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인간의 행동과 다우니에 대한 단상
내 경험상 글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빤히 속셈이 보일 때이고, 두 번째는 뻔뻔히 퇴고하지 않았을 때다.
첫 번째는 말 그대로 속셈이 보이는 경우다. 어디선가 보고 듣고 읽은 표현을 내 식대로 소화하기도 전에 당장 써먹고 싶은 마음이 노골적으로 느껴진다거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화려하게 말을 꾸며 일단 잘 보이고 싶은 시선이 느껴질 때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은 경우다. 좋은 글쓰기란 통보가 아니라 소통이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 갸우뚱할 만한 포인트나 막힘이 있을 만한 부분을 미리 헤아려 퇴고하며 예쁘게 닦아놓거나 잘 뚫어놓아야만 한다. 이 부분은 글의 매력을 배가하는 가장 쉬우면서도 강력한 포인트인데 많은 사람이 놓치고야 만다.
글쓰기란 꽤 정직한 일이어서 주제와 소재를 정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문장을 가꾸는 데 쏟은 시간만큼 글의 매력도가 비례하여 상승한다. 더불어 내가 감탄하며 읽고 곱씹은 문장의 숫자가 곧 내가 필요할 때 꺼내어 쓸 수 있는 다음 문장의 가짓수가 된다. 그래서 글쓰기 실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닥치는 대로 읽고 쓰는 기본적으로 다소 지루하고 따분한 혼자만의 노력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글쓰기의 시작은 언제나 이기적인 마음으로부터, 글쓰기의 끝은 늘 이타적인 태도와 함께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매우 이상적인 자세라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인간을 구별 짓는 것은 사상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했다.
다소 고지식했던 20대 때에는 나도 대단하고 참된 앎이나 삶을 대하는 명확한 가치관이 있어야만 인간의 '개성'이 멋지게 만들어질 것이라 단단히 착각했다. 그래서 늘 특별한 생각을 하며 사는 청년인 척 알량한 '말'로 지랄을 하고, 한껏 부릴 수 있는 개폼이란 개폼은 다 잡았다. 그러나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지금은 자기만의 꾸준한 생활 리듬을 지키며 살고(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자기와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정신적이거나 물질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일에 딱히 게으름을 피우지 않으며, 일상이란 것이 고상하고 즐거운 개념이 아니라 대개 지긋지긋하고 형편없음에도 크게 실망하지 않고 꾸역꾸역 등하교를 하고, 출퇴근을 하고, 세상에 크고 작은 가치를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참을 수 없이 강렬한 인간적 매력을 느낀다.
"자네는 먼지를 털다가 장식품 서너 개를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그만 홧김에 나머지를 모두 집어던진 거야. 지금은 새로운 것들을 모아야 할 때야. 더 멀리 내다보고 모을수록 더 좋지. 하지만 잊지 말게, 순서를 밟아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피츠제럴드의 소설 <낙원의 이편>에 나오는 한 구절인데, 기억이 닿는 모든 나이대의 나(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서 꼭 품고 있었다.
저만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다만 계속 새로운 것들을 모으며 꿈꾸고 생활하고 행동할 뿐이다. 작심삼일과 그럴싸한 신년 계획의 반복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벌써 3월이네. 미쳤네?
성격을 닮은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향수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옷에서 은근히 풍기는 섬유유연제 냄새에 기분이 더 좋아지는 편이다. 그래서 외출할 때에도 다우니 페브리즈를 칙칙 여러 번 옷 위에 뿌리고 나간다. 가끔 내게 무슨 향수를 쓰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는 걸로 보아 섬유유연제와 페브리즈가 합일하면 의외의 효용 가치도 만들어지는 듯해 뿌듯하다. 향수가 아닌 바디 로션이나 샴푸의 향기로 자기의 개성을 드러내는 어떤 매력적인 여성분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그리고 오늘의 추천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