 내 생각에 한 분야의 ‘덕후’로서 오래 존속하길 원한다면 자주 감동하거나 쉽게 감동하는 '감동 민감성’보다는 되려 비슷한 전개에 실망하지 않고 뜻밖의 감동을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할 줄 아는 무던하고도 대범한 성격을 본격 강화하는 게 좋다고 본다. (내가 뭐라고 일단) 파이팅!




삽질은 덕질의 다른 이름이다.





말하자면 이 블로그는




아이디어를 남들에게 알리고
납득시키지 못하면
일은 절대 진전되지 않습니다.

- 세스 고딘




별생각 없이 끄적였던 3년 전의 글(사람이 조금 띨띨해야 하나를 끈덕지게 좋아한다)이 온라인 매체 ㅍㅍㅅㅅ(PPSS)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일이 별안간 스친다. 고요하기 짝이 없던 개털 같은 내 블로그에 그나마 크고 잘 알려진 길을 내어 연결해준 고맙고 감사한 곳이다. 물론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어디서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라고 물으면 ㅍㅍㅅㅅ에서 우연히 보고 왔습니다. 라고 답하는 독자 분들이 꽤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ㅍㅍㅅㅅ에서 창간한 <고해상도>를 시작부터 구독한 나




장황하게 설명하자면 [스눕피의 브런치] 2001년경부터 시작되어 자그마치 21 11개월 분량의 기록을 남긴  한결같은 덕질 외길 인생사, 그것이 선물한 셀프 '아하 모멘트' 총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곳은 사실 덕후로서의 긍지와 자긍심이 넘쳐흐르는 곰돌이 푸의 꿀단지 같은 곳이다. 물론 매일 같이 자조하며 궁상 떨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기도 하다(나는 성격상  편이  좋다).


언젠가 내 글을 통으로 베껴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도 보았고, 브랜드 소개를 그대로 따다 쓰는 커머스도 보았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편집하고 재구성하는 일에 진심이고 열심인 내가 뭐라 할 말도 없을뿐더러 한 편으로는 되게 고맙고 감사한 일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다.


더 널리 퍼뜨려주십사!




기왕이면 더 멀리 날려주세요!





규칙성을 되찾아야



오늘의 글문을 연 ‘세스 고딘’은 자신의 재능을 원하는 대로 펼치지 못하고 결국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고 말하면서 그 이유를 ‘전략의 실패’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부연하길 ‘전략’이란 곧 ‘실천’이고, ‘실천’이란 습관적 방식으로 규칙적이고 확실하게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약 4년 정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나는 실천의 ‘확실성’은 어느 정도 다잡았는데, ‘규칙성’을 잡지 못해 자주 삐걱인다.


그리고 내 실천적 행동의 불규칙함이 그저 '밥벌이' 때문이라는 가장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매일의 저녁 시간과 주말 시간을 철저히 낭비하는 나의 인생을 다름 아닌 레전드로 삼아 본다. 유튜브 하이라이트 댓글로 심심찮게 보이는 그 말을 오늘 나는 어린아이처럼 따라 반복해보는 것이다.


놀 때는 규칙적이면서 쓸 때만 불규칙한 내 인생이 레전드!


아무튼 올해도 덕질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매일 덕질하자는 의미에서]

미국의 개코 '믹 밀'



[아까 말한 그 포스트는]

https://brunch.co.kr/@0to1hunnit/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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