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3시에 오늘 개봉한 <해피 댄싱>이라는 영국 영화를 한편 보았습니다. 한심하게도 한가한 놈이죠. 개봉일에 영화를 보는 건 실로 오랜만의 일입니다. 충무로의 대한극장에서 사전 예매까지 해가며 개봉일에 맞춰 챙겨본 디카프리오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 이후로는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영화는 리처드 론크레인이라는 감독의 작품인데,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커스틴 던스트 주연의 2004년작 <윔블던>을 찍었던 감독이더군요. 학창 시절, 커스틴 던스트의 패션과 귀여운 외모에 반해 그녀가 나온 작품들을 쭉 찾아보곤 했었는데, <윔블던> 역시 고등학교 땐가 실실 대며 봤던 기억이 납니다(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평일 오후 3시, 소규모 예술 영화관의 광경이란 뭐 뻔하지 않겠습니까. 아주 고요한 진공 상태와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아주머니 두 분과 저, 이렇게 총 세 명이 상영관 손님의 전부였습니다. 상영 10분 전, 우리는 각자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상영 10초 전, 우리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닫고 커다란 상영관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영화 <해피 댄싱>의 주인공 산드라는 믿었던 남편의 바람에 괴로워합니다(그것도 절친과! 그것도 하필 사람들 죄다 모인 남편의 은퇴 기념 파티에서! 그것도 왜 내 눈으로 직접 봐야만 하는 거야!). 평생 남편 옆에 붙어 그를 지켜주느라 '나'를 버리며 살았는데, 남편의 경찰 은퇴를 맞아 이제야 몸 편히! 마음 편히! 여행도 다니며 살려고 했는데 말이죠. 당장 집에서 뛰쳐나와 위로를 바라며 오랜만에 찾아간 언니 비프는 성질을 돋우기만 합니다. 그녀는 자기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피곤한 사회 운동가입니다. 온종일 집에 틀어박혀 끙끙대는(왜 저를 보는 것 같을까요.) 산드라에게 비프는 '댄스 수업' 참가를 권유합니다. 그렇게 산드라는 '댄스 수업'에서 '사랑'을 만나고, '꿈'을 만나고, '잃어버린 나'를 만나게 됩니다.
영화 <해피 댄싱>은 '타이밍'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니, 제 경우에는 그렇다는 말인데, 이 영화가 '타이밍'에 관한 이야기라고 느껴졌습니다.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영화 <해피 댄싱>의 교훈은 '진작'이라는 부사와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정말이지 슬픈 그 말 '진작'.
진작 좀 하지......
진작 말 좀 해주지......
아, 진작 할 걸......
진작 알았는데......
우리 인생에 있어서 적절한 타이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용기를 내어 지금 당장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야 한다. 한 사람에게 열렬히 매몰되어 나를 버려가며 살아봤자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뒤통수'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리석게 또다시 한 사람에게 열렬히 매몰되어 살아가게 되는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다. 그러하니 어찌 됐든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내 마음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열심히 또 순수하게) 그저 살아내는 방법 밖엔 없다.
리처드 론크레인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그건 그렇고, 영화는 역시 셋이 봐야 제맛이더군요. 조용하니.