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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Aug 24. 2022

뉴진스 패션 스타일은 무엇이 다를까?

아이돌은 잘 모르지만, 아이돌 패션의 새 역사를 쓸 거란 건 알겠다.




단순히 아이템 디깅이나 옷질의 영역에서 패션을 이해하고 넘어가면 다소 아쉬운 기분이 들어서 딱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가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비전과 메시지 그리고 그것을 소비하는 커뮤니티가 공유하는 가치관을 졸졸 따라가면서 재미를 찾곤 한다.



손민수하러 열심히 뛰어다닌다. 스눕피 블로그 이미지의 시그니처 '피너츠'




나는 집돌이 성향이 강해서 할 일이 없으면 무작정 구글에 접속해 요새 눈에 걸리는 브랜드나 디자이너, 옷에 대해 검색하며 놀기를 자주 한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구글 검색 결과의 1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관련 인터뷰와 기사를 싹 다 읽고 나서 스토리가 좋다고 느껴지면 그제야 그 브랜드 옷을 실제로 내 돈 주고 사 입는 별난 사람이 되어 버렸다.


또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 위에서 옷깨나 입는 유명인들의 데일리 패션을 구경하는 일도 즐기는데, 최근에는 벨라 하디드의 남자 친구 패션에 푹 빠져서 평소 관심도 없던 닥터마틴 슈즈나 뉴발란스 스니커즈를 하나 사야 하나 싶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무작정 따라 입고 싶어 마구 캡처해 둔 그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는 여동생에게 이런 스타일은 어떠냐고 자꾸 물으니 "독거노인처럼 집에서 맨날 이런 거나 캡처하면서 놀아요?"라고 혼났다.




딴소리는 그만하고 이제 뉴진스 얘기를 해줘!




혼날 땐 혼나더라도 이런 내 라이프 스타일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근 한 달 간은 또 어도어 레이블의 아이돌 그룹 뉴진스 멤버들의 패션 센스에 감복하고 있다. 매일 수시로 그녀들의 아웃핏을 해부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락거리는 것이 취미가 되었을 정도다.



세상은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에 의해 멋지게 굴러간다.




마틴 로즈, 콜리나 스트라다, 갤러리 디파트먼트, 이알엘, 디젤, 자크뮈스, 녹타 나이키, 보디, 미우 미우, 발렌시아가, 라프 시몬스, 웨일즈 보너, 마린 세르, 아크네, 베이프, 슈프림, 스포티 앤 리치 등의 브랜드 아이템을 어찌나 잘 조합해 위화감 없이 매력 발산하는지 구태여 브랜드 본사에서 글로벌 앰버서더와 같은 작위를 내려주지 않아도 그녀들은 자연스럽게 알아서 글로벌 워닝 알림을 주고 있는 듯했다.


이 브랜드를 예의 주시하라고!



내 블로그에 엠카운트다운 이미지가 걸릴 줄이야.




예전에는 여자 아이돌의 어떤 전형적이고 형식적인 무대 의상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했고, 그것들은 더할 나위 없이 과하고 점 하나 덧붙일 여지없이 과장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도대체 저런 걸 누가 입어?" 혹은 "저 옷 실화냐?"라는 멘트를 연신 부르며 말이다(내가 너무 옛날 아이돌을 떠올리며 구시대적인 생각에 갇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입지 마세요. 편집해 입고 색다르게 조합하세요.




그런데 최근에 뉴진스의 패션을 보며 그러한 개념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는 듯하여 내 눈도 생각도 즐거워졌다.


10대 청소년 특유의 생기발랄한 표현을 적극 돕는 돌아 버린 컬러감,


청소년들이 생애 최초로 경험하는 '(뒤)통수' 중 하나인 '기출 변형'의 개념을 또래들에게 시험의 관점이 아닌 비주얼적으로 설명하겠다는 듯이 뭘 입어도 '그냥' 입지 '않고' 수정을 가해 입는(미우 미우나 콜리나 스트라다의 기본 반팔 티셔츠를 나름대로 편집해 크롭 기장으로 소화하는 식) 기출 변형적 태도,


그럼에도 절대 선은 넘지 않음으로써 잔뜩 중무장하고 대기 타고 있는 방구석 프로 불편러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일이 없는 계산된 준비성(저거 디온 리 탱크톱 아니야? 청소년이 저렇게 과감한 탱크톱을? 그래서 좀 가렸어. 마틴 로즈 아우터로!)


팀버랜드의 6인치 부츠와 마틴 로즈의 풋볼 저지를 조합해 뉴욕과 런던, 워크웨어와 스포츠웨어, 8090 힙합 뮤직과 일렉트로닉 뮤직 컨셉을 동시에 아우르며 싸잡는 융합적 자세(내가 생각해도 이건 슈퍼 억지 해석),


또한 스포티즘과 스트리트 패션 스타일링을 중심에 두고 여러 방면으로 가지를 치는 그녀들의 코디네이션 기본 방침은 노상 추리닝 패션만을 고집하며 후줄근한 내게 '좋은 예' 혹은 '잘된 예'의 관점에서 마음의 안정을 준다.


무엇보다 시대의 흐름에 딱 들어맞는 글로벌 친환경 브랜드(콜리나 스트라다, 보디 등)나 매 시즌 다소 변혁적인 컨셉을 견지하며 발전하는 브랜드(마틴 로즈, 마린 세르, 와이 프로젝트 등), 몇 물 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재주목 브랜드(단연코 디젤), 현시점 가장 대중적인 인기 브랜드(오트리 액션 슈즈, 자크뮈스), 2022년의 여성 패션을 대표하는 상징적 브랜드(미우 미우), 가장 강력한 잠재력을 지닌 신진 패션 브랜드(이알엘), 클래식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슈프림, 베이프 등), Y2K 패션 트렌드에 매력적으로 부합하는 브랜드(비비안 웨스트우드, 블루마린 등)를 슬기롭고 조화롭게 섞어 입는 열린 자세와 다양성은 입을 떡 벌어지게 하였다. 젠장!



내 블로그 조회수를 올려주는 효자 종목인 '임영웅' 선생님 찬양 글처럼 이번 '뉴진스' 선생님들 패션 찬양 글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다.





찬양이 좀 심했나?


아무튼 우린 남다른 패션 감각을 보여주기가 정말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미개척지가 별로 없기에 그렇다.


웬만한 마지노선은 죄다 뚫려버렸고 숨은 맛집이란 개념이 사라진 것처럼 숨은 패션 브랜드도 이젠 솔직히 없다(지드래곤 선생님도 이젠 정말 힘들 것 같다).


더욱이 패션 브랜드나 스타일의 유행이란 것이 덧없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패션 피플들에게 은근히 스며들어서 내게 그냥 좀 잘 맞고 어울린다 싶으면 그런 세속적인 기준은 따지지 않고 다들 재밌고 즐겁게 무엇이든 소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에 뉴진스의 패션을 훔쳐보면서 이러한 나의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한두 가지 패션 브랜드나 스타일에 매몰되지 않고 뭐든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즐겁게 소화하는 것, 무엇보다 결국 패션 센스란 건 조합과 편집의 능력이라는 점 말이다.


쓸데없이 장담하건대 아이돌 그룹 뉴진스 멤버들의 아웃핏을 하나하나 뜯어 해부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 정도만 팔로잉하고 있어도 요즘 뜨는 패션 브랜드와 센스 있는 스타일 취향을 너무나 적확하게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매거진 계정은 복잡하거나 너무 시시각각이니까).


데뷔부터 이 정도인데 나중에는 정말 대박이겠다. 뉴진스, 진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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