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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Mar 20. 2023

5년 차 블로거의 운영 팁

방침이 없어 막 나간다던 나의 블로그 소개는 구라?



방침 없는 블로그, 하지만!


이 블로그 대문에 나는 ‘이곳에선 제가 편집장인데, 방침이 없으니 막 나갑니다’라고 써놨다. 오래도록 바꾸지 않은 소개 문장이다. 뭐 대충 사실이니까.


전 회사 면접을 볼 때, 대표님이 내게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를 물었는데, 당황하면 일단 웃고 보는 내가 조금의 꾸밈도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세상이 저한테 일을 안 줘서 저라도 스스로 일을 주려고요. 앗, 루저의 발작 버튼을 누른 대표님! 그 옆에 있던 여자 선임이 끄덕이며 웃었다.


무엇 하나 나와 맞는 것이 없어 매일이 지랄 같던 첫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란 인간이 도대체가 어디 유용하게 쓰일 곳이 보이지 않아 깜깜했던 터라, 허공에 삽질하듯이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한 블로그였기에 방침이 없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그때에도 여러 생각과 마음만은 (그것들이 마구 엉켜있었어도) 꼭 품고 있었고, 그것들은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일종의 블로그 운영의 팁과도 연관이 될 것 같아서 그것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1. 중꺾마


먼저 첫째는 '중꺾마'의 정신을 매일 되새기는 것이다.    


기고 요청이 들어오거나 협업 제안이 들어오는 건 아주 가끔이다. 대부분은 누가 읽을지 안 읽을지도 모르는 글을, 누가 쓰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정성스럽게 작성해야 한다. 전업 작가는 돈이라도 받지 나 같은 평범한 개인 블로거는 그냥 쓰는 일뿐이다. 나는 그래서 5년, 10년, 15년, 20년 블로그를 운영해 온 모든 이들을 존경한다. 존경? 잘못 쓴 거 아니고 진짜 '존경'하는 거 맞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중꺾마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겠다.


먼저 조회수 그리고 구독자 숫자와 관련된 생각이다. 이 둘은 자주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래서 나도 블로그 1, 2년 차에는 저 둘에 은근히 집착했다. 하지만 3년을 넘고, 4년이 지나니 초월에 성공했다. 초월을 부른 힘은 (나의 경우) 역시 현실에 대한 인정이었다.


내가 쓰는 글의 소재와 주제가 많은 인구를 싸잡을 수 없다는 당연한 현실을 직시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럼에도 내 글을 꾸준히 읽어주고, 공유해 주고, 응원해 주는 이들의 존재를 계속 상기하면서 꺾마(여기에선 꺾이려는 마음)를 단련했다. 누가 보면 무지하게 수양한 거 같은데 그냥 좀 과장한 것이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저 두 가지 지표를 끌어올리자고 소중한 포스트 하나 하나로 겹겹이 쌓아 올린 블로그의 일관된 분위기를 무시하고 인기 영합 포스트나 올리면서 블로그를 이도 저도 아니게 만드는 건 앞으로 있을 10년, 20년의 블로깅 생활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제발 그러진 말자, 응?


다음으로 소개할 중꺾마 정신은 방법론의 소개가 아닌 ‘생각 공유’를 목적으로 블로그를 개설한 (심지어 뒷배도 없는) 개인 블로거가 가져야 하는 무던한 마음가짐이다.


유튜브만 봐도 그렇다. ‘방법론(예컨대 스마트스토어로 한 달에 1억 만드는 방법)’ 콘텐츠 1편의 위력이 생활 밀착형 브이로그 100편을 가볍게 압도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주 작정하고 사기치는 것이 아니고서야 그런 콘텐츠를 뚝딱 만들어낸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직업적 방법론이나 마케팅적 방법론도 마찬가지다. 우린 대개 다 평범하니까.


사실 이것은 블로그 개설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시작점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는데,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첫 포스트로 뭘 써볼까?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약 5년 차 선배로서 내가 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시시콜콜한 잡담부터 그냥 시작해 보라는 것이다.


나는 내가 그나마 무엇이라도 된다면 힙합 블로거나 에세이 블로거가 될 줄 알았지 패션 블로거로 분류되어 더 많고 깊은 사랑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돌아보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의 관심사는 그대로였다. 다만 시작점의 나는 패션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 생각을 안 했을 뿐이다. 일단 블로그를 시작하면 쓰고 싶은 것들(나아가 써야만 하는 것들)이 눈앞에 보이게 된다고 감히 조언해 본다. 여러분의 관심사 주머니는 이미 은근히 두둑할 것이다. 그냥 꺼내어 쓰면 된다.





2. 타깃 설정


둘째는 전달하고자 하는 대상이 아주 분명한 글을 쓰자는 나의 몇 없는 방침에 관한 이야기다. 예를 들면, 현재 슈프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트레메인 에모리’를 소개하는 포스트를 올릴 때에는 하입비스트나 비슬라 매거진을 들락거리는 사람의 클릭을 몇 십 개만 뺏어보자고 생각했고, 헤드폰 유행이나 삼바 유행 분석 글은 엘르 코리아나 보그 코리아의 스낵 콘텐츠를 즐겨 찾는 2030 여성 분들의 클릭을 몇 십 개만 훔쳐오잔 심산으로 작성했으며, 내 블로그를 널리 알려준 캐나다 몬트리올 베이스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JJJJound 자운드'를 소개할 때에는 '카니예 웨스트'를 둘러싼 주변 따까리들을 궁금해 할 어떤 열성적인 디깅 독자나 편집적인 크리에이티브에 기반한 프로젝트나 사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을 되길 바라며 열심히 썼다.


특히 국내외 매거진을 달고 사는 헤비 리더로서 나는 그들이(매거진 에디터 선생님들이) 자주 내보내는 콘텐츠의 느낌을 대충 알고 있었고, 나 같은 개인 블로거에게 (내 기준에서) 거대 미디어인 그들이 일종의 가상한 노력에 대한 포상으로다가 약간의 조회수 지분 정도 내어주는 건 일도 아닐 거라 희망적으로 짐작했다. 결과적으로 관련 키워드에 관한 구글 점유율을 보면 그래도 나의 어쭙잖은 짱구 굴림에 대한 성적은 꽤 괜찮았다고 자평해 본다.






3. 스타일 설정


셋째는 너무 개인적인 지양점인데, 내가 쓰는 글이 고감도를 흉내 내는 글처럼 보이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관련한 것이다. 다소 비현실적인 것을 소개할 때에도 나는 현실에 발 붙인 글을 쓰고 싶었다.


나는 지나치게 정갈한 고감도 글을 읽으면 닭살이 돋는다. 내가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글쓰기 스타일을 요즘 유행한다는 이유로 쓰긴 죽어도 싫었다. 개인적으로 고감도 글에서는 글쓴이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싫었다. 세상 별로인 걸 소개할 때에도 입술을 꽉 깨물고 가식을 떠는 것처럼 보여 그랬다. 그래서 나는 무인양품의 카피를 주옥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딱히 카피라이터의 글빨에 감화하여 무인양품의 상품을 사서 쓰고 싶진 않다. 그냥 이건 글쓰기의 스타일이자 개인의 취향에 대한 이야기로서 참고만 해주시길!






4. 사전 작업


넷째는 글쓰기 전후, 다음, 구글, 네이버에 포스팅과 관련한 키워드를 싹 다 넣어 검색해 보는 일에 관한 것이다. 범람하는 글쓰기 시장에 내 글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를 대충 판단해 볼 수 있고, 경쟁자가 생각을 풀어낸 방식을 참고할 수 있어 좋은 것이 포스팅 기획 전 사전 검색 과정이다. 피드백이 참 잔잔하니 지루한 블로그 운영 과정에 있어 키워드 장악은 생각보다 꽤 짜릿한 일이다. 나는 요샌 구글 애드의 키워드 플래너를 야무지게 활용해 '월간 평균 검색량'이나 '3개월간 변동' 칼럼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글쓰기에 반영한다(통계적으로 매력적인 키워드를 억지로라도 엮어 보려고 노력하는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론은 방법론일 뿐이고, 사실 사전 검색의 진짜 의의는 세상에 없는, 혹은 세상에 적게 존재하는 키워드의 씨앗을 뿌려놓기 위한 사전 준비에 방점을 둔다. 관련해서는 구구절절 내 생각을 푸느니 공신력 있는 전문가의 멘트를 대신 옮겨 적는 게 나을 것이기에 아래와 같이 소개해본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걸 해야지, 나오는 걸 하는 순간 카피캣이 됩니다. 이런 작업을 꾸준히 하면 나만의 신용이 쌓일 테고, 그것이 브랜딩이 되겠죠. 저는 이것이 진정성의 시대에 개인의 덕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 중에서





5. 유우머와 함께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나 혼자 웃길지라도 제발 유우머만은 포기하지 말자는 나의 지론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적인 경험을 돌아보면 진지하게 인상 쓰고 블로그 포스팅하겠다고 카페에 앉아 개폼 잡고 있을 때에 좋은 글이 써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보통 지극히 개인적인 감동 체험을 어서 소개하고 싶어 죽겠거나(보통 글쓰기 기획 전부터 실실대고 있다) 포스트 중간에 양념처럼 들어갈 유우머가 먼저 떠올라서 글쓰기를 구상하게 되었을 때, 결과적으로 반응이 좋은 글이 많이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표현 중에 '식빵처럼 빡빡한'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식빵처럼 빡빡한 삶인데, 누구의 허락도 받을 필요가 없는 자유로운 블로그 글쓰기만은 조금 여유롭고 즐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유우머를 지키지 않는 자를 저는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중꺾마의 정신을 더욱 함양하고, 5년 후에나 10년 후에도 당당히 살아남아, 블로그 글쓰기와 관련해 자질구레한 훈수나 두고 있을, 미래의 내 인생이 아무튼 레전드군요!


블로그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분들이나 블로그를 운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 혹은 중간에 빡쳐서 블로그 글쓰기를 포기하신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일단 시작해 볼까?



[그리고 오늘의 추천 힙합]

고도를 기다리듯 <Sremm 4 Life>를 기다리며 초심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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