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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an 17. 2024

베요네타 안경 구매 완료

믿고 거르던 안경테도 패션 트렌드가 된다.



답정너: 벨라 하디드


90년대와 00년대 초반의 패션 필수 요소를 종류 별로 준비해 두고, 때가 되면 패를 까는, 끗발 좋은 패션 마법사이자 글로벌 최고의 스트리트 패션 아이콘은 누구인가?


답은 대충 정해져 있으니, 내가 대신 답하자면 역시 그 주인공은 ‘벨라 하디드 Bella Hadid’가 아닐까?



렌즈 위 로고는 그냥 냅둬요.



이게 되네?



“이게 되네?”라는 말을 연신 부르는 그녀가 입고 쓰고 신고 두르는 모든 아이템은 화제의 중심에 선다.


이를테면 그녀가 촉발한 '베요네타 안경(Bayonetta Glasses)' 트렌드처럼 말이다.



평생 게임 안 하고 산 내가 '나무위키'를 정독했다.



베요네타 안경


'베요네타 안경'이란 그것의 모양이 2009년 발매된 비디오 게임 베요네타(Bayonetta)의 주인공(현대에 되살아난 수수께끼 마녀) ‘베요네타’의 생명과도 같은 안경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실제로는 아세테이트 소재로 된 중간 이하 사이즈의 직사각형 프레임 안경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미디어 속에서 그것들은 선생님과 비서, 학자와 사서 그리고 꽉 막히거나 단호한 여직원의 에센셜 아이템처럼 등장하곤 하는데,



필리스 이모가 베요네타 지존이지.



해당 트렌드가 본격 개시된 작년 중순부터 디팝과 이베이 같은 글로벌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무테(rimless) 안경>과 함께 <베요네타 안경> 관련 검색량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틱톡에서는 관련 스타일링 영상과 다양한 밈 쇼츠가 줄지어 업로드된다.





유수의 외국 매거진을 두루 살펴보니 ‘Y2K 열풍’의 연장선에서 '베요네타 안경'의 인기를 해석하는 관점이 주를 이뤘고,





이 때문인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의 ‘지젤 번천’과 2000년 전후의 ‘밀라 요보비치(도나 카렌 아이웨어)’ 그리고 1997년의 케이트 모스(캘빈 클라인 아이웨어)가 이 매거진 저 매거진으로 바삐 불려 다니며 자주 소환되었다.


역시 거듭 증명하는 삶을 사는 스타의 인생이란 참으로 피곤한 것이구나.





Fabulous Fanny's


그건 그렇고 전 세계로부터 공수한 유니크한 안경테를 다채롭게 판매하는 미국 뉴욕의 빈티지 아이웨어 스토어 <FABULOUS FANNY'S>는 오늘의 주인공 '벨라 하디드'가 즐겨 찾는 쇼핑 스팟으로 상당히 유명한데,





'비용 절감'과 '이익 극대화'를 위해 단조롭고 비슷비슷한 안경테를 양산하는 요즘 디자이너 브랜드의 스타일과는 반대로,


보다 공예적이고 고전적이며 독특했던 과거의 개성적 개체를 다양하게 수집한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그들은 <개성을 표현하는 일은 생애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라면서 자신들의 <합리적인 프라이싱>을 자랑하는데,


위의 두 가지 강조점이 실은 Y2K 빈티지/세컨핸드 패션 아이템에 Z세대 친구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긴 말이 필요 없는) 본질적 이유가 아닐까 싶다.



무테 지존=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출신의 뉴진스 혜인



NEVER STOP Y2K


개성적인데 합리적이기까지 한 이 매력덩어리의 쉴 틈 없는 전진을 대체 누가 어떤 수로 막을텐가?


더불어 만연하던 것들, 심지어 특정 스테레오 타입에 묶여 숨은 매력 어필의 가능성을 애당초 상실했던 슬픈 것들, 나아가 믿고 거르던 리스트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던 절망적인 것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은 Y2K 열풍의 따뜻하고 포용적이면서도 한계 없는 가치를 부지런히 증명해 주는 것도 같다.





미묘한 차이를 캐치하는 동물적 감각을 요하는, 발 한 번 헛디디면 정상은커녕 낭떠러지로 고꾸라질 각오마저 필요한 한 끗의 예술, <패션 트렌드>란 정말이지 따라가기에 너무 벅차고 힘든 대상인 것 같다.


하지만 <선택은 자유>라는 희망 고문 같은 권리가 우리에게 과도하게 주어진 이상, 무작정 외면하고 살 수도 없을 것이다.


가끔 이렇게 공부하듯 즐기면 재밌고 좋다.



트렌드를 외면하기 위한 깜깜한 몸부림



그리고 갑자기 떠올랐는데, 2006년,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의 OO고등학교 1학년 부장 선생님께서는 와인 빛깔의 베요네타 안경을 참 기가 막히게 쓰셨었다.


그런데 그녀는 참 무섭고 단호하셨었지.


(대뜸) 잘 지내시죠?


어느덧 저는 서른 다섯이 됐네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쩝(냉무).



[당장 안경을 주문하게 만드는 앨범]

안경잡이 래퍼 '릴 테카'의 신곡 'Down With Me'



[그리고 함께 읽으면 좋은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fashion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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