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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an 12. 2023

빈티지 폴로 스포츠의 의미

헤일리 로드 비버가 선택한 새빨간 빈티지 패딩




내겐 너무 종교 같은


90년대 미국 힙합, 특히 초중반의 미국 힙합은 내게 종교와 비슷했던 것 같다. 다른 게 있다면 내겐 주일이 따로 없었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극진히 좋아하면 매일 중요한 약속이 있는 것처럼 자율적이고 규칙적으로 행동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혹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개인의 건강이나 도덕 윤리에 해를 가하지 않는 일이라면) 무언가에 푹 빠지는 습관을 적극 권유하거나 도리어 먼저 심하게 굴 경우 말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내뱉고는 현실 감각 떨어지는 철없는 독신남의 희망 회로에 가까울 가능성이 99%라고 자평한다.









파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어떤 분야를 깊이 파고들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혜택이 꽤 된다. 물론 모든 것이 시류에 달려 있어서 그 혜택을 맛보는 건 절대적으로 시간이 드는 작업이긴 하다. 그리고 그 혜택이란 것도 별 거 없다.


그냥 아는 거 하나 나와서 기분이 좀 좋아지는 것이다. 촤하하!








그럴 때가 있죠


어떤 인상적인 스냅샷과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원을 그리듯 둘러앉아 무한한 나뭇가지를 그려 넣던 마인드맵 브레인스토밍 시간 속 번뜩이는 발견의 순간이 떠오른다.



그들의 새해 첫 선택은 구닥다리였다.





계묘년 같은 헤일리 비버


무려 2023년 1월 1일 새해의 첫날, 글로벌 패션 씬의 최전방에서 유행 패션의 배급(거의 살포)을 담당하는 저스틴 비버의 와이프 ‘헤일리 로드 비버’가 폴로 스포츠의 레드 컬러 빈티지 푸퍼를 입고 나왔다.


그리고 단짝 저스틴 비버는 노스페이스의 빈티지 눕시 재킷을 입었다. 솔직히 별로임!




신발은 클래식으로 '반스'





힙합에게로 또다시


그리고 비버 커플의 신년 스트리트 짤을 보다가 나는 우탱의 멤버 ‘래퀀’과 일매틱 힙합 아재 ‘나스’와 같은 90년대 스타 랩 플레이어들의 비주얼적인 활약이 떠올랐다.


왜냐고?


당시 그들은 거진 폴로 스포츠의 자발적 홍보 대사에 가까웠으니까.




<1993년 폴로 스포츠의 스노 보드 컬렉션의 대표 아이템이었던 '스노 비치' 파카를 입은 우탱클랜의 래퍼 '래퀀'의 모습, 같은 해 발매한 그룹의 전설적인 데뷔 앨범 수록곡의 뮤직 비디오에서 입고 나와 대박을 터뜨렸다.>






막간으로 내 썰


2000년대 초중반에 걸쳐 이어진 중학 시절에 나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포털 검색창에 ‘90년대 미국 힙합’, ‘힙합 명반 추천’ 따위의 키워드를 검색하며 놀았다.


이제 와 당시 온라인의 문서 생성 주기를 생각해 볼 때 사실 하루 사이에 뭐 얼마나 대단히 바뀐 게 있었겠는가 싶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때 게시물의 첨부 이미지로 함께 들어있던 앨범 커버와 아티스트 패션 짤은 나도 모르는 새 내게 인이 박여버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잡지식을 가지고 뭘 할 생각을 안 했고 못 했다.


왜 그렇게 소비 만족적인 삶에 취해 현실에 안주했을까.




힙합계의 셰익스피어 내스티 나스는 '폴로 스포츠'의 광팬이었다.






폴로충 Lo Life Crew


1988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이른바 ‘Lo Life 로 라이프’ 크루(Lo Lifes)가 결성됐다.





빈민가의 흑인 청년들이 개 같은 현실을 탈출하기 위해 폴로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의류 라인이 선보이는 컬러풀한 패션을 정신병적으로 즐기며 현실에서라면 좀체 가닿기 힘든 중산층 이상의 부르주아적 취향과 취미를 간접 체험하기 위한 의도였다.


비록 주머니 속에 든 것이 단 돈 2달러뿐이어도 백만장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패션 브랜드 ‘폴로’의 그 전설적인 수식어처럼 말이다.




브랜드 광신도들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했다.




할 일들도 없어라


그들은 그래서 훔치고, 난동을 부리고, 부정적으로 돈을 벌고, 사재기했다. 그리고 거국적인 ‘폴로 입기 운동’을 펼쳤다. 로 라이프 크루의 집착적인 폴로 스타일링 방법을 그들은 ‘Low Down 로 다운’이라고 불렀다.





'로 다운'이란  머리부터 발끝까지 폴로 패션으로 도배를 하는 스타일 방식을 일컫는 것이었다. 그들은 합심하는 크루였기에 이름 뒤에 ‘Lo’까지도 붙였다.





"그의 집안은 엄청난 부자였고, 대학 시절에도 돈을 펑펑 써서 빈축을 사곤 했다. 시카고를 떠나 동부로 옮겨올 때도 사람들이 혀를 찰 만큼 호사스러운 이사를 했는데, 예를 들면 레이크포리스트에서 폴로 경기용 말을 한 떼거리나 이끌고 왔던 것이다. 나와 같은 세대의 친구가 그 정도로 부자라는 것을 나는 실감하기 어려웠다."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중에서






힙합아 제발 낄끼빠빠


그리고 그렇게 다소 기이한 폴로 입기 패션 운동은 래퍼를 꿈꾸는 뉴욕 빈민층의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파됐다. 그때의 래퍼(지망생)들에게 ‘폴로’는 물질적 성공의 상징이었고, 이후 그 성공 방정식은 딱히 거름 없이 후대에 계승됐다.






패션으로 이름 날린 역대 미국 패션 스타 래퍼 중에 폴로와 엮이지 않은 래퍼를 한번 찾아보라.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우탱 클랜과 나스 그리고 스눕피의 영감 원천 카니예 웨스트, Throw it in the bag의 존잘 뉴욕 스타 래퍼 페볼러스 그리고 최근 RM과 인터뷰를 한 퍼렐 윌리엄스와 에이셉 라키까지 말이다.








폴로 스포츠의 탄생


1992년의 바르셀로나 하계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폴로의 디자인 팀은 91년 당시의 시점에서 ‘빈티지'라 여길 만한 그 이전 시대의 운동복들을 긁어모아 레퍼런스 더미를 만들었다.


그리고 잡스가 훗날 스탠퍼드 졸업 연설에서 극찬한 ‘산 세리프체’와 ‘미국의 성조기’를 메인 시그니처로 설정하여 폴로의 서브 라인 ‘폴로 스포츠’를 첫 출범했다.





오늘날 ‘빈티지’한 색감이 개-쩐다면서 물고 빠는, 무려 볼드 컬러와 당시의 기능성 소재의 활용을 최대한 살려낸 그 서브 라인 말이다.






다시 계묘년아


그리고 우리는 오늘 ‘헤일리 비버’의 폴로 스포츠 빈티지 푸퍼 스타일링과 마주하며 ‘빈티지’를 재해석한 ‘빈티지 스타일’ 스포츠웨어를 다시 한번 ‘빈티지 스타일'로 추앙하고 있다.


정말이지 이건 빈티지의 끝없는 연결고리다.






마틴 로즈는 사랑


내가 사랑하는 패션 브랜드 '마틴 로즈'는 최근 시즌을 통해 의류수거함에서 방금 막 꺼낸 듯 주름이 잔뜩 잡힌 푸퍼 재킷을 소개했다. 이름하여 크러시드 푸퍼 재킷!


왼쪽 가슴팍에 폴로 스포츠와 폴로 CHAPS를 떠오르게 하는 레퍼런스 인사이트를 박아 넣은 채 말이다.






참 많은 것들이 이리저리 잘도 연결되어 있는 세상이다.


너무 제목과는 무관한 이야기를 주저리 떠들었나?




[그리고 오늘의 추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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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의 혹은 잡담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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