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스 볼트 말고 구찌 볼트 GUCCI VAULT
럭셔리 하우스 브랜드 구찌가 지속가능한 패션 생태계를 위해 ‘구찌 볼트(GUCCI VAULT)’라는 컨셉 스토어를 내놓으며 구찌 컨티넘(GUCCI CONTINUUM)이라는 재밌는 패션 실험을 하고 있다.
프랑스의 신진 브랜드 EGONLAB 이곤랩, 스톡홀름 베이스의 스튜디오 HODAKOVA, 미국의 친환경 패션 브랜드 COLLINA STARADA 콜리나 스트라다 등을 운영하는 꽤 핫한 디자이너들을 불러 모아 구찌의 최근 시즌 혹은 예전 아카이브 소재를 활용한 ALL NEW 익스클루시브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다.
콜리나 스트라다의 대표 디자이너이자 친환경 운동가로 잘 알려진 힐러리 테이모어의 경우, 최근 시즌의 구찌 트위드 소재를 재가공해 컬러풀한 여성 와이드 팬츠를 제작했고, 위트 있는 재구성력을 토대로 한 업사이클링 패션으로 찬사를 받은 스웨덴의 신진 디자이너 엘렌 호다코바는 다양한 구찌 앰블럼 벨트를 이리저리 엮어 바게트 백의 디자인으로 승화시켰다. 물론 구찌 볼트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도 한다.
또한 구찌 볼트 공식 사이트에 접속하면 볼트 빈티지(VAULT VINTAGE)라는 테마 아래 운영되는 존이 또 하나 있는데, 거기에선 전문 아키비스트가 엄선한 구찌 컬렉션 빈티지 아이템이 인하우스 장인의 손길을 거쳐 새롭게 디자인되어 재탄생한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이라며 의미가 있다고 홍보한다.
내가 아는 볼트는 반스 볼트뿐이었는데(봄, 여름 필수 아이템이니까), 구찌 볼트를 새롭게 알게 되고, 이 컨셉 스토어가 제안하는 그야말로 변종 같은 패션 아이템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값이 만만치 않아 내 수준에선 반스 볼트 슬립온 구매하듯이 쉽게 결제하긴 어렵겠지만).
아무래도 친환경이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일반의 의식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점, 더구나 관련한 각종 규제에 대한 압력 혹은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1등 기업의 부담 상승이 더해져 만든 자구책이 어쩌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발산에 더 큰 도움을 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자구책이라고 깎아내려 죄송합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 조심스럽다), 2차 대전 전후의 유럽에서(특히 프랑스에서) ‘물자’라는 것이 너무나 소중한 나머지 패션 하우스의 소재 사용에 대한 규제가 상당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때 자연스럽게 대안적인 형태의 작은 패션 크리에이티브가 조금씩 솟아났고, 이후 전쟁이 끝나고서는 억눌린 욕망의 표출이 쿠튀르의 새로운 도약을 가져왔다고도 했다.
내가 심심하면 꺼내 읽곤 하는 작가 ‘세스 고딘’은 그의 한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요즘 시대에는 모든 분야에서 변종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정상에서 약간만 벗어나보면, 그보다 좀 더 정상에서 벗어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조금 더 미쳐 날뛰는 구찌 볼트의 변종 크리에이티브를 기대한다면 내 주제에 너무 지나친 바람이겠지?
[함께 읽으면 좋은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343
[함께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힙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