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마틴 로즈야? 구글 검색창이 닳겠구먼!
아무튼 뭐 하나를 좋아하면 끝을 보는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몇 년 전에 패션 디자이너 ‘마틴 로즈 Martine Rose’의 매거진 인터뷰 하나를 인상 깊게 읽었다. 그것이 곧 화근이 됐다. 그녀와 동명의 패션 브랜드에 푹 빠져버리게 된 것이다. 그녀의 서글서글한 인상과 직업윤리가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말하자면 옷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브랜드가 좋아져 버린 거다. 그녀는 착하게 살고, 열심히 일하라고 자주 말했다.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지만 일단 알겠다고 했다. 그녀는 영국에 살아서 내 말을 물론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래로 나는 그녀의 인터뷰를 달고 살았다. 구글에 영문으로 그녀의 이름을 검색했을 때 노출되는 모든 페이지 결과의 웬만한 문서는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혹시나 놓친 게 있을까 봐 1년 단위로 검색 기간 설정까지 해가며 들입다 팠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지 않나? 이를테면 나는 그녀가 짧은 반바지와 플립플랍의 조합을 싫어한다는 것, 10대 시절부터 소장 중인 미국의 힙합 그룹 ‘드(데) 라 소울’의 낡은 티셔츠를 여전히 즐겨 입는다는 것, 평일보단 주말에 일하는 걸 더 선호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대한민국의 극소수가 된 것이다.
우와, 더럽게 축하해, 스눕피! 그래, 고맙다.
보기에 따라 남의 삶과 생각에 지나치게 관심을 두는 일은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상당히 어리석고 미련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시시콜콜하면 시시콜콜할수록 그것을 더욱 환영하고 깊이 흡수하기 시작했다.
계기가 된 것은 편집하는 글쓰기의 즐거움 때문이었다. 구글 안에서 이 디자이너, 저 디자이너, 이 브랜드, 저 브랜드, 이 가수, 저 가수, 이 노래, 저 노래를 들쑤시고 다니다 보니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운(깊이 파묻힌) 귀중한 문장(생각)이 너무나도 많다는 걸 경험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서로 하이퍼링크처럼 연결되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그 점들을 연결하면 그저 운빨이라며 눙치던 유행이나 트렌드도 제법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었고, 반복되는 역사를 증명했다.
날이 갈수록 선명해지는, 나의 몇 안 되는 확신의 비전은 그래서 ‘편집’의 기술에 있다. 다양한 걸 찾아 읽고, 기왕이면 깊이 있게 파보면서 앞으로도 오래도록 또 유용하게 잘 쓰였으면 좋겠다. 원체 관계의 범위가 좁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어울리는 것에 서툰 사람인지라 남는 시간을 이렇게라도 생산성 있게 활용하니까 살 맛이 난다. 물론 내 성정에도 잘 맞는다.
세상의 모든 아이디어는 편집된 생각의 결과물이고, 우리가 행하려는 편집은 그 편집된 생각을 다시 해체하는 작업이다. 결국 구성 원리를 알고 새롭게 조합해 멋지게 엮을 준비를 하는 것인데,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국 다채로운 레퍼런스뿐이다. 기왕이면 발견되지 않은, 소개되지 않은, 주목받지 않은, 하지만 분명히 강한 개성을 가진 원재료를 찾는 것, 그게 정말로 중요한 일처럼 여겨진다.
나는 일단 글쓰기로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보려고 한다. 조지 버나드 쇼의 말마따나 뭔가를 하긴 해야겠는데, 딱히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글이나 쓸 수밖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새롭게 개설한 브런치북]
https://brunch.co.kr/brunchbook/fashion-stories
[한편 도통 질리지가 않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