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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May 17. 2023

좋아하는 일, 그냥 계속해?

<미드나잇 스튜디오>의 '셰인 곤잘레스'와 '세스 고딘' MSG 뿌리기



No Why


그냥 좋아서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만큼 기운 빠지는 일이 없다.


무엇이 되려고 무엇을 하는 게 아닌데 무엇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한다는 당위와 의무를 찾는 콘텐츠가 난무하니까 그냥 무엇을 하려는 순수한 마음을 꺾는다.




이쯤에서 누군가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나 같은 철딱서니의 기를 팍 죽이고 싶겠지만,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인생의 순수한 즐거움을 찾는다면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의 재미가 사실은 잼중지잼이며, 그것이 얼떨결에 예기치 못한 방면으로 번져 발전하는 불확실성을 믿어보는 것만큼 흥미로운 투자가 없다고 나는 주장하겠다.





Midnight Studios


그런 의미에서 2014년 설립된 미국의 패션 레이블 <미드나잇 스튜디오>의 셰인 곤잘레스는 오리지널 펑크 록 씬과 스케이트 보드 문화에 대한 그의 순수한 사랑 그리고 혼자 열심이던 D.I.Y 가라지 그래픽 작업의 판을 키워 패션 런웨이로까지 올린 대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Shane Gonzales


‘셰인 곤잘레스’는 개쩌는 덕후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스케이트 보드를 즐기던 그는 스케이트 보드 게임과 비디오 속에 나오는 사운드트랙에 미친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펑크 밴드 ‘Black Flag 블랙 플래그’와 ‘Circle Jerks’ 서클 저크스'를 시작점으로 록 음악 덕질을 시작한다.





그는 섹스 피스톨스의 피규어와 각종 머천다이즈를 사모으며, 시대를 풍미한 록 음반의 속지와 팸플릿, 오래된 잡지를 수집한다.


또한 스리프트 스토어에 들어가 1시간 동안 옷 더미를 뒤지는 취미도 갖고 있다. 그렇게 소장하게 된 의류들은 굉장히 귀해서 유명 스타일리스트들에게 렌털까지 해준다.



hypebeast.com



청소년 시절에 티셔츠 위에 끼적이던 낙서가 10년이 훌쩍 지나 이렇게 발하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하는 그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의 취향을 담아 그래픽 프린트 베이스의 다양한 의류를 만들어 선보인다.


그리고 열망하고 동경하며 공부하던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하나하나 성공적으로 해치운다.



섹스 피스톨스와의 협업으로 성덕이 된 셰인 곤잘레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젊꼰임을 인정하며) 밴드에 대한 이해 없이 록 밴드 티셔츠를 입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어떤 재주나 공헌 하나 없이 패션 씬을 휘젓는 인플루언서의 흥성 시대에 씁쓸한 감정을 내어놓는다.




좀 알고나 입으시라고요!





A$AP VIRGIL


소셜 미디어의 시대, 낭중지추는 과학이다.


트민(트렌드에 민감한) 래퍼 '에이셉 라키'와의 연으로 하입의 절정과도 같은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와 만나게 된 ‘셰인 곤잘레스’,



셰인 곤잘레스의 'EMPTY PLACES' 티셔츠에 푹 빠진 '에이셉 라키'



그는 버질 아블로에게 빈티지 리프린팅 베이스의 D.I.Y 스플릿 티셔츠(흡사 양념 반 후라이드 반과도 같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게 되고, 그것은 오프화이트의 2016년도 가을/겨울 시즌의 대표 컬렉션 아이템으로 승화해 그에게 명성을 안겨주는 계기가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서로 다른 두 빈티지 티셔츠를 하나로 융합하는 셰인 곤잘레스의 스플릿 티셔츠가 그저 버질 아블로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급조된 크리에이티브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그가 계속해오던 꾸준한 작업이었고, 버질 아블로는 그의 작업실에 놀러  그의 의상  벌을 빌려갔다.





이후 관련 작업물을 담은 사진을 몇 장 보내고, 페이스타임과 문자 메시지나 주고받던 ‘셰인 곤잘레스’는 한참 무소식이던 ‘버질 아블로’로부터 그의 가족을 모두 초대한다는 파리패션위크 초청장을 받게 되는데, 한 인터뷰를 통해 이로부터 무한한 감동을 받았다는 사실을 회고하기도 했다.





셰인 곤잘레스 그가 좋아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고, 그의 작업물은 가장 매력적인 필요에 의해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그래서 브랜드 ‘미드나잇 스튜디오’는 운영 내내 진정성 있다며 칭찬받는다(보통 없다고 욕먹기 일쑤다). 왜냐하면 진정성의 가치란 지속의 역사가 보증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2022년 봄/여름과 가을/겨울 시즌을 통해 브랜드의 첫 런웨이 쇼를 연 <미드나잇 스튜디오 Midnight Studios>



그런데 이건 비단 오늘날만의 일도 아니고, ‘자기다움’으로 성공한 인간의 역사가 보증하는 성공 방정식 같다.


블로그를 통해 정말 수많은 크리에이터(작가든 디자이너든 래퍼든)를 소개하며 발견한 그들의 공통점은 자기 외부가 아닌 자기 내부(자기의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과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습관으로 고유의 필승법을 만들었다는 것이고, 그들은 거개가 자기 취향을 따라 무언가를 지속했다는 점이다.



올해 28살밖에 안 된 젊꼰 '셰인 곤잘레스', 에라이, 젊꼰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묵묵히 계속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것의 가치를 알아봐 준다.


대충 이런 느낌, 대충 저런 느낌을 찾으며 막연함과 벗하던 사람을 "그래, 내가 찾던 게 정확히 이거였어!"라며 확신하게 만드는 일은 오직 '무언가가 좋아서 계속했을 뿐인 개인/집단의 역사'로부터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예술 같은 발견의 순간에 지난한 삽질의 세월이 환금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 인간이 자기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 무언가를 맹렬히 좋아하고 계속 지속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그 이유 속에 인간의 본능이 가리키는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한번 깨달으면,
조용하지만 끈질긴
호기심의 목소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호기심은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꿀 수 있다.

- 세스 고딘





[함께 읽는다고 좋을 일은 없지만]
[열심히 쓴 포스트라서 홍보하는 글]

https://brunch.co.kr/@0to1hunnit/418



[기왕이면 함께 듣고 싶지만]

[안 그래도 이해가 되는 노래 모음]

선곡은 정말 아무 의미 없구요. 그냥 요즘 꽂혀서 자주 듣는 칸예 노래 모음입니다. 부디 함께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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