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눕피의 단상단상(9)
유아인
나는 '글의 모양과 성격이 곧 글쓴이를 대변한다'라는 믿음 내지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나는 유아인이 쓴 글을 보며 그를 '쉬운 일을 어렵게 풀어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는 사족을 더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을 본능적으로 즐기고 있고, 충분히 쉽게 이해시킬 수도 있는 일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설명하면서 벌어지는 싸움을 은근히 바라는 사람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자주 내게 (나쁜 의미에서) ‘가지-가지-한다’라는 말을 툭툭 던져 주시곤 했는데, 유아인은 (좋은 의미에서) 가지-가지-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수군거리게 만드는 매력을 타고난 유아인이 가끔 부럽다. 음, 얼굴은 매일 부럽다.
김훈
'한 생애가 연습으로 끝나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건 자위가 아니고 당면한 현실이야.'
김훈 작가의 소설 <공터에서>에 나오는 구절인데, 소중한 생의 시간을 연습 게임으로 바쳐도 괜찮다는 말이 과격하게 또는 극단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얼 위해서 우리는 이토록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지, 눈에 핏발을 세우고 누구든지 이기려고 드는 건 왜인지. 이와 관련해서 김승옥 작가는 <무진기행>에서 학교에 간다는 것, 사무소에 출근한다는 것 등이 모두 실없는 장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졸라게 힘든 요즘인데, 연습 게임처럼 느긋하게 삽시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