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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Mar 03. 2023

인형 달린 백팩 유행 단상

아크테릭스 백팩과 인형 키체인 그리고 키플링



오레오레오, 클론 패션!


몇 년 전만 해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는 ‘클론 패션’과 관련해 비아냥의 대상이 된 것은 젊은 남자들의 패션이었다.


요는 전부 비슷한 옷을, 비슷한 방식으로 입고 다녀서 서로 분간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모두의 공감을 싸잡기에 충분한 ‘무신사 냄새’라는 대중적이고 명민한 표현이 등장해 오랜만에 시장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젊은 여자들의 클론 패션도 만만치 않다는 걸 실감한다. 최근 내 눈에 가장 많이 띈 아이템은 ‘아크테릭스’ 백팩과 인형 액세서리였다.



"난 그냥 좋았어. 니 앞에만 서면 요즘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몰라.

네 생각만 하고 자꾸 보고 싶고 틈만 나면 난 너를 만나고 싶어."





유행과 개성


패션의 유행이란 눈앞에 바로 보이는 것이어서 아무나 자유롭기 쉽지 않다. 더구나 우리 모두 한국인의 DNA를 탑재한 이상 다수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선 그것을 밀어내고 나의 스타일을 고집하는데 따로 또 에너지를 써야 한다.


스스로 남다른 패션 스타일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이들도 자기 개성을 범하려는 유행 에너지의 횡포를 막아내는 ‘방어’에 알게 모르게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심각하게 따라하는 행위는 쉽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유행 패션이 이해가 안 간다’는 자칭 패션 피플의 뻗대는 패션도 ‘유행 패션’의 입장에서 ‘이해가 안 되는’ 께름칙한 스타일이긴 매한가지다.


과연 누가 누구의 패션을 ‘평가’할 수 있을까.



"이런 맘 첨이야.

누군가를 내가 주체하지 못할 만큼 좋아하는 게"



(이미지 출처: 유튜브 채널 '별놈들')



'그러는 너는?’이라는 인간이 발명한 필살의 반문이 금기어가 되지 않는 한, 상대를 평가하는 순간이 곧 자신이 평가받는 순간과 일치해 도망갈 구멍이 완전히 막혀버리게 된다는 인생의 법칙은 틀림없이 성립된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라고 스스로에게 강조해 본다).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어. 내 눈엔 오직 너만 보여

내 자신조차도 주체할 수 없는 이런 감정이 사랑인가 봐."



분장이야?




태초에 키플링


한편 벨기에의 앤트워프에서 87년 탄생한 ‘키플링’이라는 브랜드가 2001년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이미지 출처: amazon.com)



‘키플링’은 영국의 소설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우화 <정글북>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한 브랜드다.


참고로 <정글북>은 19세기 후반 인도를 배경으로 정글에 혼자 버려진 인간의 아이 ‘모굴리'가 늑대 가족과 함께 성장하며 겪는 모험담이다.


아무튼 '키플링'과 관련해 옛날 기사를 좀 찾아보니 Y2K 전후의 1318세대가 관심을 끌기 위해 ‘소품’에 집착한다는 썰과 함께 '키플링 가방’의 인기를 말하고 있었고, 또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이 들고 나와 크게 주목받았다고도 했다.



(이미지 출처: amazon.com)




추억


관련 글감을 모으던 중에 친누나한테 '키플링' 가방을 기억하냐며 슬쩍 카톡으로 물어봤더니 상당히 반가워하며 그것이 유행하던 시기가 그녀가 고등학교 1학년 때라고 했다.


맞다. 당시 누나도 적당히 구김 있고 개성적인 푸른색의 나일론 소재 키플링 백팩을 메고 학교에 다녔다. 나도 또렷이 기억한다. 가방에는 털북숭이 고릴라 인형도 함께 달려있었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그 고릴라는 입이 동그랗게 뚫려 있어 자기 손가락을 스스로 넣고 빨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누나가 학교에 다녀오면 나는 그것을 주물럭거리며 가지고 놀았다.


아무튼 당시 길거리를 걸으면 루카스의 캔버스 백팩과 키플링의 나일론 백팩을 메지 않은 10·20세대를 찾는 게 더 어려웠다(라고 기억을 함부로 왜곡해 본다).


그것은 요즘의 아크테릭스 백팩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거국적 트렌드였던 것이다.



이른바 쥬시 꾸뛰르의 시대



반열


한 시절이나마 유행 패션의 반열에 올라 본 브랜드와 아이템 그리고 그것을 최초로 만든 이가 솔직히 졸라 부럽다.


원인 불문, 다수의 공감을 산다는 것은 종류 막론, 크리에이터가 꿈꾸는 지고의 가치이니까.


더욱이 가성비와 가심비를 말하며 깐깐하게 눈을 부릅뜨는 요즘 같은 알뜰살뜰의 시대에는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 누구든 축하드립니다!






흠, 글을 마무리하며 아크테릭스 백팩과 털북숭이 인형 키링, 아디다스와 오클리의 스니커즈, 어그 부츠 그리고 에어팟 맥스 등 산뜻한 유행 아이템의 감가상각에 건투를 빌어본다.



오늘의 TMI

벨기에에는 전체 인구수보다 키플링 고릴라의 숫자가 더 많다.



[함께 읽으면 좋은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381



[그리고 오늘의 추천 노래]

오늘 밤은 형광 장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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