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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Apr 23. 2023

그땐 때려 죽어도 안 보였다.

자기 계발서 두 권 그리고 래퍼 제이콜 이야기



2023


노만 V. 필 박사의 <적극적 사고방식>이라는 책을 다시 읽고 있다.



2016


대학 졸업을 앞둔 2016년 봄에 산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때의 봄 냄새가 난다. 나는 스물일곱이었고, 학교에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며, 눈치나 살살 보며 캠퍼스의 테두리를 긁고 다니거나 쪽문을 찾아다니던 시간이었다.


어느 날인가 오랜만에 만난 여자 후배 하나와 반갑게 대화를 나눴다. "야, 너 어떻게 지냈어?" 벤치에 앉아있던 그녀는 어설프게 서 있는 나를 올려다보며 "오빠, A4 용지 같아."라고 하였다. 마르고 하얀 나에게 그녀가 즉흥적으로 붙여준 별명이었다. 감사합니다. A4 용지 같던 그때의 나는 맥아리가 없어서 몇 푼의 용기나마 필요했다. 그래서 구매한 책이 <적극적 사고방식>이었다(조금 과장했습니다). 지금 독일에 있는 그녀는 나를 아직도 에이포용지라고 부르고, 나의 신체 사정도 그때와는 변함이 없다(여긴 과장이 없습니다).



2016년의 봄, 캠퍼스 속의 스눕피



2015


2015년, 스물여섯에 나폴레온 힐의 <Think and Grow Rich>를 두어 번 읽고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열망했다. 젠장, 그러나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나는 거의 매일 시팔, 소리를 내뱉으며 스스로를 작은 상자 안에 가뒀다. 그리고 본가의 베란다 밖 책장에 그 책을 거지처럼 꽂아두었다. 이후 그것을 다시 펼쳐볼 일은 없었다. 힙합이나 듣고 잡지나 읽고 소설이나 봤다.



2015년의 봄, 어디론가 숨은 스눕피



2023


그러다가 한 달 전 본가에 내려가 다시 꺼내 읽은 그 책들 속에서 나는 그때엔 보이지 않던 위대한 메시지를 잔뜩 빼내어 꼭꼭 씹어먹었다. 위장이 안 좋아 밥을 거듭 씹어드시던 외할아버지의 저작운동과도 같았다(보고 싶어요).


아무튼 책을 읽는 내내 속이 편해지고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시팔, 소리를 내뱉던 2015, 2016년의 내가, 원하던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루지 못했던  당연한 이유를, 서른넷에 와서 기어코 퍼뜩 깨닫게  것이다.



저는 10판 1쇄본을 소장 중입니다. 안 궁금하셨죠? 죄송합니다.



책 <적극적 사고방식>의 표지에는 '생각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소수의 사람만이 성공의 길을 발견한다. 성공의 길은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기 때문이다.'와 같은 다소 멋쩍은 카피가 몇 줄 쓰여있는데, 2016년의 내게 그것들은 아무런 울림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2023년에 와 그것들이 내게 상당히 큰 울림을 주는 걸 보니, 용케도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그리 되었던 일과 그리 되지 않았던 일을 모두 포함하여 시작부터 끝까지 한결같던 치명적인 필패의 원인은 결국 내 생각이 발원해 뻗치던 방향, 그것 하나뿐이었다는 깨달음을 말이다. 으이규~ 그렇게 성장하는 거니, 스눕좌? 애쓰는구나!



제이콜의 6번째 정규 앨범 <The Off-Season>(2021)



J. Cole


미국의 레게노 래퍼 J. Cole 제이콜의 <1 0 0 . m i l '>이라는 음악을 매일 듣고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성공의 힘이 전해지고, 그 가사를 곱씹으면 성공의 길이 보인다. 2분 44초의 랩뮤직 안에 성공적 인생의 비밀이 잔뜩 들어있다.


노래의 주제는 간단하다. 자기가 1,000억 넘은 돈을 벌고도 스러지지 않고 최고의 위치에 서있는 이유는, 시간을 함부로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믿으며 끝없이 노력하는 정신이 꿋꿋하(했)기 때문이란 내용이다.



"1,000억이 뭐? 난 그저 빡세게 일할 뿐이야."

"얘들은 걔네가 죽여준다데? 그거 순 구란데.

걔네가 죽이는 건 시간뿐이라고."


"재촉 좀 하지 마, 나 지금 절벽 끝에 서 있다고!

이 랩 게임은 말이야, 리더를 따르게 돼있어.
자세히 들여다보잖아? 그럼 누가 이끌고 있는지 보일 거야."


"실은 돈 얘기(100 million)가 아니고,
시간(100 million)을 말한 거야.

내가 시간 쓰는 걸 보면 납득하겠지?

천장을 뚫고 나간다고, 개쩌는 기분이야.

아직은 이 랩 게임을 떠날 수가 없어, 르브론처럼!"




갑자기 이런 사진, 지루하시죠? 그리고 이런 패션, 고루하시죠? 죄송합니다.




또스고딘(또 세스 고딘)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블로거 '세스 고딘'은 '블로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익명의 시인은 리더가 되고, 훌륭한 생각과 가치가 퍼져나가면 부족을 이룬다."



세스 고딘 선생님으로부터 뜨거운 동기를 또 부여받았다. 그리고 이곳에 써갈길 이야기가 아직 한참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지극한 행복을 느낀다. 스눕좌, 너 이 새끼, 생각보다 주워들은 게 참 많구나?


사회적 시간에 발맞춰 아주 적당히 끌려다니되, 은퇴한 중년처럼 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더 날카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려드리는 성실한 블로거 스눕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제이콜 형이 이르듯 정말 정말 중요한 건 시간뿐이니까요.


그동안 스눕피의 블로그 시즌 2를 시청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했습니다. 곧 시즌 3에서 뵙겠습니다. 참고로 시즌 3는 바로 내일 시작됩니다. 미친, 시간이 없누ㅜㅜㅜㅜ




[오늘의 추천곡은 당연히]

뭔가 예전에 (당연히) 추천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가 없다!



[뻔뻔하지만 많은 관심 부탁드리는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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