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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Dec 16. 2022

헤드폰 유행은 패션 현상이다.

요즘 헤드폰이 하도 많이 보이길래 그냥 쓰는 글



Walkman


1979년, 소니의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는 ‘워크맨'을 출시하고 이색 제품 시연 행사를 펼쳤다.


장소는 도쿄의 요요기 공원.


그는 각 취재 기자들에게 ‘워크맨'을 건네주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게 했다. 그러자 준비된 음악이 흘러나왔고, 때마침 소니의 스태프들은 기자들의 앞에서 롤러스케이트와 스케이트 보드를 타면서 ‘워크맨’의 멋진 활용법을 연기했다. 당시 모리타는 ‘워크맨’의 광고 캠페인까지도 총괄했다고 전해지는데, 보다 가볍고도 스타일리시한 헤드폰과 함께 ‘워크맨’의 자유로운 감각을 세련되게 표현한 광고 이미지는 일종의 ‘패션' 선언과도 같았다.






Movers and Stylers


70-80년대 유명 ‘헤드폰’ 메이커로 활약한 영국의 Ross Electronics사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택받기 위해) 주기적으로 제품의 스타일과 디자인에 이런저런 변화를 주며 마켓 핏을 지속 실험했다. 단순 음향 기기에 그치지 않고 패셔너블한 ‘패션’ 아이템으로의 진화를 꿈꾼 것이다.


실례로 80년대에 그들이 출시한 헤드폰 ‘Movers’와 ‘Stylers’는 다양한 컬러로 출시됐는데, 그들은 보다 가볍고 컬러풀한 패션 액세서리로 그것들을 포지셔닝했다. 'MUSIC ON THE MOVE’라는 캐치 프레이즈와 함께 말이다.








Thanks, Jobs!


2005년 9월, 스티브 잡스는 청바지 주머니에서 아이팟 나노를 꺼내 발표했다.



짜잔!




폭발 사고가 잦아 훗날 리콜까지 실시했던, 가족 오락관의 폭탄 퀴즈에 버금가던, 같은 해 있었던 스탠퍼드의 졸업 연설에서 그가 제안한 인생 자문 샘플처럼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이 에어팟 나노를 충전할 것인가?'를 되묻게 하던(그래서 충전할 때마다 오장육부가 쫄깃해지던) 인기 ‘폭발’의 불 같은 아이템이었다.


참고로 필자도 고등학교 시절 컬러 디스플레이 버전으로 클릭 휠깨나 돌렸었다.




Gold Digger와 All Falls Down을 부르며 잡스 앞에서 재롱을 떨던 칸예의 어린 시절, 그나저나 Ye 형,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하자ㅜㅜ




아무튼 잡스의 나노 발표날, 신예 래퍼 ‘카니예 웨스트’가 등판해 축하 무대를 펼쳤다. 그리고 ‘칸예’는 잡스를 향해 말했다.




내 삶을 편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테이프로 음악 듣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거추장스러운 걸 박살내면 홀가분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기분이 들어 현재의 상태를 의심하게 된다. 나의 남 못지않은 애플 기기 사용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아이팟 셔플과 에어팟을 처음 사용했을 때가 특히 그랬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내가 이런 어색한 호사를 누려도 되는 거냐고!




셔플? 오케이? 사십구딸라!




Headphones Everywear!


요즘 길거리에선 ‘편리함’에 대한 반발인지 복고 향수 자극에 대한 굴복인지 모두가 머리 위에 헤드폰을 얹고 다닌다. 특히 젊은 여자들 사이에서 그런 경향이 짙다. 단단히 미쳐버린 ‘칸예’가 일찍이 제안한 ‘에어팟 맥스’와의 물아일체 경지, 그것에 다다른 패션 스타일링도 재밌고, 소니, 보스, 마샬의 헤드폰을 활용한 스타일링도 눈이 즐겁다.






물론 옛날 거라면 사족을 못 쓰며 신기한 태도로 일단 들이고 조합하고 새롭게 정의 내리는 Z세대의 헤드폰 패션 크리에이티브(aka 인스타그램 유행 운동) 또는 짤 하나로 전 세계의 패션 신을 이리저리 휘젓는 하디드 like 셀럽들의 낙수 같은 헤드폰 스타일 제안도 때아닌 음향 기기 인기의 큰 몫을 더했을 것이다.




패션 트렌드마다 참석 안 하는 곳이 없는 누나! 사실 6살 어린 동생.




Like a spirit


작고 소중한 대체 기기를 거부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무던한 태도, 헝클어지거나 다소 눌리는 헤어스타일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쿨한 신경, 편안하고 안정적인 음질과 함께 청력의 감퇴를 막겠다는 건강한 의지, 혹 음악을 재생하지 않은 채 헤드폰을 단지 머리 위에 얹고 있는 경우라면 세상의 불필요한 소음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행위 예술적 태도(예를 들면, ‘저기요, 혹시’로 시작하는 모든 사적 문의 혹은 ‘혹시 지금 무슨 음악’으로 시작하는 유튜브 쇼츠 군단의 귀찮은 방해 공작을 밀어내는 시위) 등 그 무엇이 됐든 '헤드폰 열풍'은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처럼 다차원적인 이유가 빚어낸 재밌는 트렌드이다.


아, 패션 트렌드 말이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헤드폰 열풍은 패션 현상 같다.

 - 스눕피 생각




[헤드폰으로 듣고 싶은 비트]

필자 '스눕피'는 헤드폰이 없다. 대신 누려주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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