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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Nov 29. 2022

이른바 운명의 수레바퀴

세상은 방어하거나 탐색하거나!



광고학 전공 시절 주워들은 건데, 인간이 무언가를 받아들일 땐 방어 시스템 혹은 탐색 시스템이 돌아간다고 했다. 전자는 기존의 앎이나 지식 체계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한 의도적인 차단 같은 것이고, 후자는 좋아하는 건 더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더 싫어지는 편향을 강화하는 개념 같은 거라고 했다. 그래서 사실 광고란 도달과 함께 바로 걸러지거나 운이 좋아 주인을 잘 찾아가면 그(녀)가 좋아하는 그것(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더 강고해지도록 돕는 극단의 예술이라고 했다.



캐치프레이즈는 인상적이어야 한다.



학부를 벗어나고 사회에 뛰어들고 나서는 강의실에서 주워듣고 배운 지식이나 개념이 현실적으로 와닿는 실천적인 경험을 종종 하게 됐다. 저기 저 방어와 탐색이라는 개념만 봐도 그렇다. 결국 누군가의 감각을 자극하게 되기에 몇 번을 고민하고 사리다가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회사일도, 노는 게 제일 좋아 전투적으로 임하다가 좋은 것도 적당히 해야 한다는 셀프 교훈을 얻게 되는 사랑이나 취미 생활도 누군가의(혹은 자기의) 방어에 밀리거나 거절당하고, 탐색에 흡수돼 예상치 못한 지점까지 뻗어나가 기대 이상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듯이 말이다.


블로그 글쓰기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큰 주제와 컨셉을 통일한다는 명목 하에 (버르장머리 없이 말이나 살짝살짝 바꿔가면서) 매번 같은 소리나 하염없이 멋진 척 늘어놓는 것 같아서 이런 나의 알량함이 가끔 겸연쩍고 (조금 과장하면) 두려울 때가 있다. 아마도 구독자 선생님들이나 일시적 방문자 선생님들의 방어 시스템을 본능적으로 피해 가고자 하는(나아가 염치없이 매번 탐색되길 원하는) 심리의 반영일 것이다.


Bleu Mode 블루 모드라는 비주얼 무드 보드의 운영자로 잘 알려진 프랑스 태생의 포토그래퍼 ‘줄리엔 부데’는 그의 주 활동 무대인 ‘뉴욕’이라는 도시를 이렇게 설명했는데,


뉴욕은 큰 파도 같다. 조류를 잘 만나면 당신을 정상까지 끌어올려주는 도시지만, 그렇지 못하고 한 번 실패를 맛보면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방어와 탐색의 개념이란 게 다만 인간의 심리나 본성을 설명해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지배하는 거대하고 운명적인 시스템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갖게 하는 멘트였다.


그러니까 어쨌든 나의 모든 생각과 행동이 긍정적으로 탐색되길 바라면서 매일 같이 찾아오는 하루하루를 그저 열심히 잘 보내는 수밖엔 없는 것이다.


2002년의 배용준 바람머리 스타일로다가 이른바 운명의 수레바퀴!


아무튼 기분 좋은 연말이네요.

여러분 모두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마무리는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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